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1년 기다린 백신 인과성 평가지 절망만 가중..."애매모호한데 부실까지"
전혀 알 수 없는 ‘알려진 이상 반응’
이상반응, 고령까지 기저질환으로 보는 근거, 어디에?
사인불명에 인과성 없다…망자에 쾌유 비는 무책임 ‘수두룩’
개선 요구 법 개정안 국회에
‘백신을 접종한 증거를 확보했으나 피접종자의 부검 결과 사망원인은 불명이나 치명적인 부정맥 등에 의한 심장의 원인으로 급성심장사 가능성이 우선 고려된 점, 부검감정서상 사인이 급성심장사로 추정된 점을 고려할 때 현재까지 예방접종과의 인과성이 인정되지 않아 보상이 되지 않는 것으로 결정됐습니다.’
모더나 1차 접종 뒤 급성 심정지로 숨진 A(20) 씨의 유족이 지난달 1일 질병관리청으로부터 받은 코로나19 예방접종 뒤 이상 반응 피해보상 심의 결과 안내문에 적힌 내용이다. 유족은 “접종 이후 건강했던 청년이 급성심장사로 숨졌다는 것 같다”면서 “백신 부작용으로 급성심장사가 왔을 수도 있는데, 이런 가능성이 배제된 배경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없다. 누가 위원회 판단을 납득하겠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유족은 또 “백신 맞고 하루아침에 사람이 죽었는데, 1년 넘게 기다린 인과성 평가지에는 단 몇 줄의 문장만 쓰여 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매불망’ 기다린 인과성 평가지…피해자·유족에게 좌절만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 2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지난 5월 정부는 사실상 코로나19 사태 종식을 의미하는 ‘엔데믹’을 선언했고,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해제되는 등 변화에 따라 사회 전반에서 ‘팬데믹’이 불러온 긴장감은 점차 사라졌다. 하지만 백신 접종 뒤 이상 반응으로 중증 질병과 장애로 고생하는 이들과 목숨을 잃은 이들의 유족은 아직 끝나지 않은 기다림의 시간을 보낸다. ‘백신 인과성 평가지’라 불리는 코로나19 예방접종 뒤 이상 반응 피해보상 심의 결과 안내문을 아직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백신 접종 이후 이상 반응으로 일상을 잃어버린 이들은 청천벽력처럼 자신에게 닥쳐온 사회적 재난의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1년, 2년 넘게 이 평가지를 기다렸다.
현행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감염병예방법)은 질병관리청장이 예방접종과 질병 장애 사망의 인과관계를 판단해 120일 이내에 관련 보상 결정 등을 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번 팬데믹 상황에서 이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과성 심의 기간이 120일이 지나면 심의 신청자에게 별도의 안내를 하도록 하는 절차도 없어서 피해자들은 평가지를 오매불망 기다릴 뿐이다. 그렇게 백신 접종자와 유가족을 애태운 평가지가 최근 속속 전달됐는데, 내용을 본 이들의 입에서는 “도통 모르겠다”는 이야기만 나왔다. 중중 환자와 사망자 가족의 대다수가 백신과 이상 반응 간 인과성이 없다는 평가지를 받았는데, 이들은 우 씨 가족처럼 자세한 설명도 없는 몇 줄의 난해한 문장으로는 가족의 어이없는 불행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취재진이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이하 코백회)에 등록한 회원 362명 중 46명의 공개된 인과성 심의 결과지를 분석한 결과 대부분 결과지가 의료 비전문가 이해하기 어려운 요약적인 단어로 작성된 심의 사유를 담고 있었다. 이들 평가지는 2021년 4월부터 가장 최근인 올해 6월 1일까지 기간에 백신 접종자와 가족이 질병청으로부터 받은 것인데, 이 중 28건은 올해 받았다.
▮전혀 알 수 없는 ‘알려진 이상 반응’
그 내용을 건별로 보면 화이자 3차 접종 뒤 뇌출혈로 숨진 B(50대) 씨의 이상 반응 인과성 심의 결과 안내문을 보면 질병청이 판단 근거로 내세우는 ‘알려진 이상 반응’의 출처나 내용이 전혀 언급돼 있지 않았다. ‘백신을 접종한 증거를 확보했으나 피접종인에게 나타난 의식 소실, 좌측 위약감은 백신별 알려진 이상 반응에 해당하지 않고 상기 증상으로 의료기관에 내원해 시행한 검사상 뇌내출혈 소견이 관찰된 점을 고려할 때 예방접종과 인과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경우에 해당해 보상되지 않는 것으로 결정됐습니다.’
