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대혼전 맞은 프로야구, 자고 나면 순위 ‘요동’
‘2강’ LG·SSG도 안심 못 해
(시사저널=김양희 한겨레신문 기자)
프로야구가 간만에 대혼전의 시기를 맞았다. 몇 년간 소위 '보약' 역할을 했던 압도적 꼴찌팀 한화가 약진하면서 순위 싸움이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2강 7중 1약의 혼세 속에서 어느 팀도 가을야구 티켓을 장담할 수 없는 형국이다. 현재 2강을 형성 중인 LG 트윈스와 SSG 랜더스 또한 6월초까지 3강을 이뤘던 롯데 자이언츠가 미끄러졌듯이 후반기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그만큼 리그 자체가 드라마틱하다.
얽히고설킨 순위 싸움에 관중 또한 작년보다 30% 이상 늘어나 시즌 절반을 치른 시점(360경기)에 이미 400만 관중을 넘어섰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의 부진한 성적(1라운드 탈락)이 국내 리그 흥행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상을 완전히 비껴가고 있다. 야구는 철저하게 응원 구단 성적 위주로 흥행이 결정된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는 시즌이다.
잘나가던 롯데, '6월 승률 0.360' 추락
지금 프로야구 순위가 요동치는 데는 롯데의 하락, 한화의 상승이 한몫한다. 시즌 초반만 해도 롯데는 '봄데'(롯데가 봄에만 잘하는 것을 빗댄 은어)라는 오명을 벗으면서 LG·SSG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포수에서 투수로 변신한 나균안이 선발로 대활약하면서 롯데는 4월 14승8패(승률 0.636), 5월 13승9패(승률 0.591)의 성적을 냈다. 하지만 6월 들어 성적이 곤두박질쳤다. 루징 시리즈가 이어지면서 한 달간 9승16패의 성적을 거뒀다. 6월 팀타율이 0.252(9위)에 그쳤고, 봄을 지탱했던 마운드에도 힘이 빠져 WHIP(이닝당 출루 허용률)가 1.64(공동 9위)에 이르렀다.
설상가상으로 코치진 내부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일부 코치가 보직에서 벗어난 월권을 행사하는 일이 이어지며 "롯데에는 감독이 없다"는 말까지 흘러나왔다. 성적이 좋았을 때는 잠잠하다가 나빠지니 이런저런 얘기가 나오는 모양새다. 롯데 구단은 '항명'으로까지 비친 사태를 봉합하기 위해 2015년 성적 부진으로 사령탑 부임 1년 만에 물러났던 이종운 전 감독을 다시 수석코치에 앉히는 선택을 했다. 이 전 감독은 지난해 말 다시 롯데로 돌아왔고 그동안 퓨처스(2군) 사령탑으로 있었다. 롯데는 현재 래리 서튼 현 감독과 이종운 전 감독이 1군에서 동행하는 묘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롯데가 안팎으로 어려움을 겪으며 아래로 떨어질 때, 시즌 초반 고전했던 한화는 팀을 정비하고 솟구쳐 올랐다. 한화는 팀 리빌딩 기조 아래 3년 연속 꼴찌를 도맡아 한 팀이었다. 지난해에는 시즌 100패를 걱정할 정도로 최악의 한 해(46승96패2무·승률 0.324)를 보냈다. 채은성, 이태양 등 FA(자유계약선수)를 영입한 올해도 4월까지는 작년의 기조가 이어졌다. 24경기에서 겨우 6승(17패1무)만을 챙겼다. 승률이 0.261에 불과했다. 평균자책점(4.36·7위)은 그다지 나쁘지 않았는데 팀타율(0.217)이 현저히 떨어졌다. 외국인 타자(브라이언 오그레디)의 부진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답답한 방망이였다.
