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리고 괴롭혀도 알리기 힘들어… ‘기숙사 학폭’ 근절 대안 없나
(경남=뉴스1) 박종완 이현동 기자 = 최근 경남 창원의 한 기숙형 고등학교에서 집단 학교폭력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기숙사’라는 특수한 환경에서의 학폭 근절을 위한 맞춤형 대책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창원 내 고등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1학년 A군은 한 학년 위 선배인 B군 등 4명에게 가혹행위 등 집단 폭력을 당했다.
가해 학생들의 폭력은 3월 중순부터 두 달간 지속됐다. A군이 오랜 기간 폭력을 당했지만 학교에서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폭력 사실은 고통을 견디다 못한 A군이 지난 5월 21일 기숙사에서 잠을 잔 후 다음 날인 22일 학교에 가지 않고 집으로 가 부모에게 피해 사실을 알리면서 밝혀졌다.
기숙형 학교는 일반 학교보다 폐쇄적인 환경 탓에 피해자가 직접 입을 열거나 눈에 띄는 폭행 징후가 발견되지 않는 이상 식별이 쉽지 않다.
이번 사건 역시 A군이 스스로 폭행 사실을 알렸을 때 돌아올 보복을 두려워 해 오랜 시간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혼자 고통을 견뎌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A군 부모에 따르면 이 기간 A군의 신체에 학폭 사실을 인지할 만한 이렇다 할 외상도 없었다.
또 B군 등은 저녁 점호 시간인 오후 10시께부터 취침 점호 전인 0시 사이에 기숙사생활지도원(사감)의 감시가 비교적 소홀하다는 점을 알고 주로 이 시간대를 노려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A군 부모는 “3월 초 학교에 입학한 후 첫 1~2주는 상태가 아주 좋았는데 4월부터 아이가 우울감을 느끼고 기운이 없거나 학습 의욕이 저하된 모습을 보였다. 이전에는 학급 반장도 하고 있었고, 경찰공무원이 꿈이라며 공부도 열심히 했다”며 “늘 선배들과 잘 지내는 모습을 봐와서 학폭은 상상도 못 했다. 그런데 이 학생들이 겉으로는 잘 지내는 척하며 뒤에서는 우리 아이를 그렇게나 잔인하게 괴롭히고 있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읍소했다.
A군은 피해 사실이 알려지기 전 혼자 힘든 시간을 버티며 극단적인 선택까지 생각했고 현재도 극심한 스트레스와 불면증 등을 겪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신경정신과 치료 및 상담, 물리치료 등을 받으며 회복에 집중하고 있다.
경남도교육청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비롯해 최근 도내 학폭 사건들을 계기로 학교 기숙사 내 건전한 문화 조성, 학생 안전 확보를 위해 여러 가지 정책·사업을 시행할 계획”이라며 “경남도 내 기숙형 중·고등학교 104곳 전체에 약 5억 9000만원을 투입해 8월 중 비상벨을 설치한다. 또 8월 18일까지 기숙사 운영, 학교 생활·교육 전반에 대한 일제 점검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기숙사 운영 규정·교육 지침·운영 계획 점검, 기숙사생활지도원에 대한 역량강화 교육, 학부모 초청 기숙사 공개 행사, 기숙사 내 공동체 토론·회의 등의 사업도 진행하고 있거나 예정돼 있다”며 “이 밖에도 기숙사 학폭 사건과 관련해 소홀히 했던 부분이 없는지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B군 등 4명에게는 출석정지와 학급교체, 특별교육 이수, 보복행위 금지 등의 처벌이 내려졌다.
이를 두고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또 경남도교육청이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와 별개로 운영 중인 ‘관계회복지원단’도 요식 행위에 불과한데다 오히려 A군에게 고통만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폭위 심의위원 자질과 전문성에도 의구심을 품었다.
A군의 부모는 "장학사가 처벌은 처벌대로 하되 화해의 과정도 필요하다고 해서 자리에 나갔더니 가해 학생은 국어책 읽듯 사과문을 읽고, 학부모 위원으로 추정되는 한 위원은 분위기가 무겁다며 웃고 있었다"며 "태도 문제와 더불어 피해 학생 진술을 제대로 해석하지 않았다. 관계 회복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이번 사건이 우리 아이와 가족의 삶을 짓밟았다는 생각만 든다"고 말했다.
lhd@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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