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생활 접고 귀국한 청년, 딸기를 만나다 [귀농귀촌애(愛)]
2017년 여름, 그는 11년의 호주 이민생활을 마치고 처가인 전남 신안군 압해도로 돌아왔다. 그의 주머니는 텅 비어있었다. 호주에서 한 때 잘 나갔지만 무역업에 손을 댔다가 큰 손해를 봤다. 이민생활을 접은 그는 한국의 농촌에서 귀농의 둥지를 틀고 인생 2막의 길을 선택했다.
2021년 8월 비닐하우스에 첫 딸기 모종을 심었다. 비닐 하우스에 식재한 2만 3000주의 딸기는 잘 자랐다. 그해 12월 첫 수확을 했다. 하지만 매출은 기대 이하였다. 하루 판매 수입은 100만∼200만원에 그쳤다. 다음해 4월까지 수확한 딸기 총매출은 9000만원으로 기대(1억5000만원)에 크게 못미쳤다. 딸기 수입은 3.3㎡당 18만원가량이다. 모종값과 인건비, 기름값을 제외하니 순이익은 3000만원에 불과했다. 10개월가량 아내와 함께 매달린 딸기농사의 성적표는 실망 수준이었다.
한 대표는 딸기 농사가 왜 잘 안 됐는지 되돌아봤다. 답은 간단했다. 인건비를 아끼기위해 부부 2명이 3300㎡(1000평)의 딸기 농사를 짓는 건 무리였다는 것이다. 딸기 농사는 잎따기와 꽃솎아주기, 수확, 선별, 포장, 출하를 매일 동시에 해야한다. “둘이 어떻게 이런 일을 다 할 수 있겠어요” 그는 반문했다. 단계마다 일손 부족으로 시기를 놓치니 수확량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딸기농사에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했다. 그는 외국인 노동자와 1년간 근로 계약을 했다. 딸기 농장에 한 명의 노동력이 더 투입된 것이다. “제 때 제 때 일손이 들어가니 모든 게 달라졌어요” 그는 올해 딸기의 매출이 거의 2배로 늘었다고 했다.
하지만 무역업에 손을 댄 것이 화근이었다. 무역업이 제대로 풀리지 않으면서 이민생활을 접어야 했다. “이 때는 처음 호주 올 때보다 더 막막했어요” 그의 머리속엔 처가인 압해도가 떠올랐다.
한 대표는 올해 처음으로 자의반 타의반으로 비닐하우스 2개동에 3400주의 메론을 심었다. 지역농업경영인회에서 올해 완공되는 압해도 로컬푸드에 다양한 농작물을 진열할 목적으로 한 대표에게 메론 재배를 요청했기때문이다. “누군가는 해야 될이죠” 그는 일손 부족으로 메론 줄기가 타고 올라갈 수 있는 줄을 다는 시기를 놓쳐 안타까워 했다. 이날도 나홀로 줄을 다는 작업을 했지만 좀처럼 작업량은 줄어들지 않았다.
그는 밭농사까지 작물을 넓혔다. 13만2000㎡(4만평)의 밭에 철 따라 귀리와 보리, 밀, 콩, 녹두 등을 재배하고 있다. 밭작물 농사는 의외로 쉬운 편이다. 씨앗을 뿌리면 자연에서 자라 수확을 할 수 있기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계속된 장마로 아직까지 녹두는 씨앗조차 뿌리지 못하고 있다. “날씨 등 자연이 허락하지 않으면 수확량을 기대하기 어려워요” 그는 기후변화가 밭작물 농사를 좌우한다고 보고 있다.
그는 아직까지 빚을 다 갚지는 못했다. 하지만 농사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고 희망의 불씨를 이어가고 있다.
신안=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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