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로 기소된 교사와 피해 학생이 같은 법정에 섰다 [법정이야기]
7일 오후 2시 서울남부지법 304호 법정. 15여명의 학부모가 우르르 법정 안으로 들어왔다. 이 재판의 피고인은 중학교 교사. 이날은 증인신문이 있는 날이었다. 증인은 피해자인 학생. 법정엔 차폐막이 설치됐다. 통상 증인과 피고인 분리가 필요하면 피고인석에 차폐막이 설치된다. 피고인석을 ㄱ자로 두르면 시야가 가려져 증인과 피고인은 서로를 볼 수 없다.
만 15세의 앳된 학생이 증인석에 앉자 재판장인 노태헌 부장판사가 나긋나긋하게 설명을 했다. A씨는 B군의 증언에 방해가 될 수 있어 노 부장판사가 법정 밖으로 내보낸 상태였다. 노 부장판사는 “기억나는 대로만 이야기하면 돼요”라고 당부한 뒤 검찰에게 증인신문을 시작해달라고 했다.
검찰은 2021년 10월 1일의 상황을 물어봤다. B군이 동급생에게 폭행을 당한 뒤 A씨가 반으로 들어왔고, A씨는 B군에게 “뒤에 가서 서있으라”고 지시한 상황이었다. 검찰은 “(A씨가) 아무 것도 물어보지 않고 들어와서 물이 (바닥에) 떨어져 있고 지저분하니까 (B군에게) ‘뒤로 가’ 이렇게 벌 주듯이 한 거네요”라고 묻자 B군은 “네”라고 답했다.
B군은 눈물을 참는 듯 중간중간 훌쩍이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뒤로 나가서 아파서 울고 있는데, 선생님이 저에게 왜 우냐고 비아냥거리듯이 그래서 제가 혼잣말로 ‘아프니까 울지’라고 했습니다.”
뒤이어 A씨 측의 반대신문도 이어졌다. A씨 변호인은 2021년 10월 1일 B군이 교실 뒤로 간 것에 대해 ‘A씨가 뒤에 서 있으라고 해서 간 게 아니라 물을 닦은 휴지를 버리러 간 건 아니냐’고 물었고 B군은 “아닙니다”라고 답했다.
A씨 측 변호인은 B군이 교실에서 녹음을 하게 된 일에 대해서도 상세히 질문했다. 이 사건의 경우 2021년 10월 1일과 12월 사건으로 공소사실이 구성돼 있는데, 12월 사건들의 경우 녹음파일이 존재한다. 수사기관과 법정에 제출된 녹음파일은 짧은데, A씨 측은 B군이 문제가 된 날 녹음을 처음부터 한 것인지 아니면 중간중간 끊어서 한 것인지 물었다. B군 측이 유리한 부분만 잘라 수사기관에 녹음파일을 제출했을 가능성을 의심하는 듯 했다.
B군은 이에 대해 어느 날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고 했고, 다른 날에 대해선 “(녹음기를) 건드린 적 없다”고 답했다.
다음 재판은 8월 18일 열린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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