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브리핑] '실체' 드러난 北정찰위성…"군사적 효용성 없다"
<출연 : 이준삼 연합뉴스 기자>
[앵커]
한 주간의 한반도 정세와 외교안보 이슈들을 다시 한 번 정리해보는 토요일 대담코너 '한반도 브리핑'입니다.
오늘도 외교안보, 국제 분야 취재하는 이준삼 기자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오늘 짚어봐야 할 주요 이슈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먼저 핵심 내용부터 요약해주시죠.
[기자]
네, 이번 주에는 우리 군이 북한 위성체 잔해를 인양했다는 소식과 북한의 마스크 착용 해제 동향 등이 눈길을 끌었는데요.
이 내용들 중심으로 한 주간의 한반도 정세를 되짚어보겠습니다.
우리 군당국이 서해로 추락했던 북한 위성체의 주요 부분을 인양했다고 공식 확인했습니다.
특히 한미 당국의 분석 결과, 군사적 효용성이 전혀 없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군사적 목적보다는 정치적 목적에서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했을 거란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성공적인 위성 발사를 통해 경제난 등 각종 위기국면을 돌파하려 했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북한이 주민들의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한 것으로 보이는 동향이 포착됐습니다.
수년째 '셀프 봉쇄'를 이어온 북한이 본격적인 대외 활동에 나설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다음주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ARF 외교장관회의에 북한 최선희 외무상이 참석할지 여부에 외교가의 시선이 쏠리고 있습니다.
북한의 태도 여하에 따라 대화 분위기가 되살아 날 수 있다는 기대섞인 전망도 흘러나고 있습니다.
[앵커]
북한이 군사정찰위성 1호기 모습을 공개했을 때부터 가장 궁금했던 건, 과연 성능이 어느 정도 일까하는 부분이었는데요.
그런데 우리 군 당국이 이런 의문점에 분명한 평가를 내놨죠.
우선 군 당국의 발표 내용, 다시 한 번 정리해주시죠.
[기자]
네, 지난 5일 서해로 추락했던 북한 우주발사체 및 위성체 잔해물을 탐색하고 또 수거하기 위한 우리 군당국의 작전이 지난 5일 종료됐습니다.
북한이 발사체를 쏜게 지난 5월 31일이었으니까, 36일 만에 인양 작전이 모두 끝난 셈인데요.
이에 대한 합동참모본부 발표 내용을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이성준 /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 "이번 작전을 통해 북한의 우주발사체와 위성체의 주요 부분을 인양하여 한미 전문가가 면밀히 분석한 결과 정찰위성으로서의 군사적 효용성이 전혀 없는 것으로 평가하였습니다."
들으신 것처럼, 우리 군당국이 한동안 한반도에 긴장 국면을 조성했던 북한의 군사정찰위성에 대해 "군사적 효용성이 전혀 없다"는 아주 짧고도 단호한 총평을 내놓은 건데요.
사실 그동안 많은 전문가들은 정찰위성으로 사용하려면 위성 카메라 해상도가 '1m' 급, 그러니까 지상에 있는 가로, 세로가 1미터인 물체가 한 점으로 보이는 수준은 돼야 한다고 지적해왔는데요.
그런데 군 당국이 그야말로 '일언지하식' 평가 절하를 한 점을 고려해 볼 때, 북한이 만든 만리경 1호는 여기에 훨씬 못미치는 수준으로 예상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 실제로 일부 언론에선 이 정찰위성 해상도가 10.20미터, 웬만한 상업위성보다 떨어진다는 보도도 나왔는데요.
예를 들자면, 북한이 지난해 12월 '위성 시험품'에서 촬영한 사진이라고 주장하며 공개했던, 용산 일대를 촬영한 위성사진의 해상도가 20m 수준이라고 합니다.
다만, 우리 군당국은 인양된 잔해 중에 어떤 장비나 부품이 포함돼 있는 지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북한이 우리 군의 잔해 인양과 분석 상황을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는 만큼, 이 부분에선 끝까지 전략적 모호성을 가져가겠다는 뜻으로 보이고요.
