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애의 영화이야기] 영화의 저작권자는 과연 누구일까?
이번 칼럼에선 영화의 저작권자에 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좀 의외의 사람들이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 논의가 진행 중인데, 여러분의 관심을 촉구하는 차원으로 이야기해 보고 싶다. (지난 7월2일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관련 포럼에 필자도 참여한 바 있다.)
‘저작권’은 낯선 단어는 아니다. 저작권 침해나 보호 등에 관한 안내와 더불어 저작권을 확보하지 못한 작가의 안타까운 소식도 들려오는 요즘이다. 그래서 관련 법이나 제도 개선에 대한 목소리도 커지는 상황이다.
저작권은 크게 저작인격권과 저작재산권으로 나뉜다. 저작인격권은 ‘이 작품의 저작자가 누구다’라는 것을 명확히 하는 권리로서 일종의 상징적인 권리로서 타인에게 양도할 수 없다. 저작재산권은 저작물을 활용해 매출이 발생한다면, 그 수익을 가져갈 수 있는 권리로서, 양도가 가능하다.
예를 들어 저작권료 수입이 좋다고 이야기하는 작곡가가 있다면, 그 작곡가는 저작재산권을 확보했거나 그에 준하는 권리를 확보한 경우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음반 판매, 음원 판매, 스트리밍은 물론 노래방에서 부르는 노래의 경우까지도 모니터링이 되어 작사가, 작곡가 등의 저작권자와 가수 등의 저작인접권자에까지 보상이 지급되고 있다.
문제는 다른 분야의 저작자가 계약하는 과정에서 저작재산권을 영구 양도하는 경우가 빈번하면서 발생한다. 아무래도 어느 분야든 신인의 경우에는 자신에게 불리한 계약을 체결하기 쉽다. 출판사나 플랫폼 등에 저작재산권을 넘기는 경우가 꽤 많다.
심지어 영화 분야의 경우에는 법에 따라 양도가 진행된다. 저작권법 제100조에서 “영상제작자와 영상저작물의 제작에 협력할 것을 약정한 자가 그 영상저작물에 대하여 저작권을 취득한 경우 특약이 없는 한 그 영상저작물의 이용을 위하여 필요한 권리는 영상제작자가 이를 양도받은 것으로 추정”하기 때문이다.
즉 계약 시 특약을 하지 않는다면, 시나리오 작가, 감독, 촬영감독, 미술감독 등 영상저작물 창작에 참여하는 최초 저작자 중 누구도 저작재산권을 갖지 못한다. 작품이 완성되고, 이후 여러 매출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공동 저작자에게 일일이 동의를 구하기는 어렵다. 그러다 보니 1987년 법 개정에서 양도 추정 내용이 추가된 것으로 아는데, 문제는 보상에 대한 언급이 빠져있다는 것이다. 보상 없이 권리를 포기하기만 하는 법이 만들어진 셈이다.
그래서 ‘오징어 게임’의 각본을 직접 쓰고, 연출까지 한 황동혁 감독이 ‘오징어 게임’이 세계적인 인기를 얻은 후 관련한 보상을 받을 방법 자체가 없었다. 그렇다고 ‘오징어 게임’을 제작한 제작자가 큰돈을 번 것도 아니다. 제작사는 제작과정에서 투자받으며 넷플릭스에 저작재산권을 모두 양도했기 때문이다.
‘오징어 게임’만의 특별한 경우는 아니다. 꽤 많은 영화와 영상저작물의 저작재산권이 제작 과정에서 투자 배급사에게 양도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1천만 관객을 동원하는 영화가 나오기 시작한 10여 년 전에도, 흥행 이후 제작사나 감독 등의 저작자가 그에 상응하는 추가적인 돈을 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투자받는 과정에서 투자사에 저작재산권을 양도하는 관행은 요즘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게 현실이다.
제작비 없이는 어떤 영화나 드라마도 만들어질 수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제작비만 있다고 만들어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제작비와 제작인력의 협력으로 만들어진 콘텐츠라면, 이후 매출에 대해서도 적절한 분배가 이어질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는 어떨까? 다른 나라들도 저작재산권 양도 관행은 갖고 있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이후 매출에 대한 보상까지 완전히 포기하는 식은 아니다. 저작인격권처럼 양도 불가능한 기본 보상권을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20여 개 국가에서는 저작자가 저작재산권을 양도했더라도, 새로운 매출 혹은 예상보다 큰 매출을 기록했을 때, 시나리오 작가와 감독 등의 최초 저작자에게 적은 금액이라도 보상하게 하고 있다. 황동혁 감독의 경우에도 스페인 넷플릭스로부터는 저작자인 감독에게 지급되는 보상을 받았다고 한다.
미국은 감독조합, 작가조합 등이 방송사, OTT 등과 협약을 맺어 정해진 비율에 따라 보상을 제공하고 있다. 최근 파업 중인 작가협의 경우, 10여 년 전에 맺은 보상 비율 변경을 요구하는 중이다. 그 사이 OTT의 매출 규모가 매우 커졌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관련 법안이 여럿 발의되었고, 여러 논의가 진행 중이다. 어떤 분야에서든 창작에 참여한 사람들의 노력이 제대로 인정받길 바란다. 저작재산권자가 제작사, 투자배급사, 방송사, OTT인 현실에서, 최초 저작자에게도 일부 보상을 주는 제도가 절실하다. 현재 보상을 받는 측과 주어야 하는 측의 입장 차이가 큰 것으로 안다. 그러나 세계적인 추세와 공정성 차원에서 현명한 협의가 필요하다.
그래야 대중도 늘 새롭고 흥미로운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누군가의 희생으로는 창작 생태계는 지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영화를 비롯한 모든 저작자가 최소한의 기본적인 권리를 확보한 저작권자가 되길 바란다.
송영애 서일대학교 영화방송공연예술학과 교수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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