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부터 암살 계획"…연설 시작 2분만에 쓰러진 아베 [뉴스속오늘]

홍효진 기자 2023. 7. 8.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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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지난해 7월8일 오전 11시30분쯤 나라현 나랏의 야마토시아다이지역에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참의원 선거 유세를 진행하던 중 총기 피습을 당했다. /사진=페이스북
'탕, 탕!'
지난해 7월8일 일본 나라현 나라시. 오전 11시30분 두 번의 총성이 들린 뒤 한 남성이 바닥으로 쓰러졌다. 남성의 정체는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총기 사건이 극히 드문 일본에서 벌어진 갑작스러운 테러에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당시 아베 전 총리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가두 유세를 하던 도중 피격됐다. 그는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으나 심폐정지 상태로 치료를 받던 도중 당일 오후 5시3분 결국 사망선고를 받았다.
"1년 전부터 암살 계획"…사제총 직접 제작한 암살범
일본 경찰이 지난해 7월8일 나라현 야마토 사이다이지역 현장에서 아베 신조 일본 전 총리를 저격한 41세 남성 야마가미 데쓰야를 체포하고 있다. /사진=로이터통신=뉴스1
총격이 시작된 건 아베 전 총리가 막 연설을 시작한 지 2분 남짓 흘렀을 때였다. 오전 11시28분쯤 아베 전 총리는 야마토사이다이지역 앞에서 이틀 뒤 열릴 제26회 참의원 의원 통상선거의 자민당 후보를 응원하기 위한 연설을 시작했다. 그러나 직후인 11시30분, 아베 전 총리가 서 있는 뒤편에서 총성과 함께 희뿌연 연기가 번져 아베 주위를 에워쌌다.

첫 번째 총격은 빗나갔지만, 아베 전 총리가 뒤쪽으로 고개를 돌리려던 찰나 이어진 2번째 총격에 그는 목 아랫부분과 왼쪽 가슴에 총상을 입고 쓰러졌다. 응급조치 후 헬기를 타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송 과정에서 심폐정(심장·호흡이 정지했으나 의사에 의한 사망 판정을 받지 않은 상태) 및 의식불명으로 아베 전 총리의 상태는 악화됐다. 병원에 도착한 그는 곧장 응급수술을 받았지만 같은 날 오후 5시3분 의료진은 끝내 사망 판정을 내렸다.

암살범은 해상자위대 출신인 야마가미 데쓰야(42). 그는 총격 직후인 오전 11시32분 현장에 있던 경호원들과 경찰의 손에 붙잡혔다. 야마가미는 사제 총기를 제조해 사전부터 암살 계획을 치밀하게 세워온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수사 당국은 야마가미가 1년 전부터 아베 전 총리 암살 계획을 준비하며 불특정 다수의 유권자가 몰려드는 선거 유세 현장을 습격한 것으로 판단했다. 당초 야마가미는 폭발물을 이용한 암살을 계획했으나 총으로 습격 도구를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야마가미가 만든 사제총은 길이 40㎝, 높이 20㎝로, 금속관을 2개 묶어 나무와 테이프로 고정한 산탄총이었다. 한 번 발사 시 1개 관에서 총알 6개가 발사됐고, 아베 전 총리는 뒤편으로 6~7m 거리에서 2번 총에 맞았다.

현지 경찰은 해당 사제총이 3D(3차원) 프린터로 제작됐는지 여부는 언급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야마가미가 "총기 제조법은 인터넷에서 검색했고 부품과 화약도 온라인으로 주문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에서도 관련 규제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다.
'아베 피격' 충격 1년 만에…기시다도 '폭발 테러'
지난 4월15일 보궐선거 여당 후보 지원을 위해 일본 와카야마 한 항구를 찾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연설에 앞서 폭발물을 던진 것으로 보이는 용의자가 체포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NHK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당시 야마가미는 경찰조사에서 "1년 전에 살해를 결심했다"며 "아베 전 총리와 가까워질 기회를 노렸다"는 취지로 말하며, 총을 이용한 습격으로 방식을 바꾼 것에 대해선 "아베 전 총리만 노리려 했다"고 진술했다.

구체적 범행 동기에 대해선 "어머니가 통일교에 1억엔(약 9억1000만원) 이상을 기부해 가정이 망가졌다"며 "아베 전 총리가 통일교와 관계가 있다고 생각해 살해했다"고 밝혀,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옛 통일교·이하 가정연합)에 대한 일본 내 비판적 분위기는 고조됐다.

1년이 지났지만 일본 내에서는 여전히 테러를 우려하는 분위기다. 아베 전 총리 피격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지난 4월. 기시다 후미오 총리를 노린 폭발물 테러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난 4월15일 오전 11시30분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중의원(하원) 보궐선거 지원 연설차 와카야마시의 연설장에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한 남성이 발연통 같은 물체를 투척했고 큰 폭발음이 터져 나왔다.

당시 기시다 총리는 차를 타고 무사히 현장을 떠났고 용의자 기무라 류지(24)는 현장에 있던 경찰에 체포됐다. 이날 테러로 인한 부상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1년 사이 야외 행사장에서 벌어진 유사한 테러에 불안감은 쉽게 잦아들지 않고 있다.

이에 일본 경찰은 범죄 위험성이 큰 인물들의 데이터를 수집, 집중 분석하는 대응 시스템 시범 계획을 시행하기로 했다. 지난 3일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현지 일부 경찰본부(지방경찰청)는 다음 달부터 특히 위험성이 높은 개인들의 정보를 수집, 해당 데이터를 공안 담당자에게 전달한다. 공안 담당자들은 전달받은 이들의 위협 수준을 평가해 조기 대응력을 강화한다. 시행 결과에 따라 다른 경찰본부에서도 도입을 검토할 계획이다.

홍효진 기자 hyos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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