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의 프레임 전환 시도? “양평 고속도로 되살리려면 민주당 사과하라”
백지화 선언 후 내년 총선‧尹 공약 파기 비판 의식한 듯
(시사저널=구민주 기자)
정부‧여당이 김건희 여사 일가의 특혜 의혹이 제기된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 사업 재추진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6일 원희룡 국토부 장관의 '백지화 선언' 이후 하루도 채 되지 않아 입장을 선회한 것이다. 다만 사업 재추진의 전제로 더불어민주당의 사과를 내걸었다. 사업 백지화 이후 비판이 들끓자 "사업 중단은 민주당의 '가짜뉴스 선동' 탓"이라며 프레임 전환을 시도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원희룡 장관의 '백지화 선언' 직후 해당 지역 주민들을 비롯한 여론의 원성이 쏟아졌다. 지역민들의 오랜 염원이 담긴 수 조원 규모 국책사업이 한 순간에 무산된 데 대해 원 장관이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당시 공약 파기 논란으로까지 번져나갔다.
상황이 악화하자 정부‧여당은 '사업 백지화가 아닌 중단'이라며 여론 수습에 나섰다. 그러면서 사태의 책임을 '민주당의 허위 선동'으로 돌리는 데 주력했다. 원 장관은 "김 여사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날파리 선동'이 끊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그 원인을 제거한 것"이라며 백지화 결정의 이유를 밝혔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도 "민주당의 이런 행태와 태도로 봐서는 이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것 같다"며 목소리를 맞췄다.
이어 대통령실 역시 "야당이 기존 입장에서 벗어나 이성적으로 접근하지 않는 한 지금으로선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며 원 장관과 국민의힘에 힘을 실었다. 즉, 김 여사에 대한 야당의 의혹 제기가 중단돼야만 사업을 재개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정부‧여당은 양평군민들의 들끓는 민심을 내세우며 민주당의 진정한 사과를 재차 압박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8일 페이스북을 통해 "양평군민을 위해 진행 중이던 고속도로 사업에 민주당이 소란을 만들었으니 공당이라면 책임을 져야한다"며 "민주당은 괴담과 가짜뉴스밖에 잘하는 게 없는 민폐당이 되고 말았다. 최소한의 양심이란 게 있다면 정중히 사과하게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어 김 대표는 민주당의 주장에 오류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혜 괴담을 제기한 민주당이 2년 전 자신들도 같은 노선을 요구했다는 사실이 들통나자 우스운 처지가 됐다"면서 "해당 노선 나들목 인근에 자당 출신 김부겸 전 국무총리의 땅도 있다는데, 민주당 논리대로라면 이건 특혜가 아니냐"고 따졌다.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도 이날 오전 논평을 통해 "민주당의 황당무계한 의혹 제기로 10년 숙원 사업이 연기될 위기에 처했다. 하늘을 찌르는 양평군민의 분노를 어찌할 것인가"라며 "국토부가 오죽하면 다음 정부에서 결정하자 했겠는가. 국책사업만 있으면 주민 피해는 아랑곳없이 사사건건 가짜뉴스로 훼방을 놓고 정쟁하려 달려드니 제대로 일을 할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 역시 전날 한 언론을 통해 "민주당이 사과하고 책임자를 문책하면 우리는 양평군민과 국민의 뜻이 정부에 전달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민주당에 사업 재추진의 공을 넘겼다.
민주당은 정부‧여당의 이 같은 사과 요구에 대해 한 마디로 '적반하장'이라는 입장이다. 이번 논란은 원 장관을 비롯한 정부·여당이 사과할 사안이라며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야당은 김 여사 일가 특혜 의혹이 불거지기 전 원안대로 조속히 고속도로 사업을 재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전날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놀부 심보도 아니고 참 기가 막히다. 내가 못 먹으니까 부숴버리겠다는 것이냐"면서 "치기마저 느껴지는 장관의 백지화 선언이 백지화 돼야 한다"고 쏘아붙였다. 박찬대 최고위원 역시 "'김건희 로드'야말로 전형적인 이권 카르텔로, 이를 덮으려고 사업을 백지화한다는 것 아니냐. 적반하장에 꼬리 자르기 시도"라며 "분명한 국정농단"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민주당은 원 장관이 '김건희 여사 땅이 변경된 고속도로 종점 근처에 있는 걸 몰랐다'는 입장에,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미 구체적 질의를 주고받았는데 모를 수 없었을 것"이라며 원 장관을 향해 정치적 책임을 질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 같은 여야의 평행선이 오는 17일로 예정된 국토교통위원회 현안 질의에서 좁힐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이날 국토위에는 원 장관의 출석이 예정돼 있는 만큼 여야 간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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