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건전재정’ 집착하는데, 실적은 왜 나쁠까
혼란스럽다. 윤석열 정부는 긴축재정을 통해 건전재정을 추구한다고 한다. 그러나 지난해 재정수지 적자는 역대 최악이고 올해 세수 결손도 역대 최악 수준이다. 이 정부는 건전재정에 집착하는 것 같은데 왜 실적은 좋지 않을까? 전 정부 때문일까? 아니면 대통령 의지를 실현하지 못하는 공무원 때문일까? 이런 혼란은 일차적으로 기획재정부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기재부의 거짓말 때문이다. 기재부의 다섯가지 거짓말과 진실을 파악해보자.
① 2023년이 건전재정 전환 원년?
올해는 윤석열 정부가 본예산을 편성한 첫해다. 정부는 올해를 건전재정 전환 원년이라고 홍보한다. 이를 우려하는 쪽은 지나친 ‘긴축예산’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올해 정부 총지출은 전년보다 5.1% 증가했다.
그러나 기재부는 2017년 불과 3.7% 증액한 본예산을 ‘역대 최대 슈퍼예산’이라고 홍보했다. 윤석열 정부가 건전재정을 요구하면, 5.1% 증액 예산으로도 ‘건전재정’이라고 홍보한다. 언론도 정부 홍보에 따라 3.7% 증액도 슈퍼예산이라고 하고, 5.1% 증액도 긴축재정이라고 보도한다.
② 재정수지 최악 적자, 누구 책임?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취임했다. 그해 본예산은 박근혜 정부가 편성했으나 문재인 정부는 11조원 규모의 추경을 시행했다. 재정수지 절반은 문재인 정부 책임이다. 2017년 재정수지는 24조원으로 역대급 흑자다. 적극적 재정을 운용하겠다는 문재인 정부가 재정 여력을 충분히 활용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했다. 역시 추경을 시행했다. 지난해 2차 추경 규모는 55조원을 훌쩍 넘는 규모다. 그래서 지난해 재정수지는 64조6천억원 적자라는 역대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기재부는 지난해 재정수지 적자를 전 정부 탓으로 돌린다. 몇몇 언론은 윤석열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도 ‘역부족’이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가 55조원의 추경을 하지 않았다면 재정수지 적자는 10조원을 넘지 않았을 것이다. 적극적 재정 지출을 선호하는 입장에서 문재인 정부보다 더 큰 규모의 손실보상금을 지출한 측면에서 칭찬해야 할 일이다. 나도 태양광 사업자라는 이유로 코로나19로 인한 손실 보상금 600만원을 받았다. 텔레비전에 윤 대통령이 나올 때마다 아빠 미소가 나왔다. 정부가 주니까 받긴 했지만 한달에 40만원 정도를 부업으로 버는 태양광 사업자에게 왜 600만원이나 주는지는 잘 모르겠다. 특히 코로나바이러스가 태양광 발전에 어떤 손실을 끼쳤는지는 더욱 모르겠다.
③ 윤 정부, 긴축으로 건전재정?
2018년 문재인 정부의 첫 본예산 총지출 증가율은 7.1%다. 윤석열 정부의 본예산 편성 첫해인 2023년 총지출 증가율은 5.1%다. 총지출 증가율이 낮으니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재정이 건전해졌을까? 건전재정의 가장 주요한 잣대인 재정수지를 보자. 2018년 통합재정수지는 31조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의 흑자를 기록했다. 반면 올해 재정수지 적자는 수십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왜 윤석열 정부 들어 재정수지가 더 좋지 않을까? 2018년에 총수입이 많이 증가했지만, 2023년엔 총수입이 오히려 감소했기 때문이다. 수입 증감은 경기적 이유가 가장 크다. 그러나 정부의 조세 정책도 주요 원인이다. 윤석열 정부는 부동산 관련 세금과 법인세를 내렸다. 즉 윤석열 정부의 감세 정책에도 재정수지 및 재정건전성 악화 책임이 있다.
물론 2020년 이후 문재인 정부의 재정수지는 큰 폭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 결과로 봐야 한다. 특히 2020년 재난지원금 등으로 악화한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112조원)보다 2022년 손실보상금 등으로 악화한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117조원)가 오히려 더 크다.
④ 올해 국세 수입, 크게 증가한다?
기재부가 발표한 올해 예산안을 보면 국세 수입이 전년보다 16.6% 증가한다고 한다. 이런 성장은 ‘역발산기개세’(힘은 산을 뽑을 만하고 기운은 세상을 덮을 만하다는 뜻으로, 중국 초나라의 패왕 항우의 노래 ‘해하가’에 나오는 말)가 연상될 정도다. 기재부는 ‘주요 세목 세입 기반 확충’이라는 노력 덕분이라는 깨알 같은 자랑을 한다. 새빨간 거짓말이다. 지난해에는 큰 폭의 초과 세수가 발생했다. 기재부는 2022년 국세 수입 전망치 오류를 인정하고 사과하면서 국세 수입액을 수정했다. 이미 수정된 국세 수입 예측치 대비 2023년 세수 증가율은 단 1%에 불과하다. 그런데 기재부는 수정 전 수치 대비로는 16.6% 증가라고 한다. 추경을 통해 국세 수입 전망치를 수정한 적은 많다. 그러나 국세 수입 증가율을 수정 전 수치 대비로 계산하는 건 처음이다.
거짓말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 국정감사 참고인으로 국회에 출석해 추경호 경제부총리 옆에서 증언한 적이 있다. 2023년 국세 수입 증가율이 16.6%라는 기재부 발표는 거짓말이라고 했다. 이에 추 부총리는 다소 격앙된 어조로 “참고인의 말은 거짓말입니다. 기재부는 16.6%가 아니라 1% 증가한다고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기재부의 공식 2023년 예산안 보도자료에는 16.6% 증가한다고 명시돼 있다. 거짓말이 또 다른 거짓말로 이어지는 모습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1% 증가도 언감생심이다. 올해 5월 말 기준, 국세 수입은 전년도보다 무려 36조원 덜 걷혔다.
⑤ 법인세 내리면 세수 줄지 않는다?
추 부총리는 또 법인세를 내려도 투자가 늘고 경기가 좋아져서 법인세수가 줄지 않는다고 여러차례 말했다. 사실이 아니다. 기재부조차도 법인세 인하로 5년간 줄어드는 세수가 13조원이라고 발표했다. 이 액수도 사실이 아니다. 나라살림연구소는 5년 동안 감소 규모를 60조원으로 계산했고 기재부도 이를 인정했다.
건전재정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감세와 건전재정이라는 두마리 토끼는 동시에 잡을 수 없다는 사실은 인정해야 한다. 세수 결손이 이를 증명한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예산서, 결산서 집행 내역을 매일 업데이트하고 분석하는 타이핑 노동자. <경제 뉴스가 그렇게 어렵습니까?> 등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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