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평에 115억원?···고객님, 특별 조망권 누리시잖아요” [이수민의 도쿄 부동산 산책]
도쿄에서도 특별한 풍경에 가치 부여
공원·바다·도쿄타워 뷰가 인기 많아
'파크코트 시부야 더 타워‘ 최상층
115억원 훌쩍···전용 194㎡에 불과
특급호텔 같은 야경뷰 욕실 설계도 인기
한강뷰. 한국의 부동산 시장을 파악하는데 필수적인 단어 가운데 하나입니다. 탁 트인 한강을 내 집에서 언제든 즐길 수 있는 조망권은 도심 속 빽빽하게 세워진 아파트의 ‘비교우위’ 요소로 작용하는데요. 동일 단지에 평형도 똑같아도 거래 물건이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집인지에 따라, 최대 6억원까지 매도 가격이 크게 벌어지기도 합니다.
최근에 화제가 된 사례를 한 번 살펴 볼까요.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에서 한강을 볼 수 있는 104동과 105동은 전용면적 84㎡기준, 각각 39억8000만원(2023년 5월 9일)과 36억8000만원(같은 해 6월 5일)에 팔렸지만, 한강을 내다볼 수 없는 112동은 층수가 더 높은 17층임에도 33억8000만원(2023년 5월 10일)에 손바뀜 되었습니다. 이처럼 ‘한강뷰’는 서울의 고가 아파트 수요에서 수억원 이상의 가치를 지닌 프리미엄으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웃나라 일본 도쿄에서는 어떨까요? 이곳도 ‘한강뷰’에 준하는 프리미엄 요건이 존재할까요? 답부터 말씀드리자면, 여기에도 조망이 매매 시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다만 강보다는 바다, 도시의 상징적 건축물이나 공원을 내려다볼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곳들이 눈에 띕니다. ‘파크뷰’, ‘도쿄만(灣)뷰’, ‘도쿄타워뷰’ 등이 바로 그 사례죠.
이는 아마도 스미다강이나 아라카와강 등 주된 강들이 도쿄 도심을 기준으로 보면 남동부에 치우쳐 있어 도시의 한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한강과는 입지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는 점, 도쿄 시민들이 선호하는 주거 지역이 다수가 이들 강과 연접하고 있지 않다는 점 등이 작용하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그렇다면 도쿄 시민들이 평가한 특별한 조망의 가치는 얼마일까요?
일본 부동산 중개 사이트 스모에 따르면, 일반 맨션보다 조망권 확보가 유리한 타워맨션은 최상층 매물이 다른 층보다 가격차이가 최대 8.7배나 벌어지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스모가 올해 6월 고가 타워맨션이 몰려있는 도쿄 도심 14개구 지역에서 2018년 이후 준공된 20층 이상의 타워맨션 가운데 중고 맨션의 유통가격과 자료를 뜯어보니, 가장 비싸게 거래된 매물은 12억7393만엔(약 115억6155만원·194.43㎡)이었습니다. 하지만 같은 맨션에서 최상층이 아닌 다른 층의 가격은 1억4700만엔(약 13억3449만원)이었다고 합니다. 물론 이 수치만으로 도쿄 시민들도 더 좋은 조망을 위해 서울 시민처럼 수억원을 흔쾌히 내놓는다고 말하기에는 다소 부족한 부분이 있습니다. 같은 평형끼리의 비교가 아니라는 점 때문이죠. 통상 일본의 타워맨션 최상층은 프라이버시를 중요하게 여기는 수요를 고려해 한 층에 한 세대, 많아봤자 2~3세대만 배치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전용면적이 다른 층과 다를 가능성이 높기에, 앞서 꼽은 아크로리버파크의 사례와 완전히 똑같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타워맨션 최상층에 대한 높은 관심은 일본 부동산 시장에서 관찰되는 트렌드 가운데 하나 입니다. 한국에서도 한남동이나 청담동의 초고급 빌라에 대한 기사가 높은 클릭 수를 기록하듯, 일본에서도 ‘그사세’에 해당하는 타워맨션 최상층에 대한 콘텐츠가 뭇 사람들의 호기심 대상으로 자주 떠오르고는 합니다.
