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손보 암 보험금 미지급에 뿔난 암 환자들…보험금 지급 기준 따져보니
보험 심사 강화된 일부 보험사, 보조치료제 보험금 미지급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롯데손해보험의 암보험 가입자들이 일방적으로 보험금 지급이 거절됐다며 항의에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롯데손해보험피해자모임(롯피모)은 최근 롯데손보가 기존에 지급하던 암 면역 치료제에 대해 갑자기 부지급을 선언했다고 주장하며 단체 행동에 나섰다. 이에 <더팩트>는 롯데손보가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는 암 면역 치료제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현재 보험사 보험금 지급 기준은 어떠한지 따져봤다.
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롯데손해보험피해자모임은 지난 3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롯데손해보험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롯데손보는 기존에 잘 지급하던 암 면역 치료제에 대해 갑자기 부지급을 선언했다"며 "계약자별 치료비를 다르게 지급하거나 약관에 없는 의료자문 동의서를 강요한다"고 밝혔다.
롯피모 대표는 "모든 보험사가 지급 중인 치료제가 어떻게 하루아침에 보상 제외가 되었는지 롯데손보는 명쾌한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그저 1세대 실비보험 약관에 존재하지도 않은 '직접 치료'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롯피모 소속 보험 가입자는 '싸이모신 알파(Thymosin α)' 성분의 주사제를 투약해 면역치료를 받던 중 롯데손보가 해당 면역치료는 암 치료에 해당되지 않는다면서 '보험금 부지급' 판단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 롯데손보 암 보험금 미지급 논란···거절한 암 면역 치료제는 어떤 것?
보험업계에서는 보험 심사가 강화된 일부 보험사가 보조치료제에 대해 보험금을 미지급하고 있으며, 보조 치료제인 싸이모신 알파에 대한 보험금 지급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일부 보험사는 보조 치료제에 대해 실손보험 1~3세대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하고 있으나, 4세대 실손보험 가입자에게는 지급하지 않는다.
싸이모신 알파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서 면역기능이 저하된 고령환자의 인플루엔자 백신접종 시 '보조요법'으로 승인돼 있다. 식약처에 따르면, 암 환자에게 치료 목적으로 단독으로 쓰인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해 보조 치료제로 분류된 것이다.
한 보험설계사는 "식약처에 보조용법으로 직접치료가 아니면 지급할 의무가 없는 건 맞다"면서도 "식약처에 보조용법으로 등재된 게 가장 큰 문제인 듯 하다. 그 부분을 판명하는데 금융당국의 역할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분들이 맞으신 주사는 항암제가 아니라 면역증강제다. 모든 보험사들이 항암제면 당연히 지급했을 것"이라며 "통상 대부분 보험사들은 항암치료 이후 수년 도과 후에까지 이어지는 싸이모신 알파에 대해서는 보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도 "암 치료에 효능이 있다고 밝혀져 있는 성분이기 때문에 암 치료를 받거나 완치 중인 상황에서 (싸이모신 알파) 주사를 맞으셨다면 당연히 보험금 지급 사유에 해당하고, 완치 판명이 났는데도 추가 치료를 받을 경우 부지급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손보는 이에 대해 별도의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 보험사 암 보험금 지급 기준은?···'암의 직접 치료'로 볼 수 있느냐에 따라 달라
최근 보험사들의 암 보험금 미지급(부지급)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는 법원에서도 판결이 난 상황으로 보험업계에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 보험업계의 입장이다.
앞서 삼성생명과 DB손해보험도 요양병원에서의 입원 치료를 '암의 직접 치료'로 볼 수 있느냐는 문제로 암 실손 부지급 피해자 모임 등과 분쟁을 벌였다.
일례로 지난 2020년 대법원이 "요양병원 치료가 암 치료와 직접 연관성이 없으므로 약관에 따른 암 입원비 지급 사유가 없다"고 판단하면서 삼성생명은 최종 승소했다. 보험사에 대응하는 암 환우모임(보암모) 회원들도 삼성생명과의 합의를 통해 시위를 중단했다.
그러나 이후 금융감독원은 삼성생명에 대한 종합검사를 통해 약 500여건(520억 원)의 암 입원 보험금 청구를 부당하게 지급을 거절했다는 사실을 적발했다. 금융위원회는 "삼성생명이 암보험 부지급건은 보험업법을 위반했다"며 기관 경고 중징계와 함께 과징금 1억5500만 원 부과를 의결했다.
실제로 보험사들의 '약관상 면책 및 부책'을 사유로 가입자들의 보험금 청구가 거절되는 사례는 계속 늘고 있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국내 생보사의 지난해 상반기 보험금 부지급 건수는 5850건으로, 보험금 부지급 사유는 '약관상 면·부책'이 57%로 가장 많았다.
보험사들은 2009년 10월 이후 판매 상품에 대해 표준약관을 준용해 본인부담금 상한제를 '보상하지 않는 사항'으로 규정했다. 한 보험사 실손의료보험 신·구 약관에 따르면 보상하지 아니하는 손해 중 '피로, 권태, 심신허약 등을 치료하기 위한 안정치료비'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개별 사안에 대해서는 환자의 상태, 입원 치료의 필요성, 치료의 내용과 방법, 의사의 소견 등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백영화 연구위원은 보험연구원 요양병원 입원비 분쟁에 대한 검토 보고서를 통해 "법원 판례·금융감독원 분쟁조정사례에 의하면, 단순히 암 치료가 종료된 후에 그로 인한 후유증·합병증을 치료하거나 건강 회복을 위해 요양병원에 입원한 경우에는 암 치료 목적 입원으로 보기 어렵다"면서도 "암 치료가 계속되는 중에 요양병원에 입원해 면역력 강화, 후유증 치료 등을 하는 것이 향후의 암 치료를 계속하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경우에는 암의 치료를 위한 입원으로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백 연구위원은 "그러나 어떤 경우에 요양병원 입원 치료가 향후의 암 치료에 필수 불가결한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 자체도 간단하거나 명확한 사항은 아니어서, 결국 요양병원 입원 치료가 암입원비 지급 대상에 해당하는지는 일률적으로 결론 내릴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라며 "개별 사안에서 환자의 상태, 입원 치료의 필요성, 치료의 내용과 방법, 의사의 소견 등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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