이렇다 보니 유족은 접종 뒤 겪은 의식 소실, 좌측 위약감 등 이상 증상이 왜 부작용 증상에 해당하지 않는지 안내문을 받고 나서도 알 길이 없다. 또 안내문에는 B 씨의 뇌내출혈 등을 근거로 인과성이 인정되기 어렵다고 밝혔는데, 이 역시 뇌내출혈을 인과성 미인정 사유로 판단한 근거가 구체적으로 설명돼 있지 않아 유족은 그 내용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분석 대상인 전체 46건의 피해자 판정지에서 인과성 평가 신청자의 백신 접종 뒤 이상 반응이 ‘알려진 (백신) 이상 반응’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표현이 29차례 나왔다. 이 외에 자세한 설명이 없다 보니 평가지를 받은 피해자나 그 가족은 알려진 이상 반응이 무엇인지, 해당 반응이 어디에 알려진 것인지 등을 알 수 없다. 취재진이 질병관리청 보상심사 업무 담당자에게 관련 질문을 했지만, 제대로 된 답변을 듣지 못했다.
아스트라제네카 2차 접종 뒤 간 괴사 등으로 숨진 C(60대) 씨 유족은 ‘(고인이) 접종 이후 쓰러졌을 때 고혈당이 확인됐으나 이는 알려진 백신 이상 반응에 해당하지 않고, 복부 영상 검사상 거대한 기종성 농양, 복강기종, 혈복강, 신장의 다발성 피질의 괴사 또는 경색 소견 고려할 때 예방접종과 명확히 인과성이 없는 경우’라고 적힌 안내서를 받았다. 유족들은 “고인의 접종 이후 이상 반응이 알려진 백신 이상 반응이 아니라는 점만 명시됐을 뿐, 그것이 백신 이상 반응이 아닌 진짜 이유는 전혀 적혀 있지 않다”며 “결국 알려진 게 아니면 접종 이후 생긴 이상 반응은 인정하지 않겠다는 게 아니겠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보건 당국이 백신 접종자가 겪는 이상 반응이 백신 후유증이 아니라는 직접적 근거를 설명하지 못하면서 잘 알려진 이상 반응이 아니라는 이유로 부작용으로 인정하지 않는 소극적 판단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변형된 ‘일반적 백신의 이상반응’도 답답
아스트라제네카와 모더나 교차 접종 뒤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숨진 D(60대) 씨의 유족은 질병청으로부터 ‘(고인인) 피접종자에게 나타난 호흡곤란, 실신 등 증상이 백신별 알려진 이상 반응에 해당하지 않으며, 증상이 접종일 기준 약 10일 후 발생한 점은 일반적 백신의 이상 반응 양상과 다르므로 예방접종과 인과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경우에 해당한다’는 결정문을 받았다. D 씨의 평가지에는 ‘알려진 이상 반응’이라는 문구 외에도 ‘일반적 백신의 이상 반응’이라는 표현이 나왔다.
