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11 현장] '스틸야드 철벽마저 넘었다' → '선두' 울산, '킬러' 주민규 결승골로 추격하는 포항 1-0 제압… 마침내 동해안 더비에서 웃은 호랑이
(베스트 일레븐=포항)
1위와 2위의 맞대결에서 1위가 웃었다. 적진 한복판에서 거둔, 그것도 아주 오랜만에 승전보를 울렸다.
8일 오후 6시, 포항시에 위치한 포항 스틸야드에서 하나원큐 K리그1 2023 21라운드 포항 스틸러스-울산 현대전이 킥오프했다. '동해안 더비'를 가져간 클럽은 울산이었다. 울산은 전반 24분 터진 주민규의 선제골을 끝까지 지켜내며 1-0 승리를 맛봤다. 이로써 울산은 K리그1 기준으로 1년 4개월여 만에 포항을 잡아냈다. 동시에 포항과 승점 차를 16점으로 벌리며 선두를 굳건하게 유지했다.
경기 초반 포항의 기세가 좋았다. 제카가 싸우고 측면의 김인성이 하프스페이스로 빠르게 진입하는 패턴이 효과적이었다. 조현우 울산 골키퍼의 선방이 아니었다면 울산은 실점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그래도 울산은 리그 선두 클럽답게 차분하게 볼을소유하고 진영을 정돈해갔다.
전반 20분경까지 가장 눈길을 끌었던 건 동해안을 대표하는 두 클럽의 응원전이었다. 포항 서포터들은 날을 잡았다는 듯 끊임없이 북을 치며 목소리를 냈고, 울산 서포터들 또한 그들의 선수들이 원정에서 기가 눌리지 않게끔 최선을 다해서 독려했다. 동해안의 왕좌를 다투는 게임이었던 만큼 팬들의 수준은 역시 대단했다. 이날 포항 스틸야드의 좌석은 매진이기도 했다.
전반 24분, 울산이 선제골을 터뜨렸다. 좌측 풀백 설영우가 포항 진영 오른쪽을 붕괴시키며 공간을 만들었고, 이내 위협적 크로스를 포항 골문 앞으로 붙였다. 쇄도하던 걸 마무리한 선수는 주민규였다. K리그1 최고의 킬러인 주민규는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골로 연결했다.
이후 포항도 공격 강도를 서서히 높였다. 포항을 막는 과정에서는 울산의 미드필더 강윤구가 경고를 받기도 했다. 전반 33분엔 포항의 U-22 자원인 고영준이 페널티 박스 앞에서 왼발 감아차기를 시도했다. 발끝을 떠난 볼은 조현우 골키퍼가 안전하게 처리했다. 전반 34분엔 홍명보 울산 감독이 선수를 교체했다. 강윤구 대신 이규성을 투입했다.
전반 39분엔 포항의 김준호가 세트피스 킥으로 울산 골문을 겨냥했다. 조현우가 다시금 볼을 쳐냈다. 이어진 포항의 코너킥. 같은 시퀀스에서 김준호가 파울을 얻었다. 그 사이 울산 벤치에서 항의를 하다가 조광수 코치가 심판으로부터 퇴장 명령을 받았다. 옐로카드를 거푸 받아 레드카드가 됐다. 전반 42분엔 김준호의 세트피스 킥이 제카의 머리를 봤다. 제카의 헤더는 울산 골문을 빗겨 갔다.
전반 추가 시간은 4분이었다. 추가 시간 막바지엔 박용우가 통증을 호솧며 그라운드에 주저앉았다. 이 타이밍에 심판은 곧장 전반전을 종료시켰다. 후반전이 시작하자마자 두 클럽 감독은 교체카드를 발동했다. 김기동 포항 감독은 김인성 대신 백성동을 넣었고, 홍 감독은 전반 막판 고통을 호소한 박용우 대신 이청용을 투입했다.
후반 초반엔 포항의 완델손과 울산의 김태환이 경합하는 과정에서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태환이 넘어졌고, 조현우 골키퍼가 달려와 완델손의 행동을 지적했다. 잠시 두 팀 선수들이 운집했는데, 심판의 중재 아래 상황은 일단락됐다. 후반 6분엔 포항의 백성동이 후방에서 날아온 롱패스에 완벽한 트래핑을 선보이며 슛까지 시도했다. 슛은 옆 그물을 흔들었지만 훌륭한 장면이었다.
