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TV 없다면, 수신료 2500원 안 내도 될까? [The 5]

김지훈 2023. 7. 8.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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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5][더 파이브: The 5] 영국은 5년 고민하는데 우린 한전 의견도 묵살
언스플래시

‘우리가 시간이 없지 관심이 없냐!’ 현생에 치여 바쁜, 뉴스 볼 시간도 없는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뉴스가 알려주지 않은 뉴스, 보면 볼수록 궁금한 뉴스를 5개 질문에 담았습니다. The 5가 묻고 기자가 답합니다. ▶▶주간 뉴스레터 휘클리 구독신청 검색창에 ‘휘클리’를 쳐보세요.

한국방송(KBS)과 교육방송(EBS)를 운영하는 데 사용되는 TV 수신료. 그동안 텔레비전이 있는 가구는 전기료에 합산해 월 2500원씩 납부해왔는데요. 대통령실 주도로 정부가 앞으로는 수신료를 전기료에 합쳐서 걷지 못하도록 방송법 시행령을 바꾸는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왜 이렇게 바꾸려고 하는 걸까요? 시청자에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최성진 미디어 담당 기자에게 물어봤습니다.

[The 1] 정부는 왜 수신료를 전기료에서 떼어내려고 하는 건가요?

최성진 기자: 먼저 ‘시청자의 선택권’을 보장해주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현재 TV 수신료는 내 의사와 상관없이 전기요금 고지서에 일단 포함돼 나오잖아요. 이걸 따로 내게 해주겠단 겁니다.

두 번째는 한국방송이 수신료를 걷는 걸 한국전력공사(한전)가 나서서 도와줄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KBS가 방만하게 운영되고, 보도도 공정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사실 한국방송 시청률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매달 2500원씩 내는 걸 좋아하지 않는 시청자들이 많잖아요. 그러니 수신료와 전기요금을 따로 징수하는 방안에 찬성하는 의견도 더 많고요. 그래서 정부도 밀고 나가는 거죠.

[The 2] 앞으로 시청자들은 수신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건가요?

최성진 기자: 그렇진 않습니다. 방송법에선 TV를 가진 가구는 수신료를 내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한국방송을 시청하지 않거나, 유료로 IPTV를 보는 것과도 상관없이요. TV가 있다면 앞으로도 수신료는 내야 합니다. TV가 없다면 지금도 KBS나 한전에 연락해서 수신료를 안 낼 수 있습니다. 그러면 원칙적으론 한전이 집에 와서 TV가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하죠.

분리 징수가 된 뒤에는 집에 TV가 없단 이유로 수신료를 계속 납부하지 않으면 한전에서 먼저 연락 올 수 있습니다. 그러면 “TV가 없다”고 설명하면 되겠죠. 시청자에겐 누가 먼저 연락하느냐의 문제지만, 한전엔 큰 차이입니다. 수신료를 미납하는 시청자가 늘 수 있는데, 그런 상황이 됐을 때 한전이 어떻게 나올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한전이 그 가구들에 일일이 전화를 걸고, 집에 TV가 없는지도 직접 나와서 확인을 할 수 있겠죠. 만약 이렇게 한다면 인력이 많이 들어갈 겁니다. 청구서도 새로 제작해야 하고, 전산시스템도 고쳐야 하죠. 그래서 한전은 분리 징수가 되면 징수 비용이 KBS로부터 받는 위탁 수수료(지난해 468억원)는 물론 수신료 수납액 전체(6934억원)보다 커질 수도 있단 의견을 방통위에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한국방송 제공

[The 3] 한전으로부터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지 않는 가구도 많습니다. 관리비에 전기요금이 포함되는 아파트 가구들이죠. 이들은 어떻게 되나요?

최성진 기자: 한전은 이 부분도 문제가 될 수 있단 의견을 냈습니다. 아파트, 오피스텔, 대형 상가 같은 집합건물의 경우 한전은 개별 세대와 전기 사용 계약을 맺지 않습니다. 건물의 관리사무소와 맺죠. 그 건물 안에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 누가 TV를 가졌는지 한전은 모릅니다. 만약 분리 징수가 되면 여기 사는 사람들은 불만이 생길 수 있습니다. ‘대통령 지시로 분리 납부하도록 바꿨다는데, 왜 우리 집은 그대로냐’는 거죠.

[The 4] 수신료를 따로 걷어도 전체 수신료 수입은 같을까요?

최성진 기자: 한국방송이 분석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수신료 수입은 약 6272억원이었습니다. 근데 분리 징수를 하면 이게 약 1700억원으로 뚝 떨어질 거라고 합니다. 한국방송의 연간 예산 1조5천억원의 30%가 주는 거죠. 그럼 한국방송이 하던 공영방송으로서 역할도 줄 수밖에 없어요. 쪼그라든 수신료 수입을 광고로 메꿔야 하니까요. 그러려면 시청률이 나올만한 방송을 늘려야 하죠. 대신 재난방송, 장애인방송, 국제방송, 대북방송, 다큐멘터리, <전국노래자랑>과 <열린음악회> 같은 지역·세대 통합 방송 같은 공익적 성격의 방송들이 줄어들 수 있어요.

[The 5] 다른 나라는 어떤가요?

최성진 기자: 영국은 공영방송 의 수신료 부과가 국왕 칙허에 따라 2027년까지 보장돼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보리스 존스 당시 총리가 수신료를 2028년부턴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했었습니다. 지금은 의회 차원에서 전문가들이 참여해 어떻게 할지 논의하고 있고요. 5년간의 시간을 가지고 충분히 고민하게 되는 거죠.

우리도 사회적 논의를 통해 수신료를 폐지할 수 있어요. 하지만 현재 방송법은 수신료를 공영방송의 핵심재원이라고 규정 하고 있거든요.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지난 30년 동안 전기요금과 수신료를 통합 징수해온 거고요.

▶▶[The 5]에 다 담지 못한 수신료 분리 징수 추진 과정과 예상되는 문제점, 다른 나라의 공영방송 재정 충당 현황휘클리에서 모두 읽어보세요. ▶▶주간 뉴스레터 휘클리 구독신청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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