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때문에 이게 무슨 꼴이야”…심각한 상황 맞은 佛시위 확산 주범은 [박민기의 월드버스]

박민기 기자(mkp@mk.co.kr) 2023. 7. 8.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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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 7일만에 ‘2005년 폭동’ 피해 규모 넘어서
소셜미디어 통해 자극영상·시위 동참글 등 퍼져
‘中기업 운영’ 틱톡 신규 구독·영상 조회수 급증
마크롱, ‘시위 확산 주범’으로 틱톡 등 직접 지목
틱톡 측 “시위 상황 주시…개인정보 유출은 없다”
알제리계 10대 청소년 나엘(17)이 경찰의 총격으로 사망한 이후 벌어진 이민자들의 ‘분노 시위’가 프랑스 전역으로 확산했다 [AFP = 연합뉴스]
경찰 교통 검문을 피해 도주하려던 알제리계 10대 청소년 나엘(17)의 경찰 총격 사망이 촉발한 이민자들의 ‘분노 시위’에 프랑스가 다시 한 번 유럽의 화약고로 떠올랐습니다. 프랑스 정부가 4만5000여 명에 달하는 경찰 병력과 장갑차·헬리콥터 등 중장비까지 투입했지만 시위 사태는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습니다. 시위 6일 째인 지난 3일(현지시간) 기준 3000여 명 이상이 체포되고 차량 5000대 이상, 건물 1000여 동이 불에 탄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시위대의 차량 돌진으로 자택을 공격받은 프랑스 남부 라이레로즈 지역의 빈센트 장브론 시장은 “민주주의가 공격당했다”고 규탄했습니다.

이민자 주도 하에 프랑스 전역으로 확산한 시위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 2005년에는 경찰 검문을 피해 변전소 담을 넘던 아프리카계 이민자 출신 10대 청소년 2명이 감전사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에 격분한 무슬림 청년들은 약 3주 동안 프랑스 전역에서 공공건물에 불을 지르고 약탈을 일삼는 등 대규모 폭동을 벌였습니다. 자크 시라크 당시 프랑스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피해를 입었지만, 일각에서는 나엘 사망에 따른 이번 분노 시위로 인한 피해 규모가 이미 2005년 폭동을 넘어섰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번 시위가 진행 일주일도 채 안 된 시점에서 3주간 이어졌던 2005년 폭동 피해 규모를 뛰어넘을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그 배후로 소셜미디어를 지목했습니다. 틱톡·스냅챗·트위터 등 SNS가 확인되지 않은 시위 관련 정보를 무분별하게 퍼뜨리고, 젊은 10대 이민청소년들의 동참을 부추기는 게시글을 유포하는 역할을 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번 시위 가담자 중 30%가 10대 청소년이었다는 집계도 나왔습니다. 나엘 사망 직후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던 마크롱 대통령은 시위 수위가 점점 높아지자 나중에는 “청소년의 죽음을 이용하지 말라”며 강경 대응 태세로 돌아섰습니다. 프랑스 정부는 소셜미디어기업들과 함께 시위 관련 거짓 정보가 담긴 게시물 삭제 조치에 돌입했습니다. 사실상 ‘SNS와의 전쟁’에 나선 것입니다.

중국 동영상 플랫폼 틱톡 [로이터 = 연합뉴스]
분노 시위로 프랑스는 대혼돈에 빠졌지만 뒤에서 이를 지켜보는 중국은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중국 IT기업 바이트댄스가 운영하는 동영상 플랫폼 틱톡이 이번 프랑스 시위로 인한 수혜를 톡톡히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위 현장에서 벌어지는 폭력 사태를 찍은 영상이 틱톡을 통해 사방팔방 번지자 신규 사용자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영상 조회수와 구독자 수가 치솟고 있습니다. 프랑스 영상 매체 기업 브뤼트(Brut)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시위 영상을 올리며 70만 명의 신규 구독자를 확보했다고 블룸버그에 전했습니다. 영상 조회수는 530만 회를 돌파했고 주간 영상 조회수 역시 4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나엘 사망 이후 틱톡에는 다양한 시위 현장이 담긴 영상들이 올라왔습니다. 일부 영상에는 불에 타고 있는 쓰레기 더미가 포착됐고, 마르세유에서는 대형 TV를 약탈한 뒤 품에 안고 있는 시위대 모습이 담겼습니다. 10대 등 젊은 층이 언론 대신 틱톡 등 SNS를 ‘뉴스 창구’로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자극적인 상황을 담아내기 위한 ‘틱톡커(틱톡 사용자)’들의 경쟁에도 불이 붙었습니다. 프랑스 온라인 매체 루프사이더(Loopsider)가 운영하는 틱톡 채널의 영상 ‘한 주 조회수’는 2억 건으로 그 전 주 5000만 건에서 약 4배 급증했습니다. 주세페 드 마르티노 루프사이더 설립자는 “틱톡이 지원하는 짧은 형식의 영상은 이번 시위와 같은 사건·사고를 기록하고 알리는 데 최적의 방식”이라고 말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틱톡과 스냅챗 등을 언급하며 ‘시위 폭력 사태 확산의 주범’으로 지목했습니다. 그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현실과 동떨어진 일탈이 벌어지고 있다”며 “가끔은 그들이 가상현실 게임 속에서 살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정부 대변인도 ‘SNS 문제 지적’을 지원하고 나섰습니다. 올리비에 베랑 프랑스 정부 대변인은 “구독자를 늘리기 위해 경쟁하는 커뮤니티나 집단이 있는 것 같다”며 “가장 고통스러운 부분은 이번 비극을 영상으로 기록하려는 사람들 대부분이 입에는 미소를 짓고 있다는 점”이라고 전했습니다.

틱톡과 모회사인 중국 바이트댄스는 이미 ‘개인정보 유출 의혹’으로 주요 국가들의 경계와 질타를 받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틱톡 금지령’ 물결도 일고 있습니다. 캐나다는 올해 2월 정부에 등록된 모든 기기에서의 틱톡 사용을 금지했고, 일본 정부는 같은 달 공용 전자기기 내 틱톡 사용을 금지 조치했습니다. 미국 역시 틱톡을 통한 개인정보 유출 위험성이 커지자 정부 전자기기에서 틱톡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한국은 아직까지 이 같은 대열에 합류하지는 않았지만 지난 2020년 방송통신위원회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틱톡에 1억8000만원 과징금과 600만원 과태료를 부과한 바 있습니다. 틱톡은 이번 프랑스 시위를 두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그러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일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매일 쫓기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알면 알수록 더 좋은 국제사회 소식. 전 세계가 주목하는 한 주의 가장 핫한 이슈만 골라 전해드립니다. 단 5분 투자로 그 주의 대화를 주도하는 ‘인싸’가 될 수 있습니다. 읽기만 하세요. 정리는 제가 해드릴게요. 박민기의 월드버스(World+Universe)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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