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드러나는 비극…"출생 미신고 영아 수사, 신속·엄정하게" [주간 112 리포트]

김선영 2023. 7. 8.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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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매주 일어난 사건·사고 가운데 한 가지 이슈를 정해 살펴보는 ‘주간 112 리포트’입니다. 이번주에는 경찰 수사가 한창인 ‘출생 미신고 영아’ 사건을 톺아봤습니다.
 
지난 7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는 전날 오후 2시 기준 전국 시·도청에 출생 미신고 영아 사건 867건이 접수돼 780건(사망 11건, 소재 불명 677건, 소재 확인 92건)을 수사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달 30일 국수본이 출생 미신고 영아 사건 79건을 수사 중이라고 발표한 이후 10일도 지나지 않아 10배 가까운 수사가 진행 중인 셈입니다.
 
정부는 지난달 ‘수원 냉장고 영아 시신’ 사건을 계기로 2015~2022년 기간 동안 2236명의 영유아가 출산 기록은 있지만 출생 신고가 안 된 사실을 파악했고, 보건복지부와 각 지방자치단체가 전수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전수조사가 지난 7일 마감된 가운데, 그간 수사 사건 증가 추이를 보면 경찰이 지자체로부터 의뢰받아 착수한 수사 건수는 1000건에 육박할 수 있습니다.
 
출생 미신고 영아 가운데 사망자는 6일 오후 2시 기준 27명까지 늘었습니다. 이 가운데 11명에 대해서는 살해됐을 가능성을 두고 경찰이 수사 중이고, 14명은 ‘혐의없음’으로 수사가 종결됐습니다. 수원에서 숨진 채 냉장고에서 발견된 2명의 영아는 친모에 의해 살해된 정황이 확인되면서 경찰이 지난달 30일 검찰에 사건을 송치한 바 있습니다.
영아 2명을 살해한 뒤 시신을 수년간 냉장고에 보관해 온 혐의로 구속된 친모 고모씨가 지난 6월 30일 경기도 수원남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시스
◆출생 미신고 영아 677명, 생사 파악조차 안 돼

8일 경찰에 따르면 수사 중인 출생 미신고 영아 사건 가운데 677건은 영아의 소재 파악조차 안 돼 경찰이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현재까지 사망한 출생 미신고 영아가 27명이지만, 생사파악이 되지 않는 677명의 영아에 대한 수사가 진행될수록 비극적인 상황에 처했을 아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출생 미신고 영아 사건에 대한 경찰의 강도 높은 수사가 이뤄지면서 친부모의 범죄 혐의가 뒤늦게 드러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전날 광주경찰청은 영아학대치사와 시체유기 등 혐의로 30대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씨는 2018년 4월 초 광주의 주거지에서 생후 6일밖에 안 된 아기를 방치한 상태로 외출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출생 신고가 되지 않은 이른바 '유령 영아'와 관련해 영아학대치사와 시체유기 등 혐의를 받는 30대 친모 A씨가 8일 오전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경찰 호송차에 올라타고 있다. 이날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A씨는 2018년 4월 광주의 주거지에서 생후 6일밖에 안 된 아기를 방치한 상태로 외출,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다. 연합뉴스
이날 오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광주지법에 온 A씨는 “왜 신고하지 않았느냐”, “아이에게 미안하지 않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법원으로 들어갔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20대 중반이던 2018년 4월초 광주 광산구 소재의 주거지에서 아기 시신을 종량제 쓰레기봉투에 담아 쓰레기 수거함에 유기했다고 진술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미혼모로 ‘출산·육아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3시간가량 외출 후 귀가해보니 당시 생후 6일된 딸이 겉싸개의 모자에 얼굴이 덮여 사망해 있었다고 주장했다. 유기된 아이의 시신은 사건이 발생된 지 5년이 지나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유기·암매장·살해…비정한 부모들

2015년 태어난 아기를 친부와 외할머니가 살해하고 야산에 유기한 ‘용인 영아 살인’ 사건, 친모가 8년 전 영아 시신을 암매장했다고 진술한 ‘부산 영아 암매장’ 사건, 4년 전 아기를 출산한 직후 수일간 방치해 숨지게 한 ‘대전 영아 살인’ 사건, 지난해 생후 5일 된 아기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거제 영아 살인’ 사건들은 경찰이 피의자에 대해 아동학대치사나 살인 혐의를 적용해 수사 중이다. 하지만 이들 사건들은 영아 시신을 찾기가 쉽지 않고, 찾는다고 해도 시신 크기가 작고 시일이 많이 지나 부검을 통한 유의미한 증거들을 찾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시신 없는 살인’ 사건의 경우에는 유죄 입증이 쉽지 않아 경찰은 친부모의 자백이 있었더라도 이를 뒷받침할 많은 증거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재판 과정에서 혐의를 부인하거나 진술을 번복하는 등 법정에서 자백을 뒤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대부분 피의자의 진술이 구체적이라 살인 혐의 적용이 가능할 것”이라면서 “혹시라도 재판에서 말을 바꿀 수 있기 때문에 그들 자백의 보강 증거를 최대한 많이 확보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 용인시에서 2015년 3월께 태어난 아기를 친부와 외할머니가 함께 살해, 유기한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이 6일 오후 시신이 유기된 것으로 추정되는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 소재 한 야산에서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보건복지부와 전국 지자체의 출산 미신고 영아에 대한 전수조사는 전날 마감됐지만, 향후 경찰의 수사는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전수조사는 끝났지만, 경찰들의 수사는 사실상 앞으로 더 본격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출생 미신고 영아 사건은 각 사건마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면서도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는 사건들이기 때문에 최대한 신속하고 엄정하게 사건을 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선영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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