그러면서도 이번에 북한 군사정찰위성의 성능에 대해 분명하고도 단호한 분석결과를 내놓은 건, 많은 국민들이 우려하고 궁금해했던 부분이란 점을 감안한 조치가 아니었나, 이렇게 해석을 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왜, 북한이 많은 자원을 투입해 군사적으로 효용성이 없어보이는 군사위성을 발사하려 했을까 하는 또 다른 의문점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요.
여기에 대해선 어떤 분석과 해석들이 나오고 있는 건가요?
[기자]
전문가들은 일단 '정치적 배경' 부분에 가장 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포스톨 MIT 명예교수는 정찰위성은 카메라가 지상의 목표물을 촬영할 수 있도록 방향을 잡도록 해야 하는데 이 부분이 매우 어려운 기술이라고 지적하면서
북한의 위성 발사는 "기술적으로 발전된 국가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며 '종이 인형'(paper doll)에 불과한 위성으로 전 세계를 정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위협하려는 의도라고 평가했습니다.
또 브루스 베넷 미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도 김정은 위원장이 한국의 누리호 발사 성공에 자극을 받은 것 같다면서 "심각한 식량 부족 등의 문제 앞에서 위성발사 성공을 통해 지도자 이미지를 강화하려는 목적도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북한 입장에서는 이 정도 수준의 정찰위성이라도 군사적 활용 가치가 있다는 반론들도 제시되고 있습니다.
예컨대,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해상도가 떨어지더라도 "북한 입장에선 탱크나 트럭, 함정 정도만 식별해도 큰 군사적 효용성이 있을 것"이다, 이런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북한이 추가 발사를 예고한 만큼, 북한 정찰위성 소식은 추가동향이 포착되면 그 때 다시 한 번 살펴보도록 하죠.
북한 당국이 7월부터 주민들의 실내외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한 것으로 보인다는 동향이 관측됐다고 하죠?
[기자]
북한 주민들이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모습이 최근 조선중앙TV를 통해 방영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달 30일 방송만 봐도 이렇게 실내 동원행사에서는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는데, 지난 3일에는 청년 수백여 명이 '노마스크' 상태로 극장에 빼곡히 앉아있는 모습이 방송이 됐습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보도된 사진에서도 이달 들어 코로나19 방역 등 일부 현장을 제외하면 북한 주민들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 당국도 "마스크 착용이 현저하게 많이 줄었고 극히 부분적으로만 착용하고 있다"면서 방역 해제 동향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북한의 방역조치 완화 여부가 주목 받아온 것, 북한이 코로나 이후 대외 접촉을 완전히 차단해왔기 때문 아니겠습니까, 방역 조치 완화는 곧 대외교류 재개 움직임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건데요.
이와 관련해 어떤 추가적 동향들이 있는지도 좀 소개를 해주시죠.
[기자]
네, 국제 스포츠 대회 복귀 신호도 감지가 되고 있습니다.
항저우 하계 아시안게임이 오는 9월 23일 개막 하는데요.
코로나 사태 이후 두문불출했던 북한이 이 대회 참가와 함께 5년만에 국제 스포츠 무대에 복귀할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 체육당국이 지난달 14일 기자회견에서 참가 대상인 국가올림픽위원회 회원국 모두 참가 신청을 했다고 밝히며 사실상 북한 대표단의 출전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외신에서는 북한이 약 200명의 선수, 코치, 임원 등 선수단을 등록했다는 보도도 나왔고요.
구체적인 참가 종목이나 주요선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축구와 수영, 용선 등에 등록하고 북한이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여온 역도, 체조, 레슬링 등도 포함됐을 거란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른바 혈맹인 중국에서 열리는 대회인 만큼 고위급 대표단의 방중도 예상되고 있는데요.
