원희룡 "선산 개발?" 반박에도…김건희家, 수년걸쳐 개발 정황
2003~2008년 등록전환·필지분할·지목변경, 개발 준비 정황
국회에서 "땅값 56배 상승" 지적 이미 있어…원 장관 "몰랐다" 배치
일단 백지화는 됐지만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일부가 김건희 여사 일가 소유 땅 쪽으로 갑자기 변경되면서 특혜 의혹이 일었던 가운데, 김 여사 일가가 수년에 걸쳐 해당 토지의 지목을 변경하고 등록전환을 하는 등 개발을 준비해온 정황이 확인됐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특혜 의혹을 해명하며 "(김 여사) 조상들 무덤이 있는 땅이다. 개발하겠나"라고 반박한 것과는 배치되는 대목이다.
8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김 여사가 모친 등 가족들과 함께 공동 소유하고 있는 경기도 양평군 강상면 병산리 일대 토지는 약 2만663㎡(6855평)에 달한다. 전부 1987년 협의 분할에 의해 상속받은 땅들이다. 다만 이는 대통령 배우자로서 재산신고를 한 내역만 추린 것으로, 김 여사 이름은 없는 가족·법인 명의로도 병산리 일대 수천평에 달하는 토지를 소유하고 있다.
김 여사 일가는 땅을 상속 받은 후 2003년과 2008년 두 차례에 걸쳐 '등록전환'을 진행한다. 등록전환이란 임야대장이나 임야도에 등록된 땅을 토지대장 및 지적도에 옮겨 등록하는 것을 말한다. 등록전환을 하게 되면 기존 주소인 '경기도 양평군 병산리 산OOO번지'에서 '산'이 사라지고 '경기도 양평군 병산리 XXX번지'로 주소지가 바뀐다.
통상 등록전환이 이뤄지면 땅값도 오른다. 개발행위가 제한돼 있는 땅에서 개발이 가능한 땅으로 변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등록전환 신청 시 토지의 형질변경이나 건축물의 사용승인 등 합당한 사유가 반드시 있어야만 한다. 업계에서는 등록전환을 땅 개발을 위한 준비작업으로 보기도 한다.
김 여사 일가는 등록전환 후 토지를 여러 필지로 분할한 뒤 토지의 용도를 변경하는 '지목변경' 작업을 시작한다. 2003년 9월 약 1100㎡(332평)의 토지가 임야에서 '대지'로 바뀌었고, 2008년 2월엔 약 2364㎡(715평)의 토지가 임야에서 '창고용지'로 변경됐다. 임야 약 1006㎡(304평)는 '도로'로 변경된다.
등록전환·필지분할·지목변경은 전형적인 부동산 개발을 위한 준비작업이다. 이 같은 작업이 주로 이뤄진 2008년 당시 양평군수는 국민의힘 김선교 전 의원(경기 여주·양평)이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5월 18일에 선거캠프 회계책임자가 1천만원 벌금형을 선고받으면서 의원직을 박탈당했다.
김 여사 일가의 작업 이후 땅값은 수십배 뛰었다.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질의한 내용에 따르면 김 여사 일가가 땅을 상속받은 뒤 현재까지 땅의 가치는 약 56배 뛰었다. 당시 한 의원은 "(김 여사 일가 소유 토지는) 금전적인 가치가 상당히 낮았다. 2003년 9월에 분할해서 여러 가지 용도로 변경을 했다. 이분들(김 여사 일가)이 지가 상승을 노린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는 최근 원희룡 장관의 설명과도 배치된다. 원 장관은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으로 인해 김 여사 일가 특혜 의혹이 불거지자 지난 6일 국회에서 브리핑을 통해 "지금 여러분들 보고 있는 것처럼 (김 여사 일가의) 선산 땅이다. 조상분들 무덤이 있는 땅"이라며 "개발합니까, 여러분"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고속도로가 생기더라도 선산이기 때문에 김 여사 일가가 이를 개발할 리가 없고, 따라서 특혜를 준 것이 될 수 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해당 땅이 그 이전까진 임야대장 상 임야로 계속 보존돼 오다가 2003~2008년 사이 등록전환·필지분할·지목변경 등이 집중적으로 이뤄진 점을 고려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또 김 여사의 땅이 고속도로 사업과 연관된 사실을 몰랐다고도 했지만, 지난해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질의를 받았던 사안이기 때문에 충분히 사전 인지했을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기도 하다.
선산 이슈와 더불어 특혜·투기 의혹을 반박하는 사례로는 강상면 종착지가 고속도로 분기점(JCT)이라서 지가 상승 요인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중부내륙고속도로에 남양평 나들목(IC)이 생기면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정동균 전 양평군수(더불어민주당)의 반박이다.
한편 특혜 의혹이 불거진 이후 원 장관은 '전면 백지화'를 선언했지만, 국민의힘에서는 일단은 '중단'이며 향후 재추진할 수도 있다는 쪽으로 일부 수정했다. 이날 김선교 전 의원(경기 여주·양평 당협위원장)과 양평군 소속 국민의힘 도·군의원, 군 관계자 등은 당정협의회를 열고, 강하IC를 포함하는 고속도로 재추진을 논의했다.
강하IC 포함 여부는 이번 사건에서 주요 쟁점에 해당한다.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원안에 해당 IC가 빠져 있는 반면, 문제가 된 수정안에 포함됐다. 원안이 종점을 양서면으로 하는 데 비해 수정안은 강상면으로 바뀌면서 김 여사에 대한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국민의힘은 이날 당정에서 양서면을 종점으로 하는 안에 대한 주민 반대를 공론화했다. 특혜 의혹이 불거진 수정안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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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서민선 기자 sms@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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