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강도' 효과 본 여자축구 벨 감독 "선수들, 갈수록 강해졌다"
"지소연·조소현·이금민이 해줘야…2주간 더 날카롭게 만들 것"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자신이 천명한 '고강도 훈련'의 효과를 그라운드에서 제대로 보여준 여자 축구 대표팀의 콜린 벨 감독은 "선수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강해지는 모습을 보였다"고 흡족해했다.
벨 감독이 이끄는 여자 축구 대표팀은 8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이티와 평가전에서 전반 15분 먼저 한 골을 내줬지만 후반 연속 골을 터뜨리며 2-1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아이티전은 20일 개막하는 국제축구연맹(FIFA) 호주·뉴질랜드 월드컵을 앞두고 '고강도 훈련'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체력 훈련을 실시한 벨호가 성과를 점검받는 경기였다.
지난달 18일부터 소집해 지난주까지 하루 두 차례씩 '지옥 훈련'을 진행한 벨 감독은 연일 '체력'을 강조한 까닭에, 아이티전에 선수들이 얼마나 활동량을 보여줄지 관심을 모았다.
체격, 속도의 열세에 처해 선제 실점 후에도 경기력을 회복하지 못한 전반과 달리 후반 중후반이 되자 대표팀의 '스프린트 쇼'가 펼쳐졌다.
지친 아이티 선수들이 느려지자, 막판까지 활동량을 유지한 선수들이 오히려 빨라 보이는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공격에서는 느려진 수비진의 발을 공략하고, 수비에서는 역습을 따라잡아 무위로 돌린 대표팀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 공세를 펴다가 역전극도 썼다.
벨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어렵게 시작했는데, 갈수록 강해지기 시작했다. 이게 우리가 '고강도'라고 말하는 훈련의 일부가 드러난 것이라 생각한다"며 "그간 얼마나 오래 지속할 수 있고, 많은 활동량을 보일 수 있는지를 강조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주가 소집을 시작하고 3주 차다. (훈련) 강도가 높을 것이라 예상했고, 경기력과 결과를 동시에 챙기려고 했다"며 "(콜롬비아전까지) 남은 2주는 선수들을 더 날카롭게 만드는 작업을 할 거다. 힘들었을 텐데 시간이 지날수록 강해지는 모습을 보여줘 만족스럽다"고 했다.
특히 선수들이 '회복력'을 키워가는 어려운 과정을 버텨준 점에 흡족해했다.
벨 감독은 한국이 세계 강호들과 경기력 차이를 보이는 이유가 활동량이 아닌 '회복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잦은 스프린트를 선보이려면 질주 사이에 바닥난 체력을 다시 끌어올려야 하는 회복력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벨 감독은 "지금 시기는 대회 전의 대비 단계다. '프리 시즌' 정도라 생각해달라"며 "이 기간 최대 수준 강도로 훈련을 한 후 회복할 시간을 주는 식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훈련마다 고강도 스프린트를 실시하고, 어느 정도 수치를 달성해야 하는지 목표를 정했다. 그간 그 수치를 달성했고, 오늘 경기에서도 그런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했다.
다만 전반 실점의 빌미가 됐던 경기 초반의 느린 공수 전환에 대해서는 따끔하게 지적했다.
벨 감독은 한국말로 "수비 전환, 빨리빨리, 중요해요"라며 "오늘 전반전, 조금 느렸어요. 후반전은 괜찮았어요. 수비 전환이 문제"라고 말했다.
벨 감독은 "월드컵에서 콜롬비아, 모로코, 독일 등의 공통점은 (팀마다) 매우 빠른 선수가 있다는 점이다. 그게 최근 여자축구의 변화상이다. 빠르고 피지컬이 강한 선수들이 있는데, WK리그에서 우리 선수들이 경험하지 못하는 부분이라 준비를 잘해야 한다"고 했다.
수세에 몰렸던 전반과 압도적인 공세를 편 후반의 경기력이 달랐던 이유와 관련, 윙백 추효주(수원FC)의 위치를 조정했고, 하프타임에 간판 선수들의 분발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벨 감독은 지소연(수원FC)-이금민(브라이턴)-조소현(토트넘)으로 이어지는 우리나라 최고의 미드필더진을 꾸려 중원을 책임지게 했다.
A매치(국가대표팀 간 경기) 출전 수가 도합 371경기나 되는 셋이지만, 초반 아이티의 거센 몸싸움에 밀려 공수에서 제 몫을 하지 못했다.
벨 감독은 "지소연, 조소현, 이금민에게 '너희들이 이끌어야 한다'고 했다. 경험이 많고 정상급 선수들이라고 보기 때문"이라며 "이 선수들이 그 말대로 해준 것 같아 경기가 잘 이뤄졌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잊어서는 안 되는 부분이 있다. 조소현은 최근 6개월간 뛴 게 이 경기뿐"이라며 "토트넘에서 한 시즌 통틀어서 331분만 뛰었고 지소연도 발목 부상으로 시즌 중 어려움을 겪었다. 이런 강도의 경기는 오랜만이었을 텐데 시간이 갈수록 강해지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칭찬했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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