호흡곤란 실신 등은 위독한 환자에게 나타나는 일반적 증상인데, 유족은 이런 증상이 ‘알려진 이상 반응’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 외에는 다른 인과성 미인정 사유를 통보받지 못했다. 또 접종 뒤 10일이 지나고 이상 반응이 나타난 것이 왜 일반적 이상 반응의 양상과 다른지도 납득이 안 된다. 접종 뒤 며칠 안에 이상 반응이 나타나야 인과성이 인정되는지, 또 그런 이상반응은 뭐가 있는지, 이런 기준을 제시한 주체가 누구인지 등이 평가서에 명시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질병청 인과성 판단의 기준으로 삼은 ‘일반적 백신의 이상반응’ 표현은 분석 대상 평가지 46건 중 3건에서 나타났는데, 해당 평가지 모두 관련 상세 설명 내용이 없었다. 유족은 “질병청이 일반적 이상반응이라는 것을 기준으로 제시하는데, 일반적 이상반응이라는 것을 누가 정하는지, 내용이 뭔지 알아야 질병청 결정을 납득할지 말지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지금의 질병청 평가서는 지나치게 일방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긴 설명 눈 씻고 읽어도 인과성 인정 않는 직접 설명 안 보여
모더나 1차 접종 뒤 급성 백혈병과 심근염으로 숨진 E(50대) 씨의 백신과 인과성 평가서에 적힌 평가 사유는 A4 용지 규격에 적힌 5줄뿐이었다. 질병청은 1)피접종인에게 나타난 인후통은 백신별 이상 반응에 해당하지 않으며, 2)발열 증상은 의료기관에 내원해 시행한 검사 결과 염증 수치 상승 소견을 고려할 때 감염에 의한 증상으로 추정되며, 3)사망진단서 상 직접사인이 급성백혈병인 점을 고려할 때, 예방접종과 명확히 인과성이 없는 경우에 해당해 현재까지 예방접종과의 인과성이 인정되지 않아 보상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
1), 2) 내용 모두 E 씨가 접종 뒤 겪은 인후통과 발열 모두 백신의 이상 반응이 아니라는 내용이다. 코로나19 백신의 알려진 일반적 이상 반응이 무엇인지, 해당 이상 반응은 누가 정하는 것인지 등 구체적 내용은 안내서에 적혀 있지 않았다. 직접적 사인으로 확인된 백혈병이 백신 접종과 관련 없다고 보는 실제 근거가 제시돼야 하는데, 그런 내용은 전혀 없다.
화이자 3차 접종 뒤 숨진 F(30대) 씨 평가지에는 1)~6)까지 발생 사실이 나열된 뒤 이 때문에 인과성 인정할 수 없다고 적혀 있었으나, 정작 이를 읽는 이는 왜 인정되지 않는 건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신청하신 사례는 1)백신을 접종한 증거를 확보했으나 2)피접종인에게 발생한 복통 증상의 발생 시기(접종 후 38일째)가 늦은 점은 백신 접종과의 시간적 개연성이 낮고, 3)해당 증상으로 의료 기관 내원해 시행한 검사 결과 소장암으로 진단받아 이에 준한 수술(소장절제술 및 문합술)을 받은 점과 4)경과 관찰 중 낙상에 의한 의식 소실 및 두부 손상 발생하고, 5)지속적인 심정지 반복으로 사망한 점과 6)부검감정서상 사인이 폐혈전색전증(추정)으로 확인된 점을 고려할 때 예방 접종과 인과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경우에 해당해 예방접종과 인과성이 인정되지 않아 보상되지 않는 것으로 결정 및 심의 결과 기각으로 판정됐습니다.’
▮접종 뒤 이상반응, 고령까지 기저질환으로 보는 근거, 어디에?
화이자 2차 접종 뒤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G(60대) 씨의 안내서도 구체성이 떨어지기는 마찬가지다. ‘백신을 접종한 증거를 확보했으나 피접종인의 의무기록 등을 검토한 결과 백신 접종보다 ‘전신 상태’에 의한 급성심근경색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판단돼 백신과의 인과관계가 인정되기 어려운 경우에 해당해…(생략).’
이 내용을 보더라도 G 씨 전신 상태의 어떤 점이 백신 접종보다 더 이상 반응의 원인이 될 수 있는지 설명이 없다. 지자체의 예방접종피해조사반 회의 결과 보고서를 보면 G 씨의 혈액검사 소견, 과거 스텐트 삽입 시술 받은 병력 등이 적혀있다. 이 내용이 전신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라면 이런 병력이 G 씨의 심근경색을 초래했을 수 있다고 본 판단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내용은 보고서에 없었다.
모더나 1차 접종 뒤 패혈성 쇼크로 사망한 H(40대) 씨 유족은 보건 당국으로부터 ‘소변량 감소는 백신별 알려진 이상 반응에 해당하지 않으며, 접종 3일 뒤 나타난 구토 고열 설사 옆구리 통증 증상으로 의료기관 검사 결과 감염성 장염 소견이 관찰된 점, 부검 결과 사인이 패혈성 쇼크로 추정됨을 고려할 때 예방접종과 인과성이 인정되기 어렵다’는 내용의 안내서를 받는다. 안내서 어디에도 패혈성 쇼크가 백신 이상 반응이 안 되는 이유는 적혀 있지 않았다.
