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챗 1300만원 수익낸 김영호…‘김정은 사망’ 인포데믹 부추겨

김예진 2023. 7. 8.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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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김정은 사망·중태설’로 세계적 소동
김영호, 동조하며 유튜브에 자극적 게시물
‘속보, 김정은 사망’, ‘중국, 북한 점령’ 등 제목
급변 사태인듯 콘텐츠 생산
당시 학계, 보수인사도 ‘인포데믹’ 세태 비판
“아니면 말고 식으로 안보불안…반성해야”
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슈퍼챗으로 1300여만원 수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유튜브에 ‘김정은 신변이상설’과 같은 북한 관련 대표적인 ‘인포데믹(Infodemic) 콘텐츠’도 올렸다. 인포데믹이란 잘못된 진단과 전망이 전염병(epidemic)처럼 급속히 퍼져 오히려 혼란을 초래하는 현상을 뜻하는 용어로,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선 국익을 저해하는 심각한 사회적 병폐로 여겨진다.
신임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 지명된 김영호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연합뉴스
최근 ‘플레이보드’에서 김 후보자가 운영해온 유튜브 채널 ‘김영호 교수의 세상읽기’를 확인한 결과, 슈퍼챗 수익이 1356만8967원으로 나타났다.

해당 채널 구독자는 24만2000명, 누적 조회수는 2692만0874회였다. 영상은 총 5487개가 게시됐다.

플레이보드는 유튜브 조회수, 슈퍼챗 등 각 요소별 랭킹이나 분야별 인기도 등을 보여주는 사이트다.

슈퍼챗은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보면서 시청자가 유튜버에게 즉석에서 실시간으로 직접 돈을 보내는 후원금이다. 이는 구글로부터 받는 수익과는 별개다.
김영호 통일부장관 후보자가 운영하다 장관 내정 발표 후 폐쇄한 유튜브 채널. 플레이보드 캡처
◆김정은 신변이상 오보 사태때 177만회 조회

통일부 장관 후보자 내정이 발표된 지난달 29일, 김 후보자는 채널을 폐쇄했다.

이날 김 후보자는 ‘오늘부로 김영호 교수의 세상읽기 방송을 중단하게 되어 인사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이 영상이 불과 6번 조회된 시점에 모든 동영상을 비공개 전환했다. 7일 현재 플레이보드에서도 이 채널은 더이상 검색되지 않는다.

다만 수일 전까지도 플레이보드에서 해당 채널을 검색했을 때, 김 후보자 채널에 올라온 콘텐츠 제목과 조회수는 노출됐다.
김영호 통일부장관 유튜브 채널에 ‘김정은 사망설’ 소동이 벌어진 지난 2020년 4월 관련 게시물이 다수 올라온 모습. 플레이보드 캡처
그가 생산한 콘텐츠 중에는 2020년 4월 ‘김정은 사망설’로 세계적 혼란이 인 당시, 이에 적극 동조한듯한 게시물도 있다. 북한에 급변사태가 난 것처럼 자극적 제목을 단 영상들이다.

2020년 4월 17일 ‘(속보-2) 김정은 갑자기 쓰러져 '심장수술' 가능성 제기, 4월 15일 김일성 참배 불참 긴급 외신’이란 제목의 게시물이 있고 33만번 조회됐다.

이어 4월 21일에는 하루에 2건을 올렸다. ‘김정은 '신변이상설', 그 윤곽 드디어 드러나다’란 제목의 게시물을 올렸고 30만1000번 조회됐다. ‘중국군, 북한 유사시 압록강에서 평양-원산선 200㎞까지 북한 점령 준비 중’이란 제목의 게시물로 29만2000번 조회수를 이끌었다.

4월 23일엔 ‘(속보)김정은 신변이상 중 미국, 핵폭격기 B-1B(죽음의 백조) 급파’ 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39만8000번 조회된 걸로 나온다. 4월 25일엔 ‘(속보)김정은, 건강이상으로 통치 불능 상태 빠진듯, 김정은 이후 논의 위해 중국 대표단 평양 급파’라는 제목의 영상이 있다. 이 영상은 44만8000번 조회됐다.
김정은 미식별 불과 14일째였던 지난 2020년 4월 25일, 로이터통신이 베이징 및 서울발로 중국 의료전문가 북한 파견설을 단독 보도한 모습. 보도 일주일 후 김정은은 멀쩡한 모습으로 북한 매체에 다시 등장했다. 로이터통신 캡처
◆학자가 인포데믹 가담?

