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EA 사무총장, 한국땅 밟자마자…시위대 거세게 ‘항의’

“그로시 고 홈” 외친 시위대에 2시간 만에 공항 빠져나와
8일 오후 원자력안전위원장·외교부 장관 면담 예정

(시사저널=김은정 디지털팀 기자)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지난 7일 저녁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제선에 도착, 시민단체의 항의를 피해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을 방문한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한국에 들어서자마자 시위대의 거센 항의에 부딪혔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4∼7일 일본 방문 일정을 마치고 7일 밤 김포공항 국제선 터미널에 도착, 사흘간의 방한 일정을 시작했다. 그가 나타나기 전부터 김포공항 1층 귀빈용 출구 앞에는 수십 명의 시위대가 격렬한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시위대는 'IAEA 일본 맞춤 보고서 폐기하라', 'IAEA 사무총장 방한 반대' 등의 피켓을 들고 "그로시 고 홈(go home)", "해양투기 반대한다", "그로시는 한국을 떠나라" 등의 구호를 연신 외쳤다. 일부 시위대는 고성을 지르며 그로시 사무총장을 비난하고, 귀빈용 출구 앞에 폴리스 라인(police line)을 치고 도열한 경찰들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이 탑승한 항공편은 이날 오후 10시47분께 김포공항에 도착했지만, 그는 한동안 청사 밖으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시위대가 진을 치고 있는 귀빈용 출구가 아닌 공항 2층을 통해 공항을 나가려다가 이곳으로도 시위대가 몰려들면서 귀빈실로 되돌아가기도 했다.

결국 그는 한국에 도착한 지 약 2시간이 지난 8일 오전 0시 50분에 시위대와 취재진의 시야에서 벗어난 통로를 이용해 김포공항을 빠져나갔다.

IAEA는 일본의 오염수 방류 계획의 안전성을 2년3개월 동안 검토한 종합 보고서를 4일 일본에 전달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도쿄 전력이 계획한 대로 오염수를 통제하며 점진적으로 바다에 방류할 경우, 인체와 환경에 미치는 방사능 영향은 무시해도 될 정도로 미미할 것"이라는 결과가 도출됐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방한 기간 동안 IAEA 종합 보고서 내용을 설명하고, 여론의 우려를 불식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행에 앞서 7일 도쿄에서 개최한 회견에서 "이 문제에 의견이 있는, 모든 관련 대화 당사자들과 만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신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8일 오후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장과 박진 외교부 장관을 차례로 만날 예정이다. 유 위원장과의 면담에서는 일본 정부와 도쿄 전력의 오염수 해양 방류 계획이 국제 안전기준에 부합한다는 결론을 담은 IAEA의 종합 보고서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박 장관과도 IAEA 종합 보고서 내용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한국과 IAEA 간의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할 전망이다. 이후 9일에는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는 더불어민주당과의 면담 일정이 잡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