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오염수 방류, 국내외 정중하게 설명"…진정성 있나?

박상진 기자 2023. 7. 8.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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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가 정리되면서 일본을 가장 많이 찾은 외국인은 한국인이다.

일본 국내 사정을 본국으로 전하고 있는 해외 언론과 이런 식으로 소통해온 일본 정부가 무엇을 어떻게 정중하게 설명하겠다는 것인가.

한국은 일본과 가장 가까운 나라로서 그동안 이 문제에 적지 않은 우려를 표명해왔지만, 일본 정부가 한국 언론들을 상대로 제대로 된 설명 한 번 한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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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가 정리되면서 일본을 가장 많이 찾은 외국인은 한국인이다. 지난해 10월 일본이 입국 금지를 해제한 뒤 매달 나오는 방일 관광객 통계에서 한국은 항상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들어 1~5월 누적 관광객 수는 258만여 명으로 2위 타이완(138만여 명)의 약 2배 정도로 많다. 예의 바르고 친절한 일본 사람과 맛있는 음식, 깨끗한 도심에 미세먼지가 없어 공기도 좋다. 거기에 최근엔 엔저까지 겹쳐 한국 사람들로서는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는 여행지일 것이다.


하지만 일본에서 일을 하고 있는 사람 입장으로 생각해보면 일본처럼 갑갑하고 답답한 곳이 있을까 싶다. 특파원들의 업무상 우리의 외교부인 일본 외무성이 주된 유관부서인데, 일주일에 2번씩 진행되는 장관 기자회견도 사전에 신청하면 별다른 제한 없이 참석할 수 있다. 외무성 공식 보도자료도 꼬박꼬박 보내준다. 이러면 일본 언론과도 큰 차별 없이 외신에게도 언론 대응은 제공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거기까지가 끝이다. 피상적 대응 외에는 거의 기대할 수 없는 것이 없다고 봐도 좋다. 외무장관 회견의 경우에도 사전 신청을 하면서 질문을 미리 보내야 하고, 회견 자리에서 즉석으로 질문은 받지 않는다. 회견 이후 사무실로 돌아가는 장관에게 일본 기자들은 따라붙어서 이것저것 물어볼 수 있지만 외신 기자는 접근이 제한된다. 일본 언론에 기사나 나오거나 자체 취재한 내용이 있어 외무성에 확인해보려고 해도 답변을 받는 것은커녕 응대해주는 사람을 찾는 것부터 문제가 된다. 전화를 하면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다 결국 메일로 보내라는 식이고 그마저도 제대로 된 답이 오지도 않는다. 상황이 이러니 장관 회견에 참석하는 한국 특파원들은 거의 없다. 기자들이 게을러서가 아니라 가봐야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방류 문제도 마찬가지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해 질문이 나오면 우리 정부 대변인 격인 관방장관이나 외무장관이나 심지어 기시다 총리도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는 답변이 있다.

"높은 투명성과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국내외에 정중하게 설명하려고 합니다."

일본 국내 사정을 본국으로 전하고 있는 해외 언론과 이런 식으로 소통해온 일본 정부가 무엇을 어떻게 정중하게 설명하겠다는 것인가. 한국은 일본과 가장 가까운 나라로서 그동안 이 문제에 적지 않은 우려를 표명해왔지만, 일본 정부가 한국 언론들을 상대로 제대로 된 설명 한 번 한 적이 없다. 도쿄전력에 후쿠시마 제1원전 현장 취재를 요청해도 어렵다고 답변하기 일쑤다. 오염수 방류에 대해 제대로 된 정보를 알리고 싶었다면 적극적으로 현장을 공개하고 지속적으로 상황을 알려야 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소통은 하지 않고 현장 접근은 제한하면서 이제 와서 "국내외 정중하게 설명하겠다"고 하는 것은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임기를 마치고 귀국한 특파원들 가운데 언론에 대한 일본 정부의 소통 방식에 매우 실망했다고 말하는 사람을 적지 않게 보았다. 과연 일본 정부가 이 상황을 알고는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일본 사회에 관심을 가지고 자원해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자국의 정치와 경제, 사회 등을 관찰하고 현지에서 취재했던 외신 기자들이 마지막엔 이런 감정을 가지고 돌아간다는 것을.

박상진 기자 nji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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