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경의 플레e] LCK선수의 미성년자 성희롱 사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실 이도경 보좌관 칼럼

[파이낸셜뉴스] 지난달 말, 우리 이스포츠에 있어선 안될 일이 벌어졌다. 사건은 이렇다. 6월 27일, 리그오브레전드 LCK 한화생명e스포츠 소속 A선수의 사생활 논란이 불거졌다. 한 여성이 A선수에게 온라인상 대화를 통해 성희롱을 당한 사실을 SNS에 알린 것이다. 이어, 미성년자인 다른 여성 1인도 비슷한 피해를 입은 사실을 대화 캡쳐본과 함께 SNS에 올렸다. 하루가 지난 28일, A선수의 에이전트인 B사에서는 이 사건과 관련하여 입장문을 발표하였다. 선수가 잘못된 행동을 저지르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실 이도경 보좌관

참고로 LCK 페널티 인덱스 '제9장 행동 수칙'에 이같은 일에 대한 규정이 상세히 되어 있다. '9.2 프로답지 못한 행동'으로 성희롱 선수 및 코칭스태프, 단장, 전력분석관을 포함한 팀 임직원, 선수 및 코칭스태프의 에이전트, 팀, 게임단 및 게임단주는 성희롱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성희롱은 상대방이 원치 않는 성적인 접근을 의미하는 것으로 합리적인 사람이 특정 행위에 대해 성적으로 불쾌하거나 모욕적이라고 느낄 수 있다면 성희롱으로 간주될 수 있다. 성적인 협박, 강요, 성적 행위를 요구하며 대가를 약속하는 행위는 절대 허용되지 않는다.

아울러 이에 대한 징계처분의 수위도 찾을 수 있다. 위 내용을 처음 어길 시 서면 주의 또는 1개월 이하 출장정지 또는 LCK 및 LCK CL 참가자격 정지 1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2차 위반때도 1차와 동일한 처분을 한다. 3차 위반을 하면 3개월 이하 출장정지 또는 LCK 및 LCK CL 참가자격 정지 3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4차 위반시 2년간 LCK 참가자격 정지 처분을 내린다.

다시 사건 내용으로 돌아가서, 이 사건은 여러 면에서 문제가 있다. 첫째, 소속 에이전트의 부적절한 대응이다. 피해자들, 특히 한 명은 미성년자이다. A선수가 이들에게 높은 수위의 대화를 수 차례 보낸 사실이 대화록으로 명백하게 남아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사는 선수를 옹호하고만 있다. 심지어 이 과정에서 피해자 A의 얼굴까지 노출시켜 2차 피해를 입혔다.

둘째, 소속 게임단의 대응태도다. 팬들은 팀의 소극대응에 분노하고 있다. LCK 경기 이후 관례적으로 진행됐던 선수 인터뷰를 거부했을 뿐만 아니라 팀 프런트 및 게임단 홍보팀도 언론의 인터뷰를 거부했다. 게임단의 홍보 업무를 대행하는 회사을 통해 한화생명e스포츠 감독이 간접적으로 인터뷰한 것이 전부였다. 그러다가 사건이 발생한지 8일차가 돼서야 짧은 입장문을 내놨다.

물론 게임단도 또다른 피해자일수는 있다. 그러나 다른 종목의 스포츠와 비교해보자. 다른 종목의 경우, 소속 팀 선수가 사생활 문제를 일으켰을때 보통은 즉각 조치하기 마련이다. 이와는 사뭇 대비되는 대응태도라 실망감이 크다.

셋째, 가장 큰 문제인 선수의 늦장대응이다. 팀과 에이전트의 뒤에 숨어 어떤 입장도 표명하지 않고 있다가 사건 발생 일주일이 지나서야 짧은 사과문을 올렸다. 분명 그는 미성년자에게 말로 다하기 어려운 수준의 성희롱을했다. 미성년자인 사실도 인지하고 있었다. 그도 증거로 나와 있기 때문에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식의 대응이라니, 이는 이스포츠의 품위를 심각하게 손상시키는 일이다.

넷째, 한국이스포츠협회 사무국의 아쉬운 대응이다. 사건발생 이후 필자가 연락하기 전까지 협회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있었다. 다른 문제도 있다. 필자는 사건 이후 이스포츠공정위원회 소집을 요구했다. 그런데 사무국은 필자의 소집 요구 사실을 한화생명e스포츠에 알렸다는 것이다. 덕분에 본래 비밀리에 진행하려던 계획이 틀어졌다. 아울러 이로 인해 한화생명e스포츠팀은 공정위원회 개최를 사전에 대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지 않길 바라지만, 공정위원회 위원들에게 개별적인 접촉이 있을 수도 있을 일이다.

다른 스포츠 종목에서는 있을 수 없는, 있어서도 안될 일이다. 대부분 다른 스포츠 종목들은 회의 소집 확정 이후에야 그 사실을 해당 팀과 선수에게 알린다. 그것이 당연하다. 그래야 소집 전 위원들에게 어떠한 외압이 가지 않고, 증거인멸 등 우려가 덜하기 때문이다. 만일 케스파 사무국에서 별 뜻 없이 해당팀에 사전에 알린 것이라면 아마추어적인 행동이고, 알고 한 행동이라면 목적성이 다분하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이 점에 대해서는 사무국에 분명한 어조로 지적을 하였으나, 마뜩찮은 것은 여전하다.

필자의 소집 요구에 다행스럽게도 많은 위원분들께서 동의를 해주셨다. 위원회 규정상 위원 사분의 일 이상 동의할 경우 회의가 소집되는데, 조건이 충족되었기에 곧 심의 회의가 열리게 된다. 신속하고 깔끔한 일처리가 필요하다. 피해자를 위해서도, 건전한 이스포츠 환경을 위해서도 그렇게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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