후반 7분엔 포항의 센터백 하창래가 경고를 받았다. 울산의 좌측 풀백 설영우를 차단하는 과정에서 거친 파울을 범했다는 이유였다. 후반 8분엔 울산의 김민혁이 경고를 얻었다. 센터 서클 부근에서 고영준에게 태클을 범해서다. 더비였던 만큼 두 팀이 노랑 딱지를 쌓아가는 속도고 빨랐다.
후반 15분, 포항이 결정적 찬스를 잡았다. 우 측면 빌드업을 통해 공간을 만들었고, 크로스가 위험 지역으로 쇄도하던 백성동에게 연결됐다. 백성동은 시간을 끌지 않고 곧장 발리슛을 시도했다. 궤적도 좋았고, 타이밍도 깔끔했다. 하지만 울산엔 수호신 조현우가 있었다. 조현우는 동물적 감각으로 백성동의 슛을 처리했다.
이 장면 이후 김 감독이 교체 카드를 발동했다. 김준호 대신 한찬희가 들어갔고, 고영준 대신 이호재가 그라운드를 밟았다. 김 감독은 미드필더 성향의 고영준을 빼고 이호재를 넣으며 전방에 두 개의 탑, 이호재와 제카를 세워두는 전략을 취했다. 한찬희는 중앙으로 스며들어 오베르단과 호흡했다. 후반 18분엔 포항의 제카가 어려운 상황에서 시도한 헤더가 골대에 맞고 흐르기도 했다.
후반 초반엔 포항이 공을 더 많이 쥐었다. 전반 초반엔 포항이 역습을 하는 형태였다면, 골이 터진 이후 시간이 흐를수록 포항이 공을 탈취하고 보유하는 횟수가 늘어났다. 후반 25분엔 포항 한찬희의 중거리슛이 울산 골문을 한 차례 겨냥했다. 후반 26분 그랜트의 왼발 중거리슛이 김태환을 맞고 애매한 궤적으로 변질 됐다. 볼은 울산의 골대를 맞고 튀어나왔다. 그랜트는 아쉬움에 머리를 감싸 쥐었다.
경기가 체력적으로 힘들어지는 시간대에 돌입했다. 홍 감독은 교체 카드 두 장을 동시에 사용했다. 공격 쌍두마차였던 바코와 주민규를빼고 김지현과 조현택을 넣었다. 김지현은 스트라이커의 자리로 들어갔고 조현택은 왼쪽 윙에 위치해 바코의 빈자리를 메웠다. 이즈음 경기장을 찾은 관중의 숫자가 발표됐다. 14,486명이었다. 15,500석에 육박하는 포항 스틸야드를 인파가 꽉 메운 게임이었다. 후반 중반에도 경기장 북쪽과 남쪽에선 각각 "스틸러스", "울산 현대"라는 구호가 전투하듯 오가고 있었다.
김 감독은 교체카드를 사용했다. 후반 35분, 김승대를 대신해 김용환이 들어갔다. 4-4-2 포메이션에서 기동력을 최대한으로 확보하려는 생각인 듯했다. 이제 잔여 시간은 많지 않았다. 포항엔 동점골이, 울산엔 클린시트가 요구되는 시점이었다.
후반 40분엔 울산의 교체 자원 조현택이 중앙으로 빠르게 쇄도하며 파울을 얻어냈다. 그 사이 홍 감독은 공격수 루빅손을 빼고 정승현을 넣으며 수비를 두터이 했다. 스코어를 굳히겠다는 계산인 듯했다. 김 감독은 김용환을 빼고 박찬용을 넣으며 다시금 전략을 변경했다. 마지막까지 해보겠다는 의지였다.
후반 추가 시간은 5분이었다. 동해안 더비의 마지막은 더욱 뜨겁게 타올랐다. 하지만 울산의 굳기가 기대 이상이었다. 울산은 포항의 파상공세를 끝까지 견뎌냈다. 페널티 박스 안에 운집한 선수들의 응집력은 대단했다. 결국 울산은 오랜만에 동해안 더비에서 승리했다. 주민규의 결승골을 끝까지 잘 지켜냈다.
글=조남기 기자(jonamu@soccerbest11.co.kr)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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