북한 최고지도부를 구성하는 정치국상무위원이자 국가체육지도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덕훈 내각총리 등이 꼽히고 있습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는 우리나라도 선수와 코치진을 포함해 역대 최다인 1천180명의 선수단을 파견할 예정인데요.
남북 선수들과 대표들이 오랜 만에 같은 경기대회에서 얼굴을 맞대는 자리가 되겠지만, 한반도 정세가 크게 경색돼 있는 국면인만큼 좀 데면 데면한 분위기가 연출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앵커]
그런가 하면 바로 다음 주에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아세안지역안보포럼, ARF가 열리는데 여기에 최선희 외무상이 참가할 가능성도 있다고 하죠?
[기자]
13일과 14일 이틀 간 열리는 ARF 외교장관회의는 매년 한, 미, 일, 중, 러 등 역내 주요 국가들이 모두 참석하는데다, 북한이 참여해온 거의 유일한 역내 안보협의체라는 점에서도 주목을 받아왔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2018년을 마지막으로 외무상을 보내지 않고 있습니다.
당시 빈손으로 끝난 하노이 북미정상회담과 또 그 이후 코로나 사태 등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하지만, 앞서 보신 것처럼, 북한도 이제 코로나 상황에서 벗어나 엔데믹으로 전환하려 하고 있고, 또 국제 스포츠 무대에 복귀하려는 동향들이 관측되는 상황 아니겠습니까?
작년 6월 승진한 최선희 외무상은 오랜 기간 북한 외무성 내 실세로 불려온 인사인 만큼, 그가 ARF에 참석한다면 현재의 경색 국면을 바꿀 수 있는 변수들이 만들어질 수 있지 않나 하는, 기대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는데요.
다만 미국측 반응은 좀 냉담해보입니다.
이번 ARF를 계기로 북한과 어떤 만남도 예상하지 않는다, 이런 반응이 나왔는데요.
다만 외교라는게 늘 수면 위로 드러난 것과 물밑에서 진행되는 상황이 사뭇 다른 경우가 왕왕 있는 터라, 어떤 상황들이 연출될지 좀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앵커]
최근들어 북한의 식량 사정이 좋지 않다는 분석이 계속 나오고 있는데, 유엔 기구가 예년보다 훨씬 많은 규모의 지원금 목표를 제시했다고 하죠?
[기자]
세계식량계획 WFP가 올해 하반기 북한 지원에 필요한 자금으로 3천800만 달러, 우리돈으로 약 497억원을 제시했습니다.
지난해 목표치에 비해 3배가 넘는 수준이라고 하는데요.
WFP는 "국경이 다시 열리면 즉시 보육원 어린이와 임산부, 모유 수유 여성, 병원 환자 등을 위한 식량 지원을 재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의 봉쇄령으로 근년들어 국제기구와의 인적 교류도 거의 끊어져서, WFP도 북한의 식량 부족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을것 같진 않지만, 어쨌든 심상치 않다고 보는 기류가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앞서, 우리 국정원은 지난 5월 말 국회 정보위 업무보고에서 "북한의 옥수수, 쌀 가격이 급등했고, 또 북한 내 아사자 발생이 예년의 3배나 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또, 지난달 중순 열린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 내용도 주목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이는데요.
당시 관영매체를 통해 발표된 회의 결과를 보면 구체적인 성과 보다는 '결점 폐단', '규율 미확립' 등을 여러 번 거론하며 주요 정책 이행이 부진하다는 점을 시사한 바 있습니다.
이런 저런 점들을 종합해 본다면, 북한 입장에서는 당분간 식량난 등 경제 상황을 개선시키는게 최우선 순위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앵커]
얼마 전 북한 대학생들이 미국 정보기술 기업이 주최한 코딩 대회에 나가 최상위권을 휩쓸며 화제가 됐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결과를 놓고 미국 내에선 오히려 북한의 '사이버 범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북한 학생들의 우수한 재능마저 경계의 대상이 되고 있는 이런 안타까운 현실의 배경들을, 북한 당국도 좀 곰곰히 되새겨봤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한반도 브리핑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이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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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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