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고독의 순간 [아트총각의 신세계]
Are you going with me?
클래식 음악 듣는 듯한 사진
머릿속 번잡함 사라지고
그 자리 달콤한 고독이 채워
가수 윤종신은 특별한 아티스트다. 어느 정도 부와 명예를 쌓으면 작곡 활동을 더 이상 하지 않는 아티스트가 제법 많은데, 윤종신은 반대다. '월간 윤종신'을 통해 음악, 영상, 사진들을 섞은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작품집에 모든 장르가 들어있는 셈이다.
10여년 전, 아라아트센터에서 인상적인 전시를 진행했다. 독일 음반사 ECM레코드가 진행한 전시였는데, 재즈와 클래식을 결합한 음악을 소개했다. 음악과 앨범에 사용한 이미지를 활용해 아라아트센터의 넓은 전시관을 꽉 채웠다.
ECM레코드는 그 이후에도 시각예술과의 협업을 꾸준히 진행했다. 최근 어떤 영역에서든 융합 예술이 뜨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ECM레코드의 시도는 시대를 나름 앞서간 측면이 있다.
이같은 ECM레코드사의 커버아티스트로 활동하는 안웅철 사진작가의 전시회 'Are you going with me?'가 7월 16일까지 여주미술관과 청담동에 있는 피쿠스갤러리에서 함께 열린다.
오랫동안 뮤지션을 찍어온 그는 그들과 영감을 주고받으면서 작품 활동을 해왔다. 때론 그들로부터 영감을 받고, 때론 그들에게 영감을 선물했다.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이루마가 안 작가의 사진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을 했다는 건 유명한 일화다. 안 작가 역시 두장의 음반을 발표를 했다고 하니, 가히 기막힌 컬래버레이션이라 할 수 있겠다.
이런 측면에서 안 작가와 ECM레코드의 만남은 운명적일지도 모르겠다. ECM레코드가 클래식과 재즈란 음악 못지않게 아름다운 커버로 이슈를 불러일으키곤 해서다. 안 작가의 사진은 ECM레코드사에서 내놓은 30여장의 음반을 통해 볼 수 있다. 한국 작가론 유일한 협업물이다.
ECM레코드의 설립자이자 대표인 만프레드 아이허는 안 작가의 사진작품을 이렇게 묘사했다. "안웅철의 사진은 역동성과 고요함, 그 사이에서 반짝이는 빛의 순간을 담아낸다. 그의 사진은 ECM의 음악들에 또 하나의 선명하고 강렬한 지점을 만들어 내고 있다."
안 작가 역시 "사진에서 음악을 듣는 듯한 느낌을 주고 싶다"고 말한다. "사진은 소리를 내지 못한다. 하지만 내 사진을 보는 이들에게 음악을 느끼게 하고 싶다. 아울러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고 싶은 감성을 내 사진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다."
필자는 안 작가의 사진을 볼 때마다 시적이면서도 클래식 음악을 듣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 알고 보면, 이는 안 작가의 의도였을 게 분명하다. 그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이상하리만큼 머릿속 번잡함이 사라지고, 그 빈자리를 '달콤한 고독'의 채운다.
그 고독의 시간은 몰입이다. 몰입은 자유이자 사유의 순간이다. 경제적으로든 정치적으로든 여러 이슈로 몸과 마음이 지쳐가는 요즘이다. 이럴 때 내적 평안을 얻고 싶다면 그의 작품을 보길 추천한다.
김선곤 더스쿠프 미술전문기자
sungon-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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