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자연 위대함 뒤편 시골마을의 일상… 평안함으로 가득 차자 [박윤정의 씬 짜오 베트남]

2023. 7. 8.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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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 사파를 뒤로하고
지난밤 화려한 불빛을 삼킨 마을광장
새벽녘의 고요함 신비한 분위기 자아내
낯선 나라 성당에서 함께한 새벽 미사
타국서 들리는 찬송가 새로운 감정도
약초가게 들러 자연이 준 선물들 구입
또다른 설렘을 찾아 비행기에 몸 실어
사파 마을 새벽은 흐릿한 안개에 뒤덮여 있다. 마음 한편에서 몽글거리는 설렘이 흘러가는 구름 따라 흩어져 평온한 감정이다. 창밖 분위기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도드라지게 하고 이곳 자연이 유명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한다. 문득, 새벽 미사를 체험하고 싶어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는다. 지난밤 화려한 불빛을 삼킨 마을 광장은 새벽 녘 고요함으로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조용히 성당으로 들어선다. 뒷자리에 앉아 주위를 살핀다. 수녀님과 신부님이 앉아있고 학생들이 좌우로 나뉘어 앉아 미사를 드리고 있다. 이른 새벽, 학생들 미사인 듯하다. 맑고 고운 목소리로 부르는 찬송을 들으니 마음이 평안하다. 아담하고 조용한 교회 안, 크지 않은 성가가 울려 퍼진다. 어둠 속에서 희미한 빛이 비추듯, 귓가에 전해지는 울림에 어깨 긴장이 풀어지고 숨결이 잦아진다. 알 수 없는 언어지만, 미사가 진행될수록 성당은 평화로움으로 가득 찼다.
학생들이 미사를 드리고 있다.
여학생이 마이크를 들고 기도를 올리는 동안, 조용히 그 순간을 즐긴다. 낯선 나라에서 신앙심이 차오르는 이 순간, 새로운 감정에 젖어든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세상 소음과 생각을 잠시 멀리한 뒤, 이 순간과 모든 상황과 경험에 감사 인사를 전한다. 미사를 마치고 나오니 성당 옆, 마당이다. 학생들 가방이 벤치에 놓여있고 몇몇 학생들이 얘기를 나누고 있다. 수업 시작 전 미사시간이었는지, 미사 끝나자마자 옆 건물로 모두가 들어선다. 곧, 수업이 시작되나 보다.
학생들이 떠나고 텅 빈 성당 마당을 지켜보다 조용히 광장으로 나오니 조금 전과는 다르게 사람들이 보인다. 하루를 시작하는 바쁜 발걸음들이다. 판시판 트레킹과 주변 마을 투어를 하느라 쇼핑을 제대로 하지 못하여 가게들을 기웃거린다.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누리며 베트남 명소를 탐험했지만 그곳 생산물을 기념으로 구입할 기회는 많지 않았다. 판시판 산악 경로를 따라 걷는 동안, 청명한 하늘과 푸른 산들을 보며 알 수 없는 약초들이 궁금하여 가이드에게 물었더니 하산하여 구입하라는 말만 여러 차례이다. 흐트러진 구름과 햇살이 조화를 이루어 얻어낸 자연 결과물이니 당연히 약효가 있겠지! 상점에 들어가 들여다본다. 어디에 좋은지 전혀 알 수가 없다. 잘못 구입하여 약초를 독초로 사용하지 않을까 걱정하며 번역기 도움을 구하고 직원 설명을 부탁한다. 결국 어렵사리 특산물과 함께 몇 가지를 구입하고 짐을 꾸린다.
빈 엔 크라운 플라자호텔 로비 풍경
휴게소 풍경
호텔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하노이 공항을 향해 차에 오른다. 아쉬움을 안고 고속도로를 달리니 잠들지 못하고 창밖만 바라본다. 사파를 감싸던 안개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옅어진다. 높은 산들이 멀어지고 짙푸른 녹음이 흐려질수록 짙게 낀 안개도 사라지고 시야가 맑아진다. 고속도로에서 안개 속을 달리는 긴장감이 사라질 무렵 차의 속도가 줄어든다. 휴게소에 도착했다. 슈퍼마켓 같은 휴게소에서 내려 서둘러 화장실로 향한다. 문 앞에서 친절하게 휴지를 건네더니 돈을 내란다. 큰돈은 아니지만 순간 당황하여 이리저리 주머니를 뒤적인다. 돈을 내고 화장실을 이용하는 경험은 다른 문화권에서 얻는 또 다른 체험이다. 익숙하던 우리 일상이 낯선 경험으로 감사히 다가온다.

하노이 공항은 여전히 붐빈다. 한국인뿐 아니라 베트남인. 전 세계 관광객들. 그들 틈에서 유난히 한국행 비행기를 기다리는 베트남인들에게 시선이 머문다. 출국 수속을 하기 위해 유니폼을 입고 단체로 움직이는 그들 얼굴에서 설렘이 느껴진다.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한국으로 향하는 이 순간, 지금 기대처럼 한국생활도 그러했으면 하는 바람을 전한다. 한국에서 스쳐지나가던 베트남인들과 다르게 다가온 그들! 자신의 미래를 위해 선택한 한국이 자신들의 용기와 열정을 돋우는 발판이 되었으면 한다.

박윤정 여행가·민트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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