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로 기소된 교사와 피해 학생이 같은 법정에 섰다 [법정이야기]

이희진 2023. 7. 8.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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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2시 서울남부지법 304호 법정. 15여명의 학부모가 우르르 법정 안으로 들어왔다. 이 재판의 피고인은 중학교 교사. 이날은 증인신문이 있는 날이었다. 증인은 피해자인 학생. 법정엔 차폐막이 설치됐다. 통상 증인과 피고인 분리가 필요하면 피고인석에 차폐막이 설치된다. 피고인석을 ㄱ자로 두르면 시야가 가려져 증인과 피고인은 서로를 볼 수 없다.

피고인 A(49)씨와 피해자 B(15)군은 담임과 학생으로 만난 사이다. B군이 중학교 1학년이던 2021년 A씨가 B군 담임이었다. A씨는 2021년 10월 1일 B군이 동급생에게 폭행을 당했음에도 B군을 질책해 정서적 학대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날 A씨는 B군이 폭행을 당한 뒤 반으로 들어와 어지러진 책상 등을 나무라며 B군에게 “뒤에 나가 서 있어라”, “왜 우냐” 등의 발언을 했고, 감정이 북받친 B군이 “아프니까 울지”라고 말했다. 그러자 A씨는 “너희들도 들었지?”라며 반 학생들에게 말했고 이에 B군이 “전학을 보내시든지”라고 하자 교사는 “너 욕했지? 교권침해!”라고 소리를 질렀다.
한 법원의 증인석 모습. 연합뉴스
A씨는 같은 해 12월에도 학생들에게 과제를 알려주다 B군이 “병원에 가면 (과제를 다 할) 시간이 안 되는데 다 되지 않아도 찍어서 올리면 되느냐”고 묻자 “시간 다 주면 다 하냐고. 그게 문제야? 대답해. 그게 문제야?” 등의 발언을 했다. 같은 달 또 다른 날에는 무엇인가를 문의하려는 B군의 말을 단번에 끊고 “어, 하지 말라고!”라며 고성을 질렀다.

만 15세의 앳된 학생이 증인석에 앉자 재판장인 노태헌 부장판사가 나긋나긋하게 설명을 했다. A씨는 B군의 증언에 방해가 될 수 있어 노 부장판사가 법정 밖으로 내보낸 상태였다. 노 부장판사는 “기억나는 대로만 이야기하면 돼요”라고 당부한 뒤 검찰에게 증인신문을 시작해달라고 했다.

검찰은 2021년 10월 1일의 상황을 물어봤다. B군이 동급생에게 폭행을 당한 뒤 A씨가 반으로 들어왔고, A씨는 B군에게 “뒤에 가서 서있으라”고 지시한 상황이었다. 검찰은 “(A씨가) 아무 것도 물어보지 않고 들어와서 물이 (바닥에) 떨어져 있고 지저분하니까 (B군에게) ‘뒤로 가’ 이렇게 벌 주듯이 한 거네요”라고 묻자 B군은 “네”라고 답했다.

B군은 눈물을 참는 듯 중간중간 훌쩍이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뒤로 나가서 아파서 울고 있는데, 선생님이 저에게 왜 우냐고 비아냥거리듯이 그래서 제가 혼잣말로 ‘아프니까 울지’라고 했습니다.”

검찰은 “증인이 ‘전학을 보내시든지’ 이런 말도 했어요?”라고 물었고, B군은 “선생님이 저를 계속 싫어하시는 것 같고 저를 퇴학시키실 것 같아서….”라며 울먹였다. B군은 A씨가 본인에게만 유독 엄격하게 대해 ‘찍혔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B군은 “입학하고 첫째 주 마지막 날 제 주변에 뭐가 떨어져 있어서 선생님이 1시간 동안 뒤로 내보냈다”며 “그날부터 찍혀서 선생님이 저를 계속 싫어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남부지방법원. 뉴스1
훌쩍이며 대답을 이어가던 B군은 증인신문 마지막쯤 울음을 터뜨렸다. B군은 ‘선생님에 대한 감정은 어땠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잘 모르겠어요. 그냥 ‘선생님은 저를 진짜 싫어하시는구나’라고 생각했어요. 학교 다니는 매일이…”라며 울음을 터뜨렸다. 뒤에 있던 B군의 어머니가 B군을 달래준 뒤에야 B군은 “학교 다니는 매일이 그냥 무서웠어요”라고 답했다.

뒤이어 A씨 측의 반대신문도 이어졌다. A씨 변호인은 2021년 10월 1일 B군이 교실 뒤로 간 것에 대해 ‘A씨가 뒤에 서 있으라고 해서 간 게 아니라 물을 닦은 휴지를 버리러 간 건 아니냐’고 물었고 B군은 “아닙니다”라고 답했다.

A씨 측 변호인은 B군이 교실에서 녹음을 하게 된 일에 대해서도 상세히 질문했다. 이 사건의 경우 2021년 10월 1일과 12월 사건으로 공소사실이 구성돼 있는데, 12월 사건들의 경우 녹음파일이 존재한다. 수사기관과 법정에 제출된 녹음파일은 짧은데, A씨 측은 B군이 문제가 된 날 녹음을 처음부터 한 것인지 아니면 중간중간 끊어서 한 것인지 물었다. B군 측이 유리한 부분만 잘라 수사기관에 녹음파일을 제출했을 가능성을 의심하는 듯 했다.

B군은 이에 대해 어느 날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고 했고, 다른 날에 대해선 “(녹음기를) 건드린 적 없다”고 답했다.

다음 재판은 8월 18일 열린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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