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격 사망’ 1년…한일 관계 개선 속 사라지지 않는 ‘아베 그림자’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빠릅니다. 벌써 1년이 지났다니…."
8일 낮 일본 도쿄 미나토구 조죠지(増上寺).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에게 헌화를 한 후쿠오카 출신 미야모토 씨는 "자신 만의 정책을 펼쳐온 아베 전 총리를 대신할 리더는 없다. 1년이 지났지만 슬픈 마음은 그대로"라며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이날은 나라현 야마토사이다이지(大和西大寺) 역에서 선거 지원 연설 도중 총에 맞아 숨진 지 1주년이 되는 날. 추모 행사가 열린 조죠지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몰렸습니다. 이곳은 지난해 사건 발생 후 아베 전 총리의 장례식이 열린 곳이기도 합니다.
추모 행사는 도쿄 뿐 만이 아니었습니다. 사건이 발생한 야마토사이다이지역에도 헌화대가 마련돼 추모객들의 헌화가 이어졌습니다. 1주일 전에는 아베 전 총리가 생전 좋아했다는 단어 '부동심(움직이지 않는 마음)'이 새겨진 위령비도 세워졌습니다.
아베 전 총리 사망 이후에도 일본 사회에선 아베 전 총리가 남긴 '레거시(유산)'이 변함없이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전쟁 가능한 국가'를 위한 평화 헌법 9조 개헌, 공격하기 전에 먼저 적을 공격하자는 취지의 '적 기지 공격 능력' 등의 논의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안보 관련 3대 문서 개정과 5년 내 43조엔(394조원) 방위비를 늘리기 위한 움직임도 가속화 되는 등 아베 전 총리가 강조했던 '강한 일본'으로의 움직임이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도 7일 "지난 1년간 아베 전 총리의 뜻에 보답하기 위해서 미룰 수 없는 과제를 하나하나 정면으로 임해 왔다"고 밝혔습니다.
집권 여당 자민당 등 정치권 내에서도 아베 전 총리의 영향력은 약해지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일본 정치·행정학자인 마키하라 이즈루(牧原出) 도쿄대 교수는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최장수 총리로 함께 선거에서 이겼던 기억이 큰 일본 자민당 안에서 아베 정책을 뒤집으면 여전히 외면 받기 쉬운 상황"이라며 "기시다 총리도 아베 전 총리와 노선을 완전히 달리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자민당 최대 파벌인 아베파의 수장이 여전히 공석 중인 점도 아베 전 총리의 영향력 강화에 한 몫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마키하라 교수는 "후계자를 따로 내세우지 않은 가운데 아베 전 총리의 유산을 청산하려는 새 리더가 나오기 쉽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집권 말기에 수출 규제 등 '한국 때리기'에 앞장 선 아베 식 한일 외교에 대해서는 다른 행보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3번의 정상 회담을 통해 한일 관계 정상화에 시동을 걸었고, 특히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잇단 무력 도발로 한미일 연계 강화가 힘을 얻고 있기 때문입니다.
마키하라 교수는 "아베 전 총리 집권 시기처럼 혐한 등 한국 때리기를 자처하는 모습도 사라지고 있고 한일 정상 간 셔틀 외교도 복원 된 만큼 양국 관계는 미래 지향적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김민지 도쿄 특파원
김민지 기자 mettymom@ichannela.com
Copyright © 채널A.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