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동석, 대한민국 간판 액션배우로 우뚝 서다
한국 영화 어렵지만 ‘새 MCU(마동석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건재
(시사저널=하재근 문화 평론가)
마동석이 최고 흥행 배우로 우뚝 섰다. 그가 제작하고 주연한 《범죄도시3》가 천만 흥행을 기록했다. 작년에 《범죄도시2》도 1269만 명을 동원했었다. 《범죄도시1》은 청소년 관람불가인데도 688만 관객이었다. 6월 한 달 동안 한국 영화 총 관객 중 《범죄도시3》의 관객이 92%에 달한다. 그야말로 한국 영화의 대표 상품이라 할 만하다.
2022년에 한국 영화 수출 총액이 역대 두 번째로 높았는데, 《범죄도시3》의 선판매가 잘된 것이 큰 역할을 했다. 그렇게 작년부터 흥행 조짐을 보이더니 올해 기어이 천만 흥행을 기록한 것이다. 올해 개봉작 중 첫 천만 영화이며, 대한민국 영화 사상 30번째이고, 한국 영화 중에선 21번째 천만 영화다. 마동석이 주요 배역으로 출연한 영화 중에서 2016년 《부산행》, 2017년 《신과함께-죄와 벌》, 2018년 《신과함께-인과 연》, 2022년 《범죄도시2》가 천만 흥행을 기록했다. 이번에 《범죄도시3》까지 천만 영화가 되면서, 마동석은 천만 영화 5편에 출연한 최다 천만 주연배우가 됐다. 송강호와 류승룡은 각 4편의 천만 영화에 출연했다.
5편으로 최다 천만 주연배우
마동석은 특히 존재감이 압도적이라는 점에서 독보적이다. 그냥 연기를 잘하는 배우 정도가 아니라 그 자신이 캐릭터가 돼서 영화 전체의 핵심이자 간판 역할을 한다. 마치 《슈퍼맨》에서 슈퍼맨, 《배트맨》에서 배트맨 캐릭터와 같은 존재감인 것이다. 마동석 캐릭터가 없는 《범죄도시》는 상상할 수 없다. 관객들은 영화 자체의 완성도나 매력보다도 마동석의 핵주먹 액션을 기대하며 극장을 찾았다.
이렇게 배우 한 명이 흥행을 절대적으로 좌우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과거 한석규가 절대적 흥행 배우로 군림하면서, 한국 영화는 한석규가 출연하는 영화와 그렇지 않은 영화로 나뉜 적이 있었다. 지금 마동석의 존재감은 그 이상이다. 무엇보다 《범죄도시》 시리즈의 흥행이 정말 놀라운 것은 현재 시장 상황이 최악이기 때문이다. 《범죄도시2》는 코로나19 사태의 여파가 아직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개봉했다. 대다수의 영화가 흥행을 못 하는 상황에서 홀로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 중 손익분기점을 넘은 작품은 단 한 편도 없다.
2019년 1분기 국내 영화시장 매출이 4677억원이었는데, 올 1분기 매출은 2731억원이다. 2019년 1분기 한국 영화 점유율은 64%였는데 올 1분기 점유율은 29.2%다. 같은 시기 한국 영화 누적 매출액은 26.7%로 떨어졌고, 관객 수는 21.5%로 대폭락했다. 이렇게 한국 영화가 재앙을 맞이한 상황에서 작년, 올해 2년 연속으로 천만 흥행을 이룩한 것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이 관객 대다수가 마동석 핵주먹 액션을 보려고 극장을 찾았다. 이러니 마동석의 존재감이 압도적일 수밖에 없다.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간판 액션배우의 위상이다.
게다가 마동석은 《범죄도시》 시리즈 제작자이기도 하다. 단지 출연만 한 것이 아니라 그가 직접 기획하고 제작까지 하면서 작품의 모든 것을 지휘했다. 이래서 더 존재감이 커졌다. 그는 "8년 전, 작은 방에 앉아 현실적으로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이 영화의 기획을 시작했다. 많은 시행착오와 한계에 부닥쳤지만 기적적으로 《범죄도시1》이 세상에 나왔고, 《범죄도시2》로 1269만 관객이라는 두 번째 기적을 맞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 《범죄도시3》로 세 번째 기적이 찾아왔다"면서 감격스러운 심경을 밝혔다.
