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이 ‘배신자’ 프리고진 그냥 두는 이유? 바그너 민심 때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무장 반란 사태 2주가 지나도록 예브게니 프리고진에게 별다른 위협을 가하지 않는 이유가, 사실상 러시아군 주력부대로 활약해 온 바그너 그룹 용병들의 ‘민심’을 통제하기 위해서라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현지시각) 바그너의 무장 반란이 발생한 지 2주가 흘렀지만 수장인 프리고진은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며 이같이 분석했다. 앞서 프리고진은 지난달 23일 국방부 수뇌부를 축출해야 한다며 수도 모스크바로 향했다가 이튿날 돌연 철수했다. 당시 이틀간의 잠행으로 ‘암살설’ ‘사망설’ 등이 제기됐고 푸틴이 배신자 숙청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프리고진은 여러 번 텔레그램으로 자기 목소리를 냈고, 벨라루스로 망명했다고 알려진 것과 달리 최근 러시아에서 목격됐다.
WSJ는 약 2만5000명의 바그너 용병이 여전히 프리고진을 추종하고 있다고 봤다. 반란 직후 이들에겐 벨라루스 망명과 러시아 정규군 합류라는 선택지가 주어졌지만, 이것과 별개로 프리고진을 따르는 데는 변함 없다는 것이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바그너 병력 상당수가 러시아 남부 기지에 남아 있고 일부는 우크라이나 내 점령지에 머물고 있다”며 여전히 최전선을 지키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푸틴이 이런 바그너 용병단을 통제하기 위해 프리고진에게 별다른 제재를 가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쟁 장기화 속에서 그간 사실상 주력부대로 활동해 온 바그너 용병의 민심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는 거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러시아·동유럽 담당 국장 출신 맷 딤믹은 “프리고진은 바그너 부대가 귀 기울이는 유일한 인물”이라며 “푸틴이 바그너의 도움을 얻으려면 프리고진이 직접 명령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 정부가 바그너를 아프리카·중동 외교의 지렛대로 활용해 왔다는 점도 하나의 이유로 꼽힌다. 프리고진은 그간 아프리카·중동 국가 정부에 군사를 지원해 주는 대신 광물 채굴권과 항구 이용권 등의 이권을 챙겨왔다. 이런 사업으로 바그너가 벌어들인 수입은 연간 수천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 입장에서는 용병 활동에 직접 개입하지 않으면서도, 인권 침해 논란이 있을 때마다 바그너와의 관계를 부인하는 식으로 이익을 취할 수 있었다.
우크라이나 측도 프리고진이 러시아에서 푸틴과 맞먹는 수준의 국민 지지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키릴로 부다노우 우크라이나 국방부 군사정보국장은 지난 5일 더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 내무부의 비밀 보고서를 분석했다며 “러시아 사회가 두 조각으로 찢어져 있다. 내전이 발생할 때가 온 것”이라고 했다.
다만 프리고진을 즉각 처분하지 않았다고 해서 푸틴이 통제력을 잃은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최근 러시아 국영 매체는 연일 프리고진에 대한 부정적 보도를 하고 그의 자택에서 발견된 돈다발 등을 공개하며 ‘이미지 깎아내리기’ 시도를 하는 모습이다. 보안 당국 역시 프리고진이 이끌던 100여개의 사업체를 몰수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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