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소트니코바에 빼앗긴 金 되찾나... "IOC에 입장 요구" 올림픽 전문 매체도 나섰다
영국 매체 인사이드 더 게임즈는 7일(한국시간) "2014 소치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챔피언 소트니코바가 B-샘플에서 도핑테스트 양성 반응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본 매체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국제빙상연맹(ISU)에 이와 관련해 입장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인사이드 더 게임즈는 올림픽 소식을 다루는 매체로 지난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카밀라 발리예바(17·러시아)가 도핑테스트에서 적발된 당사자임을 단독 공개한 이력이 있다. 발리예바 사건 당시에도 적극적인 질의로 ISU의 후속 대응을 끌어낸 바 있다.
해당 발언은 소트니코바가 러시아 유명 인플루언서 릴리아 아브라모바의 유튜브 '타타르카 FM'에 출연해 러시아의 최근 잇따른 올림픽 도핑 논란과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 피겨스케이팅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발리예바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밝히던 중 나왔다.
소트니코바는 "2014년 올림픽 당시 첫 도핑 검사에서 양성 판정이 나왔다. 나는 재검사를 받아야 했고 두 번째 샘플을 열었을 때 음성 판정이 나왔기 때문에 징계를 받지 않았다. 당시 기분은 정말 끔찍하고 우울했다"고 9년 전 기억을 떠올렸다.
이 발언은 곧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최종 판정은 음성이었을지 몰라도 일단 양성이 한 번 나온 이상 약물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 더욱이 소트니코바는 2016년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실시한 러시아 피겨스케이팅 선수에 대한 맥라렌 보고서에서 소변 샘플이 훼손된 당사자 중 한 명으로 알려져 있어 이미 약물 논란이 있던 상태였다. 6일 러시아 매체 스포츠RBC에 따르면 2017년 러시아 모스크바 반도핑연구소 그레고리 로드첸코프 전 소장의 요청에 따라 소트니코바를 도핑 의심 명단에서 제외됐다. 이후 IOC와 ISU도 추가 조사를 하지 않으면서 이 건은 묻혔었다.
하지만 소트니코바 본인이 스스로 양성 판정 사실을 고백하면서 7년 전 논란도 다시 언급되고 있다. 인사이드 더 게임즈는 "2014 소치올림픽은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이 스포츠 워싱(스포츠를 통한 이미지 세탁)을 시도한 대표적인 사례였다. 또한 그 대회의 권위는 국가 차원에서 후원했던 도핑 프로그램에 대한 후속 폭로로 인해 손상됐다"면서 "소트니코바도 그 중 한 명이었지만, (2017년 당시) IOC는 '유효한 증거 내에서 도핑 규정을 위반했다고 볼 만한 충분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피겨스케이팅 연맹의 부인 다음 날인 7일에는 세계반도핑기구(WADA)의 입장이 나왔다. 러시아 국영 통신사 중 하나인 타스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반도핑기구는 "이 문제에 대한 정보가 없다"고 사실상 입장 표명을 거부했고, WADA 관계자는 "소트니코바의 도핑 양성 판정 논란은 IOC에 문의할 사안이다. 도핑 결과를 관리하는 기관은 IOC"라고 책임을 떠넘겼다.
만약 IOC의 재조사를 통해 소트니코바의 금지약물 복용 사실이 알려진다면 메달은 박탈되고 차점자인 김연아가 금메달을 받게 된다. 당장 우리나라 역도계가 IOC의 과거 올림픽에 대한 도핑테스트 재조사로 수년 후 수혜를 본 바 있다. 장미란(40)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은 2012 런던올림픽 당시 여자 역도 최중량급(75㎏ 이상)에서 4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2016년 뒤늦게 도핑테스트 결과가 공개됐고 그 중 동메달리스트였던 흐리프시메 쿠르슈디안(아르메니아)의 이름이 있어 장미란이 동메달 수상자로 격상됐다.
같은 재조사를 통해 2012 런던올림픽 남자 역도 94㎏에서 8위에 올랐던 김민재(40·은퇴)도 무려 6단계를 뛰어올라 은메달리스트로 공인받았다. 금, 은, 동메달리스트뿐 아니라 4위, 6위, 7위, 11위 선수가 모두 도핑 양성 판정을 받은 것이 드러났기 때문. 김민재는 2019년 전국체전에서 뒤늦게 은메달을 받으며 영광을 되찾았다.
이처럼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져 명확한 증거를 찾을 수 있다면 김연아의 금메달 탈환도 가능한 시나리오지만, 실현 가능성은 현재로선 판단조차 하기 어렵다. 소트니코바가 말한 시료가 남아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IOC와 ISU가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야 재조사를 할 수 있다. IOC와 ISU의 입장 표명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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