지금 영화계에선 새 MCU의 시대가 왔다는 말이 돈다. 구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가고 새 MCU, 즉 마동석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전성시대가 왔다는 것이다. 마침 개봉 시기도 5월이다. 전통적으로 마블 블록버스터들이 5월에 개봉해 영화시장을 휩쓸었었다. 하지만 지난해와 올해는 마동석 5월의 개봉작이 시장을 지배했다. 정말로 마블을 대체한 셈이다.
마동석의 꿈 《범죄도시》
마동석은 범죄 액션물, 프랜차이즈 시리즈물, 권투 액션 등이 자신의 '로망'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 《범죄도시3》가 그런 꿈들의 집합체다. 범죄 액션이면서 대형 시리즈물이고 권투 액션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는 이 시리즈에 대해 자신의 인생 그 자체라고 할 정도로 애착을 보인다. 마동석은 "경찰이 되고 싶었던 어린 시절의 꿈, 복싱선수로 살아왔던 과거, 내게는 들어오지 않는 형사 역할을 기다렸던 신인 시절의 욕심 등 나의 모든 것을 담아냈다"고 말했었다.
이 시리즈에서 또 한 가지 놀라운 건 유명 감독, 유명 배우, 제작 규모에 기대지 않는다는 점이다. 1탄은 강윤성 감독의 입봉작이었고, 2탄은 이상용 감독의 입봉작이었다. 이상용 감독이 3탄까지 만들었고 4탄은 무술감독 출신인 허명행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1탄 때야 그렇다 해도 그게 성공한 이후부턴 유명 감독을 초빙할 수도 있었을 텐데 신인 감독과 작업한 것이다. 유명 배우도 캐스팅하지 않았고, 거꾸로 이 시리즈를 통해 출연 배우를 유명하게 만들었다. 이 정도 흥행을 했으면 3탄은 규모를 크게 키워 제작비로 승부를 볼 법도 한데 총제작비 135억원, 손익분기점 180만 명의 중급 규모로 만들었다. 제작자로서의 뚝심, 감각, 자신감 등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그가 영화계에 처음 나타났을 때 이런 미래를 예견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원래 권투선수를 하려고 했었지만 큰 사고를 겪으면서 좌절됐다. 미국에서 생계를 위해 닥치는 대로 일하고 트레이너도 하는 가운데 영화계와 인연을 맺었다. 배우가 된 후 촬영 중에 건물이 무너져 척추, 가슴뼈, 발목 등이 부러지기도 했다. 아킬레스건도 절반가량 떨어져 나갔다고 한다. 지금도 정상적인 척추 상태가 아닌데 근육으로 버틴다고 한다. 무릎 연골도 거의 없는데 그 몸으로 액션영화를 잇따라 촬영했다.
2004년 영화 《바람의 전설》 단역으로 데뷔한 이래 10년간 무명 시절을 겪었다. 외모 탓에 진지한 연기자이기보단 거친 단역 캐릭터 정도로 받아들여졌다. 행인7, 깡패6 이런 역할들을 전전했다. 주로 폭력을 쓰는 무서운 역할을 하며 존재감을 키워갔던 그는 어느 순간부터 코믹하고 친근한 이미지까지 갖게 됐다. 2015년 《베테랑》 마지막 장면에서 아트박스 사장으로 등장해 던진 한마디에 온 관객이 빵 터졌다. 그때 이후 《신과 함께》에서도 코믹한 역할로 등장했는데 《범죄도시》에서 액션 캐릭터와 코믹 캐릭터가 집대성됐다.
