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100km 누적고도 6km “이걸 뛸 때 희열 느낀다”… 트레일러너 장희주 씨[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요즘 산을 달리는 트레일러닝에 빠져 있는 장희주 씨(32)는 초등학교 시절을 중국 국제학교에서 보내면서 ‘운동 본능’을 키웠다. 수영과 테니스를 배웠고 학교에서 축구와 터치 럭비를 즐겼다. “축구팀 미드필더로 활약하며 공을 차던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 축구와 럭비는 달릴 기회가 많아 좋았다”는 그는 “훈련 때 땀 흘린 만큼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일찍 배웠다. 몸을 맘껏 움직인 뒤 오는 희열이 너무 좋다”고 했다.
“하와이대 대학원에서 석사 논문을 준비하던 2021년 친구가 권해서 트레일러닝대회에 나갔는데 바로 그 매력에 빠졌어요. 첫 대회 뛰자마자 이건 오래 해보고 싶다고 느꼈어요. 바쁜 와중에도 짧은 시간에 할 수 있는 운동을 찾았는데 트레일러닝이 온 겁니다.”
“산 내리막을 달릴 때 가장 희열을 느낍니다. 내리막을 달릴 땐 5, 6걸음 앞까지 예상해야 해서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해요. 온전히 제게만 집중할 수 있어요. 모든 짐을 내려놓을 수 있는 순간이라 마음에 평화가 찾아와요. 일상 삶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장 씨는 국내 트레일러닝에서 신흥강자로 떠올랐다. 지난해 7월 열린 성남누비길 64k에선 11시간 32분 12초로 여자부 2위를 했다. 올 4월 열린 서울 울트라 랠리 22km에서는 3시간 18분 41초로 여자부 정상에 올랐다. 4월 말 열린 코리아 50k 52.5km에서 8시간 34분 1초로 3위를 했고 거제 100km에서 다시 정상에 오른 것이다.
그는 2019년 하와이대 대학원에 가면서 본격적으로 야외 스포츠에 빠졌다. 바닷속을 탐험하는 프리다이빙을 가장 즐겼다. 그는 “바닷속은 너무 조용하고 평화로웠다. 바다에 감싸져 지구와 하나가 되는 느낌이었다. 트레일러닝에서도 그 비슷한 느낌을 경험할 수 있었다”고 했다. 장 씨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든 산의 멋진 풍광 속에서 딴생각 없이 달릴 수 있어 좋다. 자유롭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운동이라 더 좋다”고 트레일러닝을 즐기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무엇보다 열심히 노력한 만큼 결과도 따라온다”고 했다. 그는 “대회 출전 목표를 정하고 땀을 흘리니까 제가 성장하는 게 보인다. 그런 재미가 더 트레일러닝에 빠지게 만든다”고 했다.
초창기엔 혼자 달리던 그는 지금은 올댓트레일, 북한산통나무트레일러닝클럽이란 동호회에 가입해 함께 달리고 있다. 서로 응원해주며 달리는 게 즐겁고 배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거제에서의 좋은 결과도 많은 분들이 도와줘서 가능했다”고 했다. 평일엔 틈나는 대로 10~20km, 주말에는 30~40km 장거리를 달린다. “거제 100km를 준비할 때 훈련을 가장 많이 달린 주에는 125km를 달렸다. 대회를 앞두고는 대회 거리의 10~15%를 더 달리는 게 훈련 목표”라고 했다.
국내에서 영어 강사를 하던 장 씨는 무조건 외우기를 강요하는 한국교육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해 중국으로 떠나게 됐다. 그는 “교육이라는 게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흥미를 줘 자연스럽게 공부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한국은 그렇질 않은 것 같다. 한국에서 중고등학교 다닐 때도 그랬는데 전혀 바뀌지 않았다. 호기심은 없고 그냥 외우고 시험만 보고 있어 안타깝다”고 했다.
장 씨의 목표는 하와이 HURT 100마일 대회 완주. 그는 “이 대회는 99%가 산이고 1%만이 도로다. 온전히 산에서 그리고 처음 트레일러닝을 접한 곳에서 첫 100마일을 완주하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HURT 100마일 대회는 신청한다고 다 출전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대회 조직위원회 추첨에 당첨돼야 달릴 수 있다. 그는 “내년엔 친구들 달리는 것 지원해주고 그다음 해에 출전할 예정이다. 하늘이 도와줄 것”이라며 웃었다.
그는 산을 잘 달리기 위해 늘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어주고, 보디웨이트(몸으로 하는 근육운동)로 피워도 키우고 있다. 그래야 부상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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