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싹이 커 가듯 성장해 가는 아이들[다함께돌봄센터 쌤들의 기분 좋은 상상]
지난봄, 센터에 도착한 아이들의 일과는 바질, 딜, 레몬밤, 라벤터 페퍼민트 등 화분 속의 아주 작은 생명인 다양한 허브 씨앗과 인사를 나누는 것으로 시작됐다. 내가 돌보는 아이들에게도 무언가 소중하게 돌볼 것이 생겼다는 점과 그 모습을 지켜보는 일이 나를 즐겁게 했다.
최영애의 ‘작은 생명이 건넨 위대한 위로’에 나오는 “무언가를 보살핀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돌보는 일이기도 합니다. 강낭콩을 기르면서 기대와 걱정과 믿음과 사랑을 갖게 된 것처럼 생명을 보듬으면서 우리는 한층 성숙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될 것입니다”라는 글처럼 작은 허브 씨앗들은 아이들에게 기대와 걱정의 두근거림, 믿음과 사랑의 기쁨을 안겨줬다.
아이들의 허브 관찰일기에서는 씨앗을 심은 첫째 주엔 ‘소망이(페퍼민트)라고 이름을 지어 주었다. 새 친구가 생긴 것 같아서 좋다’ ‘씨앗이 되게 작았다. 내가 키우니 아주 예쁘게 자라겠지?’ ‘조금만 있으면 희망이(바질)가 나올 것 같다’ ‘싹이 아직 나진 않았지만 내 마음속엔 이미 하늘까지 쭉쭉 뻗어 있다’ 등 반짝이는 기대와 두근거림을 엿볼 수 있었다. 둘째 주엔 ‘금요일에 키움을 못 와서 초록이(바질)에게 물을 못 줬더니 목이 말라보여 오자마자 물을 주었다’ ‘사랑이(페퍼민트)는 도대체 언제 푸릇푸릇하게 클까?’ ‘내 것만 그대로다. 빨리 자랐으면 좋겠다’ 하는 작은 걱정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후 허브 새싹이 움트고 자라나는 과정에서 긴 인내의 시간을 보낸 아이들은 ‘씨앗이 작을수록 원래 싹이 늦게 자란다고 한다’ ‘밤이(레몬밤)는 무조건 예쁘게 자랄 것 같다’ ‘아직 자라진 않았지만 내 마음속에 항상 자리를 잡고 있다’ 등의 믿음을 보여주는가 하면 ‘빵빠레(레몬밤)를 보니 허브가 먹고 싶다. 사랑해!’,‘우리 디르(딜)는 날 닮아서 귀엽구나! 행복하고 예쁘게 자라렴’ 등 사랑을 전하기도 했다. 그 글귀에 웃음이 절로 났다.
허브를 기르며 기억에 남는 몇 가지 일화가 있다. 먼저, 첫 주에 제일 먼저 쑥쑥 자라서 모든 아이들의 관심과 부러움을 받은 새싹이 있었다. 가장 먼저 껑충 자란 모습을 보며 ‘내 허브도 이렇게 크겠지?’라고 생각했던 아이들이 많았는데, 사실 그 새싹은 바람에 날아온 엉뚱한 씨앗이 발아한 것이었다. 아직도 어떤 식물인지 알 수 없는 그 새싹은 아이들에게 시행착오와 기쁨, 놀라움, 호기심을 선사했다. 또 한번은 두 아이가 실수로 다른 아이의 화분을 완전히 엎은 일이 있었다. 화분을 엎은 아이와 화분의 주인 모두 ‘새싹이 죽을까’ 마음을 졸였지만, 꾸준한 보살핌 속에서 새싹들은 조금씩 다시 힘을 내 일어서 모두에게 큰 안도감과 행복감을 안겨주었다. 이렇듯 이 작디작은 생명들로 인해 아이들과 나는 다양한 상황을 마주하고 많은 감정을 공유했다.
아이들은 알까? 아이들이 허브를 키우며 느끼는 기대와 걱정과 믿음과 사랑 그리고 인내와 놀라움, 안도감, 기쁨… 이 모든 마음이 내가 아이들을 보며 느끼는 마음과 같다는 것을…. 아이들이 허브를 보살피는 과정을 통해 성숙해지는 것처럼 나도 아이들을 통해 하루하루 성장해 간다.
서보미(신상도 우리동네키움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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