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출산제 둘러싼 ‘임산부 출산 보호·아동 권리 존중’ 딜레마 [오늘의 정책 이슈]

이민경 2023. 7. 8.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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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관이 아이의 출생 사실을 지방자치단체에 의무적으로 통보하는 출생통보제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8일 국회입법조사처의 '보호출산제, 논쟁의 지점과 숙고할 사안: 출생통보제 도입에 따른 보완·병행 입법 논의에 부쳐' 보고서에 따르면 출생통보제는 지자체가 부모의 출생신고 전 의료기관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을 통해 아이의 출생 사실을 통보받도록 하는 걸 골자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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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관이 아이의 출생 사실을 지방자치단체에 의무적으로 통보하는 출생통보제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출생 아동의 신고 누락 문제를 해소할 안전장치를 마련한 셈이지만 신분 노출을 꺼리는 임산부가 의료기관에서의 출산을 회피하는 등 사각지대가 생겨날 수 있단 지적이 나온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8일 국회입법조사처의 ‘보호출산제, 논쟁의 지점과 숙고할 사안: 출생통보제 도입에 따른 보완·병행 입법 논의에 부쳐’ 보고서에 따르면 출생통보제는 지자체가 부모의 출생신고 전 의료기관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을 통해 아이의 출생 사실을 통보받도록 하는 걸 골자로 한다. 국가가 공동책임자로 부모와 함께 출생아에 대한 출생신고 임무를 부여받은 셈이다. 이번에 국회 본회의에서 출생통보제 법안이 처리되면서 의료기관에서 태어난 아동은 ‘유엔 아동권리협약’이 명시하는 ‘아동의 등록될 권리’를 보장받게 됐다.

하지만 병원 밖 출산 아동은 여전히 소외되어 있다. 오히려 출생통보제 도입이 신원 노출을 꺼리는 임산부에게 의료기관에서의 산전진단이나 출산을 더욱 피하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예를 들어 임신 자체를 환영받지 못하는 임산부의 경우 자신의 출산 사실을 숨기고자 의료기관을 방문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산모와 태아 모두의 건강이 위협받는 것이다. 

출생통보제에 대한 보완책으로 도입이 논의되는 게 바로 보호출산제다. 이는 임산부가 익명을 보장받은 채 아이를 출산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다. 의료기관 밖 출산이 초래할 수 있는 위험과 사고를 예방하고 출산 직후 벌어질지 모를 영아살해를 막기 위한 방안이다. 프랑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등 외국에선 익명출산제도가 이미 도입된 상태다. 임산부가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안전한 환경에서 익명으로 아이를 출산한 뒤 떠날 수 있도록 한다.
사진=연합뉴스
다만 보호출산제는 그 도입에 대해 찬반 의견이 첨예하다. 이미 제도를 도입한 국가 내에서도 논쟁이 활발하다. 산모의 익명성 보장이 태아 안전은 보호할지 몰라도, 본인 태생에 대한 출생자의 알 권리는 훼손하기 때문이다.

이에 독일의 사례가 절충안으로 떠오른다. 독일 의회는 2013년 8월 ‘비밀 출산 제도’를 도입했다. 산모가 상담기관에 신상에 관한 기록을 남기고 상담에 참여할 시 비밀출산을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출생 아동은 16살이 되면 국가기관에 신상 기록을 요청해 열람할 수 있다. 

다만 이 또한 임산부의 출산 보호와 아동의 권리 존중이란 딜레마를 완벽하게 해소하는 건 아니. 비밀출산을 위해선 자신의 기록을 남겨야 하기 때문이다. 임산부가 ‘비밀’을 완전히 보장받는다고 할 수 없다. 임산부의 열람거부권 역시 인정하기에 자녀의 알 권리가 항상 충족되는 것도 아니다.

이에 보고서는 “산모의 익명성을 보장하는 제도를 이미 시행하고 있는 국가들의 선례를 면밀히 참고해 출생통보제의 부정적 여파를 최소화하는 최선의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며 “한국의 보호출산제 도입 논의에서 완전히 배제된 친부에 대한 논의 역시 포함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민경 기자 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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