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페이 팔고, 점포 정리…신세계그룹이 돈 모으는 까닭 [언박싱]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신세계그룹이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실탄을 쌓는 데 분주하다. 아울러 더딘 소비심리 회복 등 잠재적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서도 돈을 모으고 있다.

투자·혁신 강조하는 정용진…성장동력 투자 실탄 확보

정용진(가운데)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올해 5월 인천 연수구 이마트 연수점을 찾아 새로 단장한 판매 부스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

8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최근 다양한 방식으로 신사업에 투자하기 위한 자금을 확충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이 간편결제서비스인 SSG페이와 스마일페이 사업부 지분 매각을 추진 중인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29일 신세계그룹은 우선협상대상자에 토스를 선정했다. 올해 안에 매각 절차를 마무리할 전망이다. 신세계그룹은 이번 매각 대금 일부로 토스의 지분을 받을 예정이다. 토스와 협력관계를 공고히 하며 충성 고객층을 넓혀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신세계그룹은 토스의 금융 인프라를 활용해 그룹 전사적으로 힘을 쏟는 유료 멤버십 ‘신세계 유니버스’를 확장할 계획이다. 토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 신세계 유니버스를 가입하고 포인트를 조회·관리하고, 오프라인에서 토스페이로 결제할 때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 할인·적립을 하는 방식들이 언급된다.

신세계 유니버스란 SSG닷컴·G마켓·이마트를 비롯해 신세계백화점·신세계면세점·스타벅스, 6개 계열사가 총망라된 유료 멤버십이다. 출시 이후로 지속적으로 혜택을 강화하고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하면서 충성 고객을 늘리고 있다.

신세계그룹 계열사들도 일제히 회사채 발행, 자산 매각 등으로 현금을 확보하고 있다. ㈜신세계는 채무 상환 자금 확보 차원에서 올해 두 차례에 걸쳐 총 52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이마트도 1월 채무 상환 자금 확보를 목적으로 일반사채 3900억원을 발행했다. 이에 더해 이마트는 2021년 서울 성동구 성수동 사옥과 본점을 매각하는 등 점포들을 잇달아 폐점하면서 자산을 유동화하고 있다.

이처럼 신세계그룹이 다각적으로 현금성 자산을 모으는 것은 그만큼 미래 성장동력을 위한 투자가 절실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최근 투자의 중요성을 연이어 강조했다. 정 부회장은 올해 3월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딜리셔스 페스티벌’에서 “고객과 상품에 광적으로 집중해 투자하고 혁신할 때 위기를 돌파하고 더 큰 도약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5월에도 이마트 연수점을 찾아 “오프라인 혁신을 위해 앞으로도 더 많은 투자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발맞춰 신세계백화점은 2025년까지 서울 중구 명동에 있는 옛 제일은행 본점을 복합쇼핑공간으로 재단장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달 1일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을 개장한 신세계면세점도 코로나19 엔데믹(전염병의 풍토병화) 이후 급증하는 여행객을 겨냥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할 계획이다.

이마트도 ‘미래형 대형마트’로 진화하기 위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2020년 월계점을 시작으로 2021년 19개점, 지난해 8개점을 재단장했다. 올해도 10개점 리뉴얼에 85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신세계프라퍼티는 국내 두 번째 야구 전용 돔구장과 지상 6층짜리 대형 복합 쇼핑몰, 호텔 등을 총망라한 ‘스타필드 청라’를 2027년까지 준공할 계획이다. 또 광주 어등산 관광단지에 축구장 73개를 합친 규모(16만평)의 ‘그랜드 스타필드 광주’를 세우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소비 개선 둔화에 실적 ‘주춤’…경기 둔화·유통채널 다변화 등 관건

왼쪽부터 이인영 SSG닷컴 대표·강희석 이마트 대표·전항일 G마켓 대표가 지난달 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신세계 유니버스 페스티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신세계그룹 제공]

이에 더해 신세계그룹은 소비심리 회복세를 예의주시하며 혹시 잠재적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신세계그룹의 매출액은 약 37조9000억원, 영업이익은 1조1800억원 수준을 기록했다. 2021년에 비해 매출액은 3조원가량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000억원가량 줄었다.

올해 1분기에도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은 ‘주춤’했다. 신세계의 1분기 영업이익은 152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8% 줄었다. 이마트도 영업이익이 72% 준 344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신세계인터내셔널의 영업이익은 69% 감소했다.

다만, 하반기부터는 신세계그룹의 사업성이 조금씩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0.7로 13개월 만에 처음으로 100을 넘겼다. CCSI가 100보다 높으면 장기평균(2003∼2022년)과 비교해 소비 심리가 낙관적이라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경제가 회복되고 있지만, 그 속도가 예상보다 더딜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경기 둔화가 이어진다면 신세계그룹의 사업은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다양한 유통 채널이 성장하며 경쟁하는 상황도 리스크”라고 내다봤다.

kimstar@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