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값 내렸다지만… 동네 빵집 “가격 인하 먼나라 이야기”
이미 마른수건 쥐어짜기 운영... ‘중간 유통과정’ 개선이 먼저
“밀가루 도매가는 그대로에, 설탕과 유제품 값은 폭등했죠…빵 가격 내리고 싶어도 내리기가 힘듭니다.”
제분업계가 밀가루 출하 가격을 낮추는 등 식품업계의 가격 인하 행렬이 이어지는 가운데 동네 빵집들 사이에서 빵 가격 인하는 ‘언감생심’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밀가루 가격 하락에도 빵 가격을 쉽게 내리지 못하는 그들의 ‘속 사정’은 무엇일까.
8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제분은 지난 1일 밀가루 주요 제품의 가격을 평균 6.4% 인하했다. 이는 지난달 26일 농림축산식품부가 밀의 수입 가격을 밀가루 가격 책정에 반영해 달라고 요청한 데 따른 것인데, 실제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지난해 5월 t당 419달러까지 올랐던 국제 밀 선물가격은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까지 300달러 미만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SPC그룹 등 제빵 대기업들과 달리 소규모 빵집은 밀가루 가격 하락에 따른 소비가 가격 인하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반응이다. 밀가루 도매가는 출하 가격 인하에도 변동이 없는 데다 설탕이나 유제품 가격도 지난 1년간 오를 대로 올랐기 때문이다.
화성 동탄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임창호씨(33)는 제분업계의 밀가루 가격 하락에도 빵값 인하는 어렵다며 고개를 저었다. 임씨 가게에선 대한제분 밀가루를 사용 중이지만, 납품 받는 도매가는 2만9천원에서 요지부동이기 때문이다. 임씨는 “결국 빵집에선 밀가루 도매가가 떨어져야만 하는데, 아직 가격 인하 등 공지를 받지 못한 상황”이라며 “밀가루 도매가가 떨어지지 않는 이상 빵값을 낮추긴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털어놨다.
수원에서 5평 남짓의 소규모 빵집을 경영하는 김영민씨(43)도 마찬가지. 그는 이미 지난해부터 설탕과 유제품 가격이 상승한 탓에 밀가루 가격이 떨어져도 빵 가격을 낮추긴 어렵다고 했다. 그는 “1년 전과 비교하면 설탕 가격은 50% 가까이 오른 상태”라며 “이미 마진율을 적게 잡고 있는 상황이라, 밀가루 가격 인하분을 소비자 가격에 반영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원가 하락이 소비자가 인하로 연결되지 않는 이유와 관련, 유통 과정의 문제점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밀가루 등 원재료 가격 인하가 소비자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중간 유통과정에서 필요 이상으로 ‘떼 가는’ 비용이 많기 때문”이라며 “소비자가 물가 인하를 체감할 수 있게 중간 유통업계도 양보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김정규 기자 kyu5150@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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