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제과·쌍용차 이제 없다…간판 바꾸면 주가 오르나 [주말엔]

장혁진 2023. 7. 8.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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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탁결제원 "올해 상반기 상호변경 공시 64곳"
롯데제과·쌍용차·대우조선해양 역사 속으로
회사명 바꾸면 주가 12% 오른다는 과거 연구도


이름 바꿨다면 관심이 갑니다. 동네 빵집 간판만 바뀌어도 주인 달라졌나 싶습니다. 회사도 마찬가지죠. 한국예탁결제원은 올해 상반기 64개 상장사(코스피 20곳, 코스닥 44곳)가 상호를 바꿨다고 밝혔습니다. 롯데제과는 56년간 쓰던 사명을 올해 4월 '롯데웰푸드'로 바꿨습니다. 1988년 등장해 친숙한 이름인 쌍용자동차는 이제 'KG모빌리티'라고 불러야 합니다.

■ "기업 이미지 바꾼다"

이름 바꾼 이유를 따져보면 '경영목적 및 전략 제고'가 32개 회사(41%)로 가장 많았습니다. 앞서 언급한 롯데웰푸드도 제과라는 사명이 지난해 7월 합병한 롯데푸드 상품들을 아우르지 못한다는 시각 때문에 탄생한 이름입니다. 또 대체단백질 제품으로 사업영역을 넓히고 영문을 넣어서 해외 시장까지 노린다는 포석도 있죠.


쌍용자동차는 KG그룹에 인수되면서 이름이 바뀐 경우입니다. 쌍용차엔 장기 파업과 법정 관리, 회생 절차란 고달픈 시간도 있었습니다. 곽재선 KG모빌리티 회장은 지난해 12월 사명 변경을 공식화하면서 "쌍용차라는 이름에는 팬덤도 있지만 아픈 이미지도 있다, 이름을 바꾸더라도 쌍용차의 역사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소니'는 대박 '메타'는 쪽박

5월 말 한화오션으로 새 간판을 단 대우조선해양은 이후 주가가 30% 가까이 뛰었습니다. 최근 조선업계가 활발한 수주 실적을 보인 것도 있지만, 방산과 에너지 사업이 튼튼한 한화그룹과 시너지(협력·상승효과)가 될 거란 기대감도 반영됐습니다. 포스코케미칼이 올해 3월 포스코퓨처엠으로 이름을 바꾼 배경에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2차 전지' 사업 영역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란 것이 대체적 시각입니다.


이름을 바꿔서 대박 난 외국 회사 중 가장 유명한 건 일본의 전자 기업 '도쿄통신공업주식회사' 입니다. 무슨 기업인 줄 모르시겠지만 'SONY'라고 하면 아시겠죠. 1956년 외국인이 발음하기 어렵다고 이름을 바꾼 것이 도약의 원동력이 됐습니다. 그 반대도 있죠.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는 2021년 사명을 '메타'로 바꾸고 메타버스 사업을 강하게 추진했습니다. 하지만 생각만큼 수익을 잘 내지 못하면서 최근 직원 2만 명이 회사를 떠나야 했습니다.

■ "간판 바꾸면 주가 12% 오른다"

우리 주식시장에서 상호 변경의 절정기는 2008년이었습니다. 그 해에만 183개 상장사(코스피 53곳, 코스닥 130곳)가 간판을 바꿔 달았습니다. LS네트웍스와 IS동서, 웅진케미칼과 사조해표, 사조대림 등이 그때 탄생한 이름들입니다. 당시 예탁결제원은 보도자료에서 "글로벌 시대를 맞아 첨단 기업 이미지를 추구하며 영어식으로 변경하는 추세이지만, 국적불명의 합성어는 투자자에게 혼란을 추구할 수 있다"라고 준엄하게(?) 꾸짖었습니다.


기업 이름을 바꾸면 주가가 뛴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습니다. 윤성용 경성대 회계학과 교수의 <상장기업의 상호변경과 주식가치와의 관련성> 논문은 "우리 증권시장에서 상호변경공시는 공시 한 달 전보다 약 12%의 초과 수익률을 나타내는 효과가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단, 최근이 아니라 1996년부터 2005년까지 상호변경한 기업 주가를 연구했다는 점은 감안하셔야 합니다.

■ 잦은 변경은 혼란도

요즘은 예전만큼 기업들이 이름을 많이 바꾸지는 않습니다. 1년에 100곳 정도입니다. 지난해엔 전년 동기 대비 14.8% 줄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새 회사명을 알리기 위한 광고 비용뿐 아니라 CI(기업 이미지)·지점 간판·상품 패키징 교체 등 만만치 않은 돈이 들어갑니다. 기존에 가진 브랜드 충성도를 포기해야 한다는 리스크도 있습니다. 쌍용차 인수에 참여하기도 했던 에디슨이란 회사는 지난해 잦은 사명 변경(유앤아이→에디슨이노→이노시스)으로 투자자들로부터 혼란스럽단 지적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젠 투자자들도 똑똑해졌습니다. 신사업 추가하며 그럴듯하게 기업명 바꾸었다고 혹하진 않습니다. 윤성용 교수는 "20년 전에는 닷컴버블 광풍과 맞물려 이벤트성, 주가 부양 목적의 상호 변경이 많았다"면서 "지금은 그 정도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고, 주식 가치 흐름도 기업 성과와 상호 변경이 관계가 없다는 걸 반영하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인포그래픽 : 김홍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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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혁진 기자 (analogu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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