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하지 않은 '나이스'…34개월 간 2824억 들였는데 왜 먹통?

김경록 기자 2023. 7. 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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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 로그아웃부터 기말 문항정보표 유출까지
교육부 "접속량 많아지며 많은 작동 시간 소요"
교사들 "지금은 괜찮지만…학생부 안전할까"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교사·학부모·교육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나이스(NEIS) 사태와 교육 퇴행 주범 이주호 장관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07.03. kmx1105@newsis.com


[서울=뉴시스]김경록 기자 = 4세대 교육행정 정보시스템(NEIS·나이스)이 34개월 간 2824억원을 들여 개발했는데도 개통 초 극심한 먹통·오류로 혼란이 초래된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나이스 개통 18일 차인 8일, 현장 교사들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이제는 나이스가 많이 안정화됐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불과 2주 전까지만 해도 학교는 대혼란에 빠졌었다. 시스템 이름처럼 나이스(nice·좋은)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나이스' 때문에 현장 교사들이 고충을 겪은 셈이다.

나이스는 4세대 개편을 마친 후 지난달 21일 야심차게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개통 초부터 먹통·오류가 속출했다. 강제 로그아웃 등 접속 먹통, 수행평가 성적 입력 오류,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저장 오류 등 일상적이면서도 중요한 기능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특히 개통 이틀째 기말고사를 앞두고 한 학교의 문항정보표(답안지)가 다른 학교에 출력되는 오류가 10여건 발생하면서 사태의 심각성이 대두됐다. 이미 출제한 문항이나 답지 순서를 변경해달라는 교육부 요청은 '책임 전가' 논란에 휩싸였다.

각종 평가로 바쁜 학기 말에 불안정한 새 시스템까지 말썽을 부리자 교사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교육부가 디지털 기기 보급에 발맞춰 나이스를 전자화하겠다며 이름 붙인 '지능형' 나이스는 조롱거리가 됐다.

나이스 개발을 주도한 한국교육학술정보원에는 개통 일주일 만에 4729건의 개선요구가 빗발쳤다. 전국 중·고 교사 3427명 중 96.2%인 3296명이 개편된 나이스에 불만족한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나왔다. 이 설문 응답자 99.1%는 4세대 나이스 개통 시기가 '매우 부적절했다'고 밝혔다.

반면 교육부는 개통 7~9일 차에 연일 "나이스가 원활하게 작동했다"는 자료를 내면서 성난 학교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전국중등교사노동조합은 "나이스가 원활하게 작동했다는 발표 이후에도 전국 학교 현장에서 나이스 오류 사진 및 영상 제보가 빗발치고 있다"며 "나이스가 안정화됐다는 교육부의 거짓말이 전국 교사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정수경 초등교사노조위원장이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교육부 4세대 나이스(NEIS) 개통 후 학생 개인정보 유출 등 규탄 교원단체 합동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06.27. amin2@newsis.com


여기에 나이스 개발을 수주한 쌍용정보통신이 2017년 국방부로부터 부정당업자 제재 처분을 받았는데도 2021년 교육부와 나이스 구축 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드러나며 논란은 더 커졌다. 실천교육교사모임은 '관련자들 사이의 카르텔 존재 여부'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기도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쌍용정보통신이 제재에 대한 취소 소송과 집행정지를 신청했고, 집행정지가 인용돼 조달청에서 입찰 자격을 제한할 수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쌍용정보통신은 지난달 제재 취소 소송을 취하해 올해 6개월 간 부정당업자 제재 처분을 다시 받게 됐으나, 여전히 나이스 안정화 작업에 관여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제재가 재개되더라도 이미 계약한 건에 대해서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4월24일부터 6월5일까지 베타테스트를 거쳤는데도 개통 초 먹통·오류가 발생했던 이유를 묻자 "운영자 모드에서 '이 정도 수준에서 작동되면 큰 무리는 없겠다' 판단했으나 사용자가 10만, 14만 명까지 많아지면서 작동 시간을 많이 소요한 경우들이 있었다"고 답했다.

이어 "나이스 개통 전 일주일 동안 중단됐던 초과근무나 출장 입력이 개통 초 몰리고, 그 기간 확인하지 못했던 급여 명세표를 보는 기능도 평상시보다 많이 사용되는 등 일들이 벌어졌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지난달 30일까지 24시간 비상근무체제를 가동하며 서버 증설, 문항정보표 출력 오류 수정, 웹서버 패치 등 작업을 진행했다. 지난 6일부터는 매일 오전 10시 배포하던 나이스 작동 일일 현황자료도 특이사항이 있을 경우에만 배포하겠다고 밝혔다. 현장 교사들도 나이스가 개통 초보다 안정화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기말고사 기간 '나이스 사태'를 겪은 교사들의 불안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9월11일부터 예정된 2024학년도 대입 수시 원서접수 전 8월30일까지 진행되는 학생부 입력이 잘 될지 우려된다는 반응이 나왔다.

서울 한 고등학교의 3학년 부장교사는 "학생 한 명 한 명 세특(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을 입력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쓰던 내용이 날아갈까 봐 한글 파일에 작성한 뒤 옮길 생각"이라며 "작성한 학생부가 대학교로 잘 전송될지도 걱정이라 학생부 마감 전에 미리 다 출력해놓으려 한다"고 밝혔다.

인천의 한 중학교 교무부장은 "일상적으로 쓰이는 기능들에 대한 오류는 개선이 됐는데, 학생부 입력이나 정보 공시처럼 비상시적인 기능들은 앞으로 쓰일 때 갑자기 문제가 돌출될 수 있다"며 "잔불이 꺼지지 않은 상태로 계속 가는 상황이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지난 3일부터 '대입전형 자료 생성 사전운영 기간'이 문제없이 진행 중이라며, 전날 대입전형자료가 잘 생성되는지 비교·검증하는 작업을 거쳤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knockro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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