화이자 2차 접종 뒤 숨진 I(80대) 씨 유족은 ‘백신보다는 뇌간의 뇌출혈로 인한 사망으로 판단된다’는 내용의 피해보상 심의 결과 안내서를 받았다. 유족은 “뇌출혈 자체가 백신 부작용이 될 수 있는 것 아니냐. 그 부분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지자체 피해조사반 심의 결과 안내문에는 I 씨 질환이 접종보다 기저질환으로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적혔는데, 기저질환으로 고령이 명시돼 있었다. 유족은 “결국 백신 맞고 돌아가신 아버지의 사인이 고령이라는 것인데, 다른 자세한 설명도 듣지 못하고 그 어떤 자식이 납득하겠냐”고 되물었다.
▮사인불명에 “인과성 없다”…망자에 쾌유 비는 무책임 ‘수두룩’
인과성을 판단할 객관적 자료가 부족해 인과성을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보상하지 않겠다는 피해보상 심의위원회의 판단은 여전했다. 해당 피해보상 심의 결과 안내문에는 질병청은 아스트라제네카 1차 접종 이후 숨진 J(60대) 씨에 대해 1)백신을 접종한 증거를 확보했으나 2)피접종자에게 나타난 어지럼증 기침 콧물 증상으로 내원해 처방받은 (약물) 외에 특별한 소견 확인되지 않았으며, 3)또 의무기록 부검 등을 진행하지 않아 의학적 기록을 확인할 ‘객관적 자료가 부족한’ 점을 고려할 때 예방접종과의 인과성이 인정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처럼 구체적이지 않은 심사 결과 안내문은 접종 이후 사인 불명으로 숨진 이의 유족을 더 답답하게 한다. AZ, 모더나 교차 접종 이후 급성심근경색으로 숨진 K(30대) 씨의 심의 결과 안내문에는 ‘(생략)…사인 불명인 소견이며, 피접종자의 의무기록 등을 검토한 결과 예방접종과 인과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경우에 해당한다’고 적혀있었다. 유족은 “결국 설명된 판정 이유는 알 수 없다가 아니냐”며 “그렇다고 백신과 인과성이 없다고 판단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태가 아니냐”고 주장했다.
분석한 46건의 인과성 심의 결과지 중 3건에 ‘사인 불명’이 적혀 있었다. 이 가운데 2건에서 사인 불명 외에 다른 판단 내용은 쓰여있지 않았다.
고려대 최재욱(예방의학) 교수도 지난 3월 국회에서 열린 백신 피해 대책 회의에서 “백신과 이상 반응의 인과성을 입증할 자료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은 크게 과학적 근거가 불분명하다는 것과 환자가 입증 자료를 충분히 준비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의미한다”면서 “이 두 경우를 이유로 인과성을 배제하는 것은 입증 불가의 책임을 전적으로 접종자에게 전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이어 “국가의 공적 목적에 협조해 피해를 본 이들에게 과학적 근거만 따지는 의학적 판단을 넘어 사회보장적 성격의 보상을 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백신 접종 후 이상 반응을 겪는 접종자가 관련 기저질환이 없었다는 점이 인정되고, 정부가 접종 이후 이상 반응의 인과성 없음을 밝히지 못할 경우 포괄적으로 인과성을 인정하는 ‘입증책임 전환’ 법안을 발의했으나 질병청 등 반대에 막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위원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망자에게 ‘신청하신 분이 하루빨리 쾌유하시길 기원하며’라는 문구를 전하는 실수도 발견됐다. 분석 대상 평가지 46건 중 11건에 '쾌유를 바란다'는 내용의 글귀가 적혀 있었다. 이 평가지 수령 대상자 중 40대 1명은 접종 이후 중증 질환을 앓다가 평가지를 받기 전에 숨졌다. 50대 1명과 60대 2명, 100세 이상 1명의 평가지도 수령자는 유족이었다.
