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로드는 아이언맨이 될 수 있을까[정양환의 데이트리퍼]
만화를 통해 세상을 보려 합니다. 1965년 비틀즈 싱글 곡 ‘데이트리퍼(Day tripper)’는 “당일치기 여행자”를 일컫습니다. 만화를 본다는 건 잠깐 일상을 벗어나는 여행이니까요. 브라질 그래픽노블 ‘데이트리퍼’도 영감을 줬습니다. 이 만화엔 삶을 담는 소설가를 평생 꿈꾸지만, 실상은 죽음을 알리는 부고(訃告) 담당 기자가 나옵니다. 현실과 이상의 괴리. 우리네 인생과 무척 닮지 않았나요. |
뜬금없는 망상이란 거 안다. 두고두고 놀림감이 될지도. 원래 이런 예측, 즐기지도 않는다. 행여 ‘찍기 신공’이 맞더라도 내세울 일도 아니고. 하지만 지금의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한 번쯤 짚어볼 필요가 있다.
‘가오갤3’이 다행스런 성적(국내 관객 약 420만 명)을 거뒀다고 가슴 쓸어내릴 게 아니다. 2019년 ‘어벤져스: 엔드게임’으로 마블 천하 1기를 근사하게 매조지한 뒤. 이 어정쩡함이 4년째 이어졌다. 마블과 디즈니가 얼마나 큰 포석을 펼치려는 건지 모르겠지만, 관객들은 하품을 참아가며 심드렁해진 지가 꽤나 오래됐다.
저간의 사정은 알겠다. 1기 어벤져스 기둥뿌리들이 뭉텅이로 빠져나갔다. 웬만한 리모델링으론 어림없다. 특히 티찰라(채드윅 보스만)의 별세가 안타깝고 뼈아프다. 스파이더맨은 소니랑 엮여 맘대로 써먹지도 못하고. 닥터 스트레인지와 스칼렛 위치, 로키 등이 버텨주긴 하나…. 왠지 ‘주춧돌’ 느낌은 아니다. 지반부터 다시 다져야 할 판이다.
나는 새도 떨어뜨리던 마블 대감댁에 어찌 이런 북풍 한파가 몰아친 걸까. 얽히고설켰지만, 가장 큰 이유로는 ‘리더의 부재’를 꼽고 싶다. 더 콕 짚어내자면,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없어서다. 어벤져스 시리즈의 전체 흐름을 이끌어가던 존재. 조연으로 나와도 중심을 잡아주던 무게감. 그게 사라지니 뭘 해도 어정쩡하고 헐겁다.
2008년 ‘아이언맨’ 때만 해도, 이리도 영향력이 클 줄 몰랐다. 로다주의 과거 탓에 미스캐스팅이란 폄하까지 나왔다. 허나 아이언맨은 여느 초인과 다르다. 마법이나 신화, 약물 없이 오로지 테크놀로지(갈수록 마법이나 진배없지만)로 이뤄낸 슈퍼히어로다. 가장 우리와 닮은, 워너비의 표상. 물론 차려진 밥상을 맛깔나게 먹어 치운 건 로다주 능력이지만.
그런 시점에서 ‘가오갤3’에서 스타로드 피터 퀼(크리스 프랫)이 평범한 지구인으로 돌아온 건 참으로 의미심장하다. 마블이 피해왔던 ‘닫힌 결말’이란 점도 의뭉스럽다. 굳이 가모라와 종지부 찍고 팀까지 탈퇴하다니. “스타로드는 돌아온다”는 그간 마블이 후속편 예고에 자주 써먹던 문장. 한데 이번만큼은 왠지 다르게 다가온다. 대체 어떤 신분으로 돌아올까.
물론 명확한 색채를 지닌 기존 캐릭터의 융합은 위험하다. 온갖 멀티유니버스를 쏟아내는 만화에서도 스타로드가 아이언맨이 된 적은 없다. 워 머신과 이복형제 아르노 스타크, ‘빌런’ 닥터 둠이 잠시 아머를 입었을 뿐이다. 허나 MCU에선 토니가 돌아올 수 없는 마당에 안 될 게 뭐 있나. 내년 공개 예정인 드라마 ‘아이언하트’(아이언맨 여성 버전)가 변수긴 하지만, 후계자보단 조력자에 가깝다.
어쩌면 이미 마블은 훨씬 멀리 내다보고 있을지 모른다. 언젠간 티찰라 아들과 스타크 딸이 우뚝 서는 3기 어벤져스를 마주할지도. 하지만 코앞에 닥친 2기 어벤져스를 제대로 꾸리지 못한다면, 이 꾸물꾸물한 난항은 더 늘어질 수 있다. 그런 뜻에서 ‘스타로드 아이언맨’은 그저 잇몸 정도로 취급하기엔 여러모로 매력적인 카드다.
“마블은 또 다시 돌아온다.” 허나 이젠 그들도 알아야 한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은 그냥 생겨난 말이 아니다. 그걸 뛰어넘고 싶다면, 이젠 한가한 젠가 쌓기처럼 보여선 안 된다. 거칠더라도 강렬한, 에너지를 담아낼 때다. 때론 ‘깜짝 콜라보’가 막힌 혈을 뚫어줄 수 있다.
정양환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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