이 같은 접근에서 나온 자료나 기사들을 찾아보면 ‘억 소리’나는 맨션이 자주 등장합니다. 시장에서 거래되는 중고 타워맨션 가격을 기준으로 가장 비싼 타워맨션 최상층 물건은 도쿄 시부야구에 있는 ‘파크코트 시부야 더 타워(2020년 7월 준공)’이었습니다. 전용면적 194.43㎡으로 평수로 치면 58평 정도인데요. 가격은 무려 12억7393만엔입니다. 환율 변동성을 고려해도 115억원을 가뿐하게 뛰어넘는군요. 이 타워맨션은 준공한 지 3년 정도밖에 되지 않은 신축이고, 시부야역에서 도보 8분 거리로 도심 접근성이 뛰어나며 도쿄의 허파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요요기공원을 조망할 수 있는 점이 높은 가격의 이유로 꼽힌다고 합니다.
그 다음 고가 타워맨션 최상층 물건은 진구가이엔을 내려다볼 수 있는 ‘더 코트 진구가이엔(준공 202년 4월)’입니다. 1위 맨션과 동일하게 도쿄 시부야구에 있습니다. 여기는 23층이 최상층으로 전용면적 287.12㎡에 12억3000만엔(약 111억6151만원)에 거래되었습니다. 87평에 달하는 넓은 집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1위에 등극한 ‘파크코트 시부야 더 타워’보다는 다소 저렴한 편이지만, 이곳도 110억원이 넘습니다. 엔화가 아니라 원화로 표기된 가격이라면 살아보고 싶다는 꿈을 꿔보기라도(?) 하갰지만, 맨션 구분소유 한 채에 백억원이 넘는다고 하니 아무나 손에 넣을 수 없는 매물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타워맨션 최상층 가격 3위 물건은 ‘더 치요다 코마치 타워(준공 2018년 12월)’로 23층, 143.91㎡로 꼽혔습니다. 가격은 5억250만엔(약 45억5913만원). 1, 2위와 3위의 가격 차이가 제법 큰데요. 앞의 두 물건은 도심 속 공원인 요요기공원과 진구가이엔을 탁 트인 하늘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반면, 후자는 시티뷰라는 점이 좀 다릅니다. 교통이나 도심 접근성으로 보면 3위 물건은 지하철역에서 도보 1분 걸리는 ‘초역세권’이어서 오히려 더 뛰어난 편입니다. 다르게 말하면 특정 세대만 누릴 수 있는 조망권이 초고가 타워맨션의 급을 나누는 요소로 작용한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이 같은 타워맨션 최상층을 빌려서 거주한다면, 어느 정도의 돈이 필요할까요? 대부분 월세 100만엔을 훌쩍 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요. 이번 조사대상 가운데서 가장 월세가 비싼 곳은 도쿄 미나토구의 ‘더 레지던스 미타’로 135㎡에 월세 165만엔(약 1496만원)이라고 합니다.
다만 이번 조사를 살펴 보다 보면, 타워맨션이 모여있는 도쿄만 인근 지역은 의외로 ‘최고가’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는 점이 눈에 띄는데요. 시바우라나 토요스, 하루미 등 바다와 가까워 환상적인 뷰를 자랑하는 지역이지만, 이번 타워맨션 최상층 가격 조사에서는 9위(브란스타워 토요스), 10위(브란스타워 시바우라)에 그쳤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 따로 조사가 진행된 것은 아니지만, 지진이 잦은 도쿄의 특성상 내진 및 면진 설계를 적용했더라도 표고가 낮은 이들 지역보다는 지반이 튼튼하고 오랫동안 거주지로 기능해온 시부야구나 신주쿠구가 선호되는 것이 아닐까 판단합니다.
일반인은 꿈조차 꾸기 어려운 초고가 타워맨션 최상층은 어떻게 꾸며져 있을까요? 주방과 욕실 등은 고급 수입 빌트인 가전으로 채워져 있다고 하네요. 특히 욕실의 경우 소유자가 어마무시한 금액을 치르고 손에 넣은 ‘조망권’을 즐길 수 있도록, 멋진 야경을 즐길 수 있는 자쿠지나 욕실 등을 넣는 것이 트렌드라고 합니다. 맨션에 따라서는 루프탑, 스카이라운지 등으로 입주민이 더욱 편하고 특별하게 아름다운 야경을 즐길 수 있도록 한다고 합니다. ‘특급호텔보다 더 고급스러운 내 집’, 초고가 타워맨션이 내세우는 마케팅 포인트겠지요?
도쿄=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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