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하루 1시간만” 정부가 금지시킨 나라…한국은 정복할 수 있을까 [더테크웨이브]
“유저분들에게 큰 상처를 드린 것 같아 진심으로 너무나도 죄송스럽습니다.”
스마일게이트의 인기 게임 ‘로스트아크’ 제작을 진두지휘하며 ‘빛강선’이라는 별명을 얻은 금강선 스마일게이트RPG 본부장이 유저들에게 사과하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사연인즉슨 로스트아크가 한국 서버에 중국 검열판 콘텐츠를 적용했다가 유저들이 뿔이 난 것인데요. 로스트아크는 지난달 28일 ‘로스트아크’는 지난달 28일 업데이트를 진행하면서 일부 콘텐츠에 등장하는 몬스터의 외형을 변경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게임 속에 등장하는 좀비, 해골처럼 살아 움직이는 시체 콘셉트의 몬스터가 살아 있는 사람 모습으로 어색하게 교체되면서 유저들의 불만이 터져나왔죠.
로스트아크는 이달 20일 중국 시장 서비스를 앞두고 있습니다. 게임 사용자들은 로스트아크가 중국 당국의 검열을 의식해 콘텐츠를 수정한 것이 한국 서버까지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거세게 비판했죠. 금 본부장은 공지문에서 “업데이트에서 (중국판과) 분리돼야 할 몬스터 외형 변경 항목이 잘못 포함되는 문제가 있었다. 오는 5일 업데이트를 통해 다시 수정할 예정”이라고 밝혔죠. 그러면서 그는 “단순히 실수라며 어물쩍 넘어가기엔 이용자들에게 큰 불안감을 준 것이 사실이다. 연이은 잘못들로 여러분들이 보내주신 로스트아크에 대한 애정과 신뢰를 깨뜨린 것 같아서 참담하고 무거운 심정”이라고 거듭 사과했습니다.
게임사들 입장에서는 국내 유저들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도 현지화를 진행해야 한다는 새로운 과제가 주어졌습니다. 패치 오류로 인한 해프닝일 수 있지만 한국 게임 이용자들은 중국에 출시된 게임들의 과도한 검열 사례가 한국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죠.
이번주 <더테크웨이브>에서는 국내 게임사들의 중국 진출 동향과 과제를 살펴보겠습니다.
지난달 스마일게이트가 서비스하고 슈퍼크리에이티브에서 개발한 글로벌 히트 모바일 RPG ‘에픽세븐’은 중국에서 출시 3일만에 애플 앱스토어 매출 순위 TOP 10에 진입하며 흥행에 청신호를 밝혔습니다. 스마일게이트는 현지 유통사인 즈룽게임과 협업해 서비스를 출시했는데요. 즈룽게임의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 통하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넥슨게임즈는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5일까지 오는 5일까지 2주간 ‘블루 아카이브’의 중국 지역 비공개 시범 테스트(CBT)에 나섰죠. 블루 아카이브는 넥슨의 서브컬처 장르 수집형 역할수행게임(RPG)인데요. 특히 지난 3월 사전 예약을 실시한 이후 중국에서만 약 260만 명의 이용자를 확보하며 ‘메가히트’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스마일게이트의 ‘로스트아크’는 이달 20일부터 중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로스트아크 중국 퍼블리셔인 텐센트게임즈는 “7월 20일부터 ‘명운방주’(로스트아크의 중국판 이름)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지요. ‘로스트아크’는 작년 말 중국 정부로부터 게임 서비스 권한인 판호를 발급받고 지난 4월 12일부터 중국 현지에서 제한된 이용자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진행해왔습니다.
공지에 따르면 여름방학 기간인 7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매주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에만 20시부터 21시까지 1시간만 게임을 이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앞서 중국 당국은 지난 2019년부터 청소년의 게임 이용시간을 평일 하루 1시간 30분, 주말 하루 3시간으로 제한한 것에 이어 지난해 8월 말 새로운 규제를 발표하며 평일 이용을 전면 금지시켰죠.
중국의 콘텐츠 검열 기관 국가신문출판서 역시 게임 속의 선혈·시체 표현을 일절 허용하지 않는 등 강도높은 규제를 펼치고 있습니다. 중국 시장에 진출하는 한국 게임사들도 따라야 하는 룰이죠. 일례로 중국 국가신문출판서의 ‘인터넷 출판 서비스 관리 규정’ 24조에 따르면 ‘사교와 미신을 전파하는 것’, ‘음란·도박·폭력을 조장하거나 범죄를 선동하는 것’ 등 10개 항목에 해당하는 게임은 유통을 불허하게 돼 있습니다.
다만 게임업계 일각에서는 중국인 국내 게임사에 대한 판호 발급을 제한해온 1년 6개월 간 시장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특히 한국 게임에 대한 판호 규제가 사드에 대한 정치적 보복 이외에도 자국 시장에 대한 보호 목적도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중국의 대규모 판호 발급은 자국 시장과 게임사들에 대한 자신감의 표출로도 해석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죠. 게임 시장은 개방해도 될 만큼 경쟁력이 있다는 게 중국 당국의 판단이라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지난해부터 사실상 국내 게임사에 대해선 외자판호가 1년 6개월만에 재개된데다 비교적 ‘신작’을 위주로 판호가 발급된 점에서도 긍정적인 신호가 켜진 것은 분명합니다. 앞서 2020년, 2021년에 이뤄진 판호 발급은 출시가 오래된 작품들에 한정됐다는 점에서 한계가 명확했지요.
하지만 작년부터 재개된 판호 발급은 비교적 신작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특히 블루아카이브, 제2의 나라, 로스트아크, 에픽세븐은 글로벌에서 여전히 흥행중인 작품입니다. 중국 시장에서 충분히 통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겠죠. 중국 즈옌컨설팅 등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게임 시장 규모는 2652억위안(약 49조원)으로 추정됩니다.
또 중국 시장 특유의 불확실성과 변화한 중국 게임 이용자들의 취향은 국내 게임사들이 넘어야 할 과제입니다. 최근 중국 시장에서는 최근 서브컬쳐 장르가 인기인데요. 반면 국내에서 여전히 비중이 높은 MMORPG 게임은 시장 비중이 3% 수준에 불과합니다. 중국은 국내와 달리 장르가 매우 다변화된 시장입니다.
가장 큰 인기 장르인 수집형 RPG의 60%이상이 서브컬쳐 게임에 해당하죠. 한국 게임이 기존 IP로는 새로움과 신선함을 주기가 어려워진 상황입니다. 한한령으로 판호발급 오랜시간 지연되는 동안 중국 시장에 새로운 게임 지식재산권(IP)가 출시됐고, 사용자 눈높이도 높아졌기 때문이죠.
중국이 지난 10년간 한국 게임을 모방하면서 축적한 노하우와 기술·자본도 한한령 이후 새로운 장벽이 됐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철저한 현지화와, 강력한IP만이 중국 시장을 뚫을 수 있는 무기인 셈입니다.
중국의 대표 게임사인 텐센트, 넷이즈 등은 이미 시가총액은 물론 히트작 숫자와 시장 점유율에서도 글로벌 ‘1티어’ 게임사로 도약한지 오래입니다.
수년간 한국 게임에 대한 판호 발급이 이뤄지지 않는 사이 한국을 대표하는 게임회사들은 서구권 시장 진출에 공을 들여왔는데요. 그럼에도 최대 규모의 중국 시장이 다시 열린 것은 한국 게임사에는 기회 요인입니다.
중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하면서도 중국 외 시장으로의 다변화를 동시에 가져가는 것, 한국 게임사들에 놓인 쉽지 않은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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