다른 팀의 '승리자판기'였던 한화 대변신의 비결
하지만 5월부터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대체 외국인 투수 리카르도 산체스가 선발진 한 축을 맡아주고 펠릭스 페냐 또한 제 구위를 되찾았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을 중도 경질하고 팀 사정을 잘 아는, 2020년 후반기에 감독대행을 맡기도 했던 최원호 2군 감독을 1군 사령탑으로 승격시키며 팀 분위기를 쇄신한 것도 컸다. 한화는 5월 11승10패1무(승률 0.524), 6월 13승10패1무(승률 0.565) 등 5할을 웃도는 성적을 올렸다. 2005년 이후 18년 만에 8연승 맛도 보면서 이젠 아래보다 위를 쳐다보는 팀이 됐다. 4월만 해도 4년 연속 꼴찌를 걱정하며 2년 차 파이어볼러 문동주의 투구에서 위안을 얻던 팀이었는데 이제는 '혹시나' 하며 포스트시즌을 꿈꾸는 팀이 됐다.
2020~22 시즌 비슷한 시기와 비교하면 한화의 반등은 확실히 눈에 띈다. 364경기 안팎을 기준으로 했을 때 한화는 2020년(366경기 기준) 승률이 0.260(19승54패1무)이었다. 1위 NC 다이노스와는 무려 28경기 차이가 났다. 한화가 다른 팀의 승리자판기가 되면서 7개 팀이 5할 이상의 승률을 거두기도 했다. 2021 시즌 366경기 기준 한화의 승률은 0.365(27승47패), 2022 시즌 363경기 기준 한화의 승률은 0.338(24승47패1무)이었다. 그러나 비슷한 기간 올해 한화의 승률은 0.449(31승38패4무)다. 최약체 팀은 더 이상 없다.
한화의 반등과 함께 시즌 전 3강 전력으로 평가받던 KT 위즈가 6월 엄청난 기세(15승8패·승률 0.652)로 순위를 끌어올리고 있고, 이정후가 3할 타자로 복귀한 키움 히어로즈 또한 중위권 도약에 성공했다. 하지만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는 마운드 붕괴의 여파로 6월에 겨우 7승씩 추가하며 키움·KT·한화에 순위를 추월당했다. 삼성은 특히 6월 승률 0.280(7승18패)으로 프로야구 원년 팀 창단 후 첫 꼴찌의 불명예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삼성의 경우 프로배구(대전 삼성화재 블루팡스), 프로농구(서울 삼성 썬더스)가 이미 2022~23 시즌을 최하위로 마감했고, 프로축구(수원 삼성 블루윙즈) 또한 현재 K리그1 꼴찌를 기록 중이다. 여차하면 4대 프로스포츠 꼴찌의 오명을 쓸 판이다. 투자를 안 하는 것도 아닌데 성적이 이렇다.
2003년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는 전반기 동안 48승31패2무를 거두며 현대 유니콘스(히어로즈 구단의 전신·48승28패2무)와 공동 1위(당시는 다승제였음)로 후반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후반기 선수 부상 등이 겹치면서 고꾸라졌고, 결국 66승64패2무(승률 0.508)의 성적으로 가을야구에 턱걸이했다. 1위 현대와는 무려 14경기 차이가 나는 4위였다. 전반기를 승패마진 +17로 마쳤다가 야금야금 다 까먹고 겨우 +2를 기록했다.
과거 SK의 사례로 보면, LG나 SSG 또한 결코 안심할 수는 없다. 샐러리캡 등의 영향으로 전력이 평준화된 상황에서 선수 부상 등이 겹치면 또 모를 일이다. 특히 올해는 9월 중순 이후 리그 중단 없이 항저우아시안게임 대표팀 선수들이 차출되기 때문에 시즌 막판까지 순위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이정후·김혜성(이상 키움), 박세웅·나균안(이상 롯데), 노시환·문동주(이상 한화) 등 주축 선수들이 빠지는 구단들의 경우 9월 중순 이전에 되도록 승수를 많이 쌓아놔야만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KBO리그는 7월14일부터 20일까지 올스타전 휴지기에 들어가는데 각 구단들은 막바지 외국인 선수 교체 등을 통해 후반기 대비 전력 정비를 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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