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똥물` 저급 평준화…2023년 국회 수준입니까[국회기자 24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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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갈등과 대립을 넘어 '막말 정치'에 혈안이 됐습니다.
여야를 막론하고 "귀를 씻고 싶은 심정이다" "윤석열 정권 들어 막말 인플레이션이 심해지고 있다"고 정치인의 말에 대해 다시 한 번 돌아봐야 한다는 주장이 정치권에서도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세 결집을 위한 지지층이 열광하는 막말에 집중해 민생 처리는 요원해질 것이라는 우려인데요.
이번 총선의 결과의 키를 '중도·무당층'에게 있다는 사실을 정치권도 잘 알고 있다면, 막말 전쟁에도 선을 그을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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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층, 세 결집 위한 전략…중도·무당층은 외면
여야 막론 "국민 보기 부끄럽지 않은가" 자성
국민은 또 볼모…민생은 또 뒷전
[이데일리 이상원 기자] “집권 여당이 ‘(오염수를) 매일 1리터, 10리터씩 마셔도 아무 상관 없다’고 하는 돌팔이 과학자를 불러다 발표하는 게 바로 국민을 우롱하고 괴담을 퍼트리고 있다.”(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윤석열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에서 사실상 ‘쿠데타’를 통해 검찰개혁에 반대하면서 대통령이 됐다.”(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
“민주당이 마약에 도취해 국민의 참사마저도 정쟁의 도구로 악용하는 아주 ‘나쁜 정치’를 하고 있다.”(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똥’을 먹을지언정 후쿠시마 오염수는 먹을 수 없다.”(임종성 민주당 의원)
지난달 교섭단체 대표연설부터 격화한 거친 언사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마약’ 발언으로 전쟁의 불씨가 터졌습니다. 김 대표는 지난 1일 울산에서 취재진과의 만나 앞선 국회 본회의에서 민주당이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철회 결의안 등을 강행 처리한 것에 대해 “마약에 도취돼 오로지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그는 “민주당이 불치의 질병에 걸린 것 같다. 국민의 참사마저도 정쟁의 도구로 악용하는 아주 나쁜 짓을 하고 있다”고 쏘아붙였죠.
이는 결국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제소로 이어졌습니다. 민주당은 지난 4일 김 대표를 ‘국회의원 품위 유지 의무(국회법 제25조) 위반’으로 윤리위에 제소했습니다. 이에 질세라, 국민의힘도 같은 날 윤영찬 민주당 의원 제소로 맞대응했죠. 국민의힘은 하루 다음날이 5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돌팔이 발언’, 임종성 민주당 의원의 ‘똥’ 발언을 윤리위에 추가로 제소했습니다.
김 대표는 사과 대신 또다시 반격에 나섰습니다. 그는 5일 ‘울산 지역민생 예산정책협의회’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민주당의 제소에 대해 “중독되면 본인은 중독된 것을 모른다. 주변에서 중독됐다고 가르쳐 줘서 하루빨리 깨닫는 것이 가장 빠른 해결책”이라며 자신의 ‘마약’ 주장은 타당했다고 역설했습니다.
여야를 막론하고 “귀를 씻고 싶은 심정이다“ “윤석열 정권 들어 막말 인플레이션이 심해지고 있다”고 정치인의 말에 대해 다시 한 번 돌아봐야 한다는 주장이 정치권에서도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수도권의 한 4선 중진 의원은 “4번의 국회를 거치면서 서로를 향한 비방은 있었지만 이렇게 저급하게, 지속적으로 하진 않았다”며 “국민 보기에 부끄럽지 않은가”라고 일침을 가했다.
한 수도권의 초선 의원은 과거 20대 국회에서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 의원이 문재인 전 대통령의 지지자를 ‘문빠’, ‘달창’(달빛기사단을 달빛창녀단으로 비하한 표현)이라고 언급한 사례를 들며 “당연한 말이지만 나 전 의원은 그래도 사과는 했다”며 “이젠 최소한의 예의도 없이 ‘누가 누가 욕 잘하나’로 국민에게 어필하는 것인지 통탄스럽다”고 전했다.
결국 여야의 협치는 없었고 민생은 또 뒷전이 됐습니다. 국민을 위한 것이라 앞세우지만 정작 국민은 볼모가 됐습니다. 국민의힘은 민생·약자·미래를 위한 ‘100대 입법과제’를 내놓은 지 10개월이 넘어가는 가운데 △스토킹범죄처벌법 △납품단가연동제법 △반도체특별법 등을 비롯해 6개 법안만을 추진한 상태입니다.
민주당도 22개 민생입법과제를 제시한 지 1년이 다 되어가지만 △가상자산투자자보호법 △보이스피싱방지법 등을 포함해 3개 과제만을 통과시킨 상황입니다. 노란봉투법은 지난달 30일 야당의 강행으로 국회 본회의에 부의됐지만 대통령이 거부권이 예상되고 있죠.
이러한 가운데 총선이 다가오면서 막말 공방만 거세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세 결집을 위한 지지층이 열광하는 막말에 집중해 민생 처리는 요원해질 것이라는 우려인데요. 이번 총선의 결과의 키를 ‘중도·무당층’에게 있다는 사실을 정치권도 잘 알고 있다면, 막말 전쟁에도 선을 그을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혐오감에 더 떠나지 않기를 바란다면 말이죠. 막말을 막말로 덮는 수준 낮은 정치는 이제 끝내야 할 때입니다.
이상원 (prize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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