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반도체에 드리워진 ‘제2 요소수 사태’ 그림자

2023. 7. 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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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다음 달부터 반도체 핵심 광물 통제
장기화할 경우, 피해 현실화 가능성
미·중 간 패권전쟁 연장선…전망도 불투명
[아로마스픽(50)]7.3~7
편집자주
4차 산업혁명 시대다. 시·공간의 한계를 초월한 초연결 지능형 사회 구현도 초읽기다. 이곳에서 공생할 인공지능(AI), 로봇(Robot), 메타버스(Metaverse), 자율주행(Auto vehicle/드론·무인차), 반도체(Semiconductor), 보안(Security) 등에 대한 주간 동향을 살펴봤다.
산업통상자원부는 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반도체협회와 소부장공급망센터, 광해광업공단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갈륨, 게르마늄 등 산업공급망 점검회의'를 가졌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한국을 포함한 반도체 생산국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예상치 못했던 상황에 당황한 모습이 역력하다고 했다. 특정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조치로 읽혔던 탓에 사태의 심각성도 더했다고 짚었다.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5일(현지시간) 첨단 반도체 제조의 핵심 광물인 갈륨과 게르마늄에 대한 중국 측의 갑작스러운 수출 통제 방침을 보도하면서 덧붙인 관련 국가들의 분위기다. WSJ는 또 “중국의 이번 조치는 미국 등을 비롯한 첨단 반도체와 관련해 기술의 중국 수출을 제한한 나라들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는 전문가들의 분석도 곁들이면서 한국과 일본 정부가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이는 최근 중국 당국에서 직접 갈륨과 게르마늄의 수출 통제 방침을 천명한 가운데 불거진 여파로 풀이된다. 홍콩 매체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는 8월 1일부터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을 "국가 안보와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통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다음 달부터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을 위해선 중국 상무부에 이어 국무원의 허가까지 받아야 한다.

전도성 높은 갈륨의 경우엔 열과 습기에 강한 특징으로 반도체부터 텔레비전(TV)과 휴대폰 충전기, 전기차 및 태양광 패널 등에 주로 쓰인다. 게르마늄은 광섬유 케이블과 적외선카메라, 인공위성용 태양전지의 핵심 소재로 사용된다. 갈륨과 게르마늄은 희귀 금속은 아니지만 중국이 비용 경쟁력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을 장악해 온 품목이다.

중국 측의 이번 조치는 반도체를 간판으로 내건 한국엔 악재다. 당장 다음 달부턴 중국 이외의 지역에서 갈륨이나 게르마늄을 조달해야 하고, 공급 부족에 따른 해당 광물의 가격 상승도 고려해야 한다. 국내 수출의 버팀목인 반도체를 주력으로 한 기업들엔 돌발변수다. 물론 갈륨이나 게르마늄에 대한 일정량의 재고와 대체 수입선 확보로 단기간 내 충격파는 크지 않을 것이란 관련업계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해당 광물의 중국 비중을 감안하면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기류는 달라질 수 있다.

자원 빈국으로서 내재된 아킬레스건이 드러난 부분 역시 부정적이다. 반도체를 포함해 자동차와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등에 절대적인 주요 광물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의 입장에선 뼈아프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2021~22년 사이 집계된 1,000만 달러 이상의 수입 품목 가운데 중국 의존도가 90% 이상인 제품만 266개에 달했다. 만약, 중국에서 266개 품목을 무기화한다면 우리나라에 돌아올 파장은 치명적일 수밖에 없단 얘기다.

전북 익산시에서 지역민에게 직접 요소수 판매에 나섰던 지난 2021년 11월 9일, 익산 실내체육관 앞에 통을 든 시민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뉴시스

실제 중국에서 나온 이번 광물 파동 예고는 궤적만 살펴보면 앞서 2년 전 벌어졌던 ‘요소수 쇼크’ 당시와 유사하다. 지난 2021년 말, 전국을 강타했던 요소수 대란도 격렬해진 미·중 간 패권전쟁의 연장선상에서 시작됐다. 중국이 미국 측의 대중 압박에 동참했던 호주로부터 석탄 반입을 금지하면서 연쇄파장으로 불거진 탓이다. 당시 화물차나 버스 등을 비롯한 경유차에 필수였던 요소수 품귀 현상으로 국내에선 전국 운송 대란까지 고조됐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불확실성이다. 중국측의 이번 광물 통제 방침은 미·중간 글로벌 패권 전쟁 속에서 빚어졌다는 게 정설이다. 지난해 10월 미국에서 첨단반도체와 반도체 장비의 대중 수출 금지 조치에 따른 맞대응으로 꺼내 든 중국 측 카드 성격이 짙다. 반도체와는 무관한 환경에서 발화된 돌출 사태의 후폭풍인 셈이다. 게다가 미국과 중국의 대치 전선은 갈수록 악화일로다. 중국의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 제한 방침에 미국 상무부도 즉각 “단호하게 반대한다”며 “미국은 핵심 공급망에서 탄력성 구축을 위해 동맹이나 파트너 국가와 함께 협력할 것”이라며 맞불을 예고했다. 격화되는 양국간 갈등 속에선 또 다른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오다)' 압박 가능성이 농후한 셈이다.

주영준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정책실장은 “갈륨과 게르마늄은 반도체 디스플레이와 같은 우리 첨단 산업에 사용되는 소재인 만큼 이번에 중국 정부 조치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더욱 세밀한 분석과 대응 조치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며 “업계와 계속 긴밀히 소통하며 국내 생산에 차질이 없도록 준비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유럽도 중국의 이번 조치가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갈륨과 게르마늄은 우리 산업과 전략적 부문에서 필수적이고 매우 중요하다"며 중국에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른 '명백한 안보 고려 사항'에 기반한 무역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재경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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