▮뜻 애매한 인과성 평과 기준 자체가 문제
백신 접종 피해자나 유족에게 인과성 평가 기준이 제공되지만, 기준 자체가 모호하다 보니 피해자나 유족의 이해를 방해한다. 이 기준은 크게 a)인과성이 명백한 경우(보상) b)인과성에 개연성이 있는 경우(보상) c)인과성에 가능성이 있는 경우(보상) d)인과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경우(보상X, 일부 의료비 지원) e)명확히 인과성이 없는 경우(보상X, 지원X) 등 5가지 경우에 따라 다르다. a)~d) 경우 모두 백신을 접종한 확실한 증거가 있고 예방접종과 이상 반응 간 시간적 개연성이 있어야 한다는 공통 기준을 갖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시간적 개연성’이라는 부분은 안내서만 봐서는 알기가 쉽지 않다. e)경우는 백신 접종한 증거가 없거나 시간적 개연성이 없고 이상 반응의 다른 명백한 원인이 있는 경우를 의미하는데, 이 역시 시간적 개연성의 의미를 제대로 납득하지 못하면 접종자나 유족 모두 심의 결과를 납득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심의 결과 a)~d) 판단이 나온 경우 안내서에는 공통 기준 외에도 a)는 접종자의 이상 반응이 백신 접종과 ‘인과성’이 인정되고, ‘이미 알려진 백신 이상 반응’에 해당해야 하는 추가 기준이 적혀있다. b)는 어떤 다른 이유보다 이상 반응과 백신의 ‘인과성’이 인정되어야 하며 c)는 예방접종으로 발생했을 ‘가능성’이 다른 이유보다 더 높아야 한다. d)는 백신 이상 반응에 대한 자료가 충분하지 않거나 백신보다 다른 이유에 의한 가능성이 더 높은 경우에 해당한다. 이를 본 유족은 “보상받지 못한 이유가 접종과 이상 반응 간 ‘인과성’, ‘개연성’, ‘가능성’ ‘관련성’이 없다는 말인 것 같다”면서도 “사전적으로 비슷한 3가지 말이 각각 어떤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인과성 심의 당사자와 가족의 이런 지적에 대해 질병청 보상심사팀 관계자는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 이 관계자는 “각 단어가 무슨 차이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전문위원회 위원들이 쓰는 용어를 그대로 안내서에 적어둬 그렇다”면서 “인과성 심의 안내서가 어렵게 적힌 것은 요약적으로 정확한 용어를 쓰다 보니 그런 것 같다. 의학적 용어의 차이가 있는 것 같은데 좀 더 알아보고 답변하겠다”고 해명했다.
▮개선 요구 법 개정안 국회에…“산재 심사서 수준만 해라”
질병청 피해보상전문위원회의 인과성 심의 결과 안내서가 의료 비전문가가 이해하기에 어렵고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은 이미 코로나19 백신 피해자 보상 제도가 시행된 초기부터 지적됐다. 이는 백신 피해자들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받는 산업재해 보험 인정 심사 결과서가 심의 과정의 세세한 부분까지 명시할 정도로 구체적인 것과 차이가 있다.
이에 국회 강은미(정의당) 의원실은 지난달 15일 백신 이상 반응 인과성 평가 사유를 구체적으로 공개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감염병예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피해보상전문위원회 심의 과정이 담긴 회의록 작성·공개를 의무화하고 ▷질병청이 보상 청구자에게 백신 접종과 질병 장애 사망 간 인과관계 판단 사유 등을 구체적으로 알려주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강 의원실 관계자는 “부실한 인과성 평가서가 백신 접종자의 알권리를 지나치게 제약하고 있다. 심사 과정이 전문적 영역이라는 이유로 이런 분이 그간 간과돼 왔다. 접종자가 심의 결과에 불복해 재심을 신청하려고 해도 결과지가 상세해야 자신의 준비한 자료의 어떤 부분이 부족해 인과성을 인정받지 못했는지 알 수 있다. 이런 권리 실현이 가능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법안 취지를 설명했다. 개정 법안에는 이외에도 ▷재심 청구 시 피해보상전문위가 아닌 별도의 재심위원회에서 심사가 이뤄지게 하고 ▷질병청이 백신 접종과 이상 반응 간 인과관계가 없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면 국가가 보상하는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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