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믿을까, 일본을 믿을까…목숨보다 소중한 내 돈, 어디에 넣을까 [매일 돈이 보이는 습관 M+]

2023. 7. 8.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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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자산을 찾는 투자자가 언젠가 한 번은 맞닥뜨리는 문제입니다. 달러화가 좋을까요 엔화가 더 좋을까요.

달러화는 명실상부한 기축통화이므로 보유해서 좋으면 좋지, 나쁠 것 없습니다. 환금성 좋고, 무역에서의 쓰임새는 물론 달러화로 표시되는 미국 주식이나 미국채 등 투자할 금융자산도 풍부합니다.

엔화도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기능하지만, 엔화는 일본의 대내외 금리차에 워낙 민감한 통화라서 금리차와 안전자산의 특성이 충돌하면 금리차 영향력이 우선합니다. 즉, 글로벌 증시가 하락할 때 안전자산 가격은 상승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만약 주식시장 하락시 미국채 금리가 상승하면 일본의 대내외 금리차가 확대되면서 엔화 가치는 하락합니다. 인플레이션의 재림에 글로벌 주가와 채권 가격이 동반 하락(금리는 상승)한 작년의 상황입니다.

하지만, 엔화는 국제적으로 쓰임새가 세번째로 많은 통화인 데다 한국과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워, 엔화가 저렴해지면 가볍게 여행갈 목적으로 미리 사 두는 개인이 흔합니다.

시점에 따라 달라지는 선택, 지금은?
달러화나 엔화를 보유해야 마음이 편하겠다는 투자자들에게 달러화와 엔화 둘 중 선택의 문제에서, 일반적으로는 쓰임새가 가장 많은 달러화가 우선할 것이고 그 다음이 엔화입니다. 하지만, 현재 시점에는 선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매입 가격이 저렴할수록 좋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낮은 레벨일 때 훨씬 유리합니다. 그러한 측면에서 달러화는 지금 역사적으로 상당히 높은 1,300원 대에 있는 반면, 엔화는 현재 8년 만의 최저 환율에 위치해 있습니다. 지금 선택한다면 달러화 매입을 미루고 엔화를 매입하는 게 더 좋은 선택일 수 있다는 판단입니다.

미국 경제 여건을 고려해도 그렇습니다. 미국 고용시장이 여전히 뜨겁고 미국채 금리가 높은 수준에 있지만, 고금리 여파로 미국의 경제 활동이 둔화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기에 미국채 금리가 향후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미국채 금리 하락은 엔화 강세로 연결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국제 정세로 시야를 넓혀도 그렇습니다. 미∙중간의 갈등이 고조되고 대만이 전세계의 화약고로 떠오른 작금의 상황을 고려하면, 유사시에 안전자산인 미국채에 대한 수요 증가로 미국채 금리는 하락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곧 엔화의 강세로 이어집니다. 특히 이 경우, 원화 대비 엔화의 강세 폭은 달러화를 능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재 엔화 매도에 쏠린 시장의 포지션 자체도 그 반작용에 따른 엔화의 상승 가능성을 높입니다.

장기 수익 관점에서도 좋은 투자 대상일까
그러나, 원론적 관점에서 바라보면 투자 목적으로 달러화나 엔화를 사는 것은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른 우량 자산과 비교했을 때 달러화든 엔화든 통화 자체에 투자하는 것은 단지 환율 상승시 얼마 되지 않는 이익과 마음의 위안 외에 얻을 것이 없습니다. 따라서, 노련한 투자자들은 단지 투자 대기 자금으로 달러화나 엔화를 짧게 보유할지언정, 투자 대상 자체로 보지 않습니다.

여행용 자금이나 단기 대기성 자금 외 용도로 통화를 대규모 보유하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니므로 개인 자산의 많은 비중을 할당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서 노련한 투자자들은 투자 목적으로 달러화나 엔화 통화 자체를 보유하기 보다는 달러화나 엔화로 표시된 금융자산을 보유합니다. 미국 주식, 미국채, 일본 주식, 이들을 추종하는 ETF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한편, 안전자산으로 달러화나 엔화를 찾는 분들은 예∙적금도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투자라는 영역이 워낙 막연하기에, 일반인들은 예∙적금이 답이라는 생각을 많이들 합니다. 하지만, 예∙적금은 원금이 보장된다는 이점에도, 고수익의 기회 자체가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위험이 적으면 높은 수익도 기대하기 힘듭니다.

예∙적금은 안전한가
예∙적금이 안전하다는 전제는 인플레이션이 합리적 수준을 벗어나지 않을 때입니다. 우리 세대에게 인플레이션은 항상 합리적 수준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시대에도 세계 어딘가에는 지독한 인플레이션에 허덕이는 나라들이 있습니다. 터키가 그렇고 아르헨티나는 더 심각합니다.

높은 인플레이션은 상대적인 통화가치 하락을 의미합니다. 즉,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한국의 인플레이션이 높아진다면 상대적으로 원화 가치는 하락합니다. 달러화 가치가 신흥국 통화 대비 장기적으로 상승하는 것은 해당 신흥국들의 인플레이션이 대부분 기간에 미국보다 훨씬 높은 탓이 큽니다. 장기적으로 통화가치 변동에 가장 설명력이 높은 것은 인플레이션입니다.

문제는 우리나라가 전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로 가장 빠른 인구 고령화를 겪으면서, 미래 사회보장금액이 급증하고 재정 부담 역시 급속히 증가할 것이 뻔하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포퓰리즘이 결합하면 인플레이션과 통화 가치 하락은 걷잡을 수 없이 진행될 수 있습니다. 가까운 미래는 아니겠지만, 언젠가 터키와 아르헨티나처럼 만성적인 인플레이션과 통화가치 하락을 겪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비교적 빠르게 극복한 대한민국이지만 미래는 보장되어 있지 않습니다. 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합리적인 의심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인플레이션 위험을 방어해 줄 해외 자산을 미리 보유하는 것이 현명한 대응입니다. 이렇게 장기적 관점에서, 달러화나 엔화 통화 자체를 보유하는 것보다는 해당 통화로 표시된 금융자산이 좋다는 것입니다.

자산 배분 관점에서 외화 자산의 유용성
내 자산을 배분하는 관점에서도 서로 가격 움직임의 상관관계가 낮은 자산을 추가할수록 좋습니다. 외화 자산들은 통화 자체가 가진 특성 차이로 인해 기본적으로 원화 자산들과 상관관계가 낮습니다. 따라서, 외화자산을 내 자산에 편입시킬 경우 내 전체 자산의 위험은 낮아지고 수익을 높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즉, 한국 부동산이나 한국 주식 등 원화 자산만을 보유한 투자자라면 외화로 표시된 금융자산을 보유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현명한 선택이 됩니다.

아래 표에서 표준편차는 위험을 의미하므로, 원화 자산(여기서는 코스피) 보유자가 외화 자산을 함께 보유하게 되면 전체 자산의 평균 수익은 높아지고 위험이 낮아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외화 자산에 투자하면서 환헤지 상품을 이용하는 행위는 외화자산을 원화 자산으로 치환하는 효과를 내므로 해외 투자의 의미를 훼손할 수 있음을 명심하기 바랍니다.

[ 표 1 : 한국 주식과 미국 나스닥100 투자 (1986~2022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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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 2 : 한국 주식과 미국채 투자 (1986~2022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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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Bloomberg, 필자 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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