《범죄도시3》는 마동석 핵주먹 액션에 대한 기대를 충족시키면서 웃음까지 책임졌다. 2탄 이상으로 '큰 웃음 빅 재미'를 빵빵 터뜨리면서 최고의 오락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비록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같은 초대형 컴퓨터그래픽 특수효과 볼거리는 없지만, 그 이상의 통쾌함이 있다. 우리 사회에선 그동안 강력범죄에 대한 분노가 커졌고 그에 대해 엄정하게 맞서지 못한다고 여겨지는 공권력에 대한 불만도 있었다. 그런데 《범죄도시》 시리즈에선 마동석이 범죄자를 참교육의 핵주먹으로 확실히 제압한다. 이것이 관객에게 사이다 시원함을 안기면서 속을 확 풀어주는 와중에 웃기기까지 한 것이다. 이래서 마동석 캐릭터는 슈퍼맨, 배트맨 이상의 한국형 서민 히어로가 됐다.
"마동석은 영화에 미쳐 있는 사람"
마동석은 "배우들은 선택받는 직업이라 원하는 역할을 못 할 때가 있다. 지난 20년간 120편이 넘는 영화, 드라마를 하며 형사물을 하고 싶단 갈증이 많았는데 기회가 많지 않았다. 언제까지 선택받길 기다릴 순 없으니 제가 먼저 형사들과 친해졌다. 그들에게 이야길 듣고 나름대로 조사를 하니 50개의 에피소드가 나왔고, 그중 여덟 가지를 꼽아 《범죄도시》 스토리로 기획했다"고 말했다.
8개의 스토리로 《범죄도시》는 총 8편의 기획안이 나왔다. 현재 4탄 촬영이 완료됐고, 5탄은 대본 작업 중이다. 앞으로 스핀오프 작품이 나올 수도 있고, 시리즈가 추가될 가능성도 있다. 할 얘기는 무궁무진하다고 한다. 그동안 대형 시리즈는 할리우드의 전유물인 줄 알았었는데 이제 한국에서도 《범죄도시》란 시리즈가 탄생했다.
이 성공적인 시리즈를 만들어내기까지 마동석은 그동안 남모를 불면의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범죄도시》 2, 3탄의 이상용 감독은 마동석에 대해 "배우 생활을 하면서 그렇게 시나리오와 시놉시스를 꾸준히 써나가는 게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잠을 줄이고 시나리오 작가들을 만나 끊임없이 회의를 한다. 영화인으로서도, 사람으로서도 닮고 싶은 존경스러운 분"이라고 했다. 스태프와 날마다 12시간 회의를 하며 대본을 수백 번 수정했다고 한다. 그 외에도 영화 진행 중에 제작자가 결정해야 할 일이 수없이 많다. 그 무게를 감당하면서 간판 주연까지 한 것이다. 놀라운 열정과 재능이라는 말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다. 《범죄도시3》의 악당 이준혁과 광수대 막내 형사 역할 김도건은 마동석이 "그 누구보다 영화에 미쳐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마동석은 《범죄도시》 시리즈로 배우들을 부각시킨 것에도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1000명이 넘는 배우의 오디션을 진행하며 배우들에게 기회를 주려고 애썼다. 자신은 기회를 쉽게 부여받지 못했었지만 후배들에겐 길을 열어주려 한 것이다.
국내외에서 인정받으면서 그의 활동 영역이 점점 더 넓어졌다. 그가 주연했던 영화 《악인전》의 미국 리메이크가 확정됐는데 거기서도 주연이다. 최근에는 인기 소설이 원작인 할리우드 영화 《헬다이버》의 주연 겸 제작자로도 낙점됐다. 이런 할리우드 활동의 연장선상에서 《범죄도시》 할리우드 판의 가능성도 점쳐진다. 현재 마동석과 관련돼 기획 중이거나 제작 중인 작품이 국내외 80여 편에 달한다고 한다. 이런 스케줄을 소화하는 것 자체가 영화에 미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이 와중에 《범죄도시》 4, 5탄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미쳐야 미친다.' 마동석은 정말 미쳐서 간판 영화인 경지에 미친 액션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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