김 후보자가 이같은 영상을 집중적으로 올린 2020년 4월은 김정은 사망설, 위독설 등 가짜뉴스가 범람한 시기다.

김정은은 2020년 4월 11일 노동당 정치국 회의 주재 보도부터 5월 2일 인비료공장 준공식 참석 보도 사이, 20일 동안 공개행보가 없었다. 특히 북한에서 중요한 행사인 4월 15일 태양절(김일성 생일을 기념하는 북한 명절) 참배가 보도되지 않아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그러던 중 김정은이 ‘향산진료소(보건소)에서 심혈관 시술을 받았다’는 익명의 ‘소식통’ 제보가 데일리NK에 ‘건강이상설’로 보도됐다.(김정은 미식별 9일째) 이를 CNN이 ‘위중설’로 인용 보도하고(김정은 미식별 10일째), 이에 살이 붙어 재인용되고 확산되면서 ‘김정은 사망설’까지 발전했다.

윤상현 국회 외통위원장, 태영호·지성호 국회의원 당선인, 장성민 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이사장(현 대통령실 미래전략기획관) 등 정치인도 가세해 ‘위중설’, ‘사망설’, ‘거동불가설’, ‘섭정설’, ‘사고설’ 등이 난무했다. 원달러 환율 급등, 주식 하락 등 경제에 악영향을 미쳤고, 사회적 혼란도 계속됐다.

정부가 “코로나19로 행사를 축소했기 때문으로 분석되며, 김정은 신변 이상 등 특이동향은 없다”고 수차례 공식 밝혔으나 신변이상설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새로운 보도가 경쟁적으로 나오고, 유튜브나 소셜미디어 등 뉴미디어가 강화하면서다. 이에 김연철 당시 통일부 장관이 “인포데믹 현상”으로 규정하며 “매우 안타깝다”는 입장까지 밝혔다.  
지난 2020년 4월 인포데믹 사태 후 모습을 드러낸 김정은. 북한 관영매체는 2020년5월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모습을 공개했다. 김 위원장은 전날 평양 인비료공장 준공식에 멀쩡한 모습으로 참석해 민생행보를 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특히 당시는 독살설, 숙청설, 처형설 등 국내 고질병이던 ‘아니면 말고’식 북한 보도의 유통 범위가 전 세계적으로 넓어진 때라 피해와 우려가 컸다. 2018·2019년 남북, 북·미정상회담으로 한반도 이슈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김정은 신변 관련 뉴스 가치가 급격히 높아져 더 넓게 확산됐기 때문이다. 시발점이 된 ‘보건소에서 심혈관 시술’이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나, 미식별기간 20일이 과거 사례에 비추어 특별히 긴 잠행도 아니라는 분석 등은 이성적으로 고려되지 못했다. 김정은이 멀쩡한 모습으로 나타나 해프닝으로 정리됐지만, 엄중한 자성을 촉구하는 지적은 그 어느 때보다 매섭게 쏟아졌다.

◆“사이버 심리전 아냐...객관성이 분석 능력”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가 ‘세계적 코미디’가 된 당시 인포데믹 사태 직후 펴낸 보고서는 그 중 하나다.

‘북한 관련 허위정보 실태와 대응’ 제목의 보고서는 이 같은 현상이 안보불안과 사회적 혼란으로 인한 불필요한 비용 초래, 반복시 안보피로감 누적으로 인한 위험, 환율 상승과 주가하락 등 경제적 손실, 대외신인도 하락, 남북관계 개선 의지 저해, 북한의 오판을 유도할 가능성 등 국익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친다고 우려했다.

특히 분단체제가 지속되고 정보화 진전, 개인미디어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정치사회적 관심 유도와 경제적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선정적인 북한 관련 정보가 적극 활용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현상을 만드는 참여자들의 동기로 “양극화된 정치적 진영 내에서 사이버 심리전적 의미와 경제적 이득 창출을 위해 대중을 현혹하기 쉬운 선정적 정보 생산과 유포 두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사이버 심리전에 참전한 군인의 심리와 유사하게,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득을 위해 강한 사명감과 뚜렷한 목적의식으로 무장하고 죄책감이나 양심이 은폐된다”며 “이들에 대한 도덕적 비판이나 윤리적 문제제기도 효과를 보기 어렵고 정치적 양극화 구조에서 파생된 순교자적 사명감을 내려놓을 수 있도록 장기적인 사회 전반의 치유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보다 경제적 이득 창출을 목적으로 무분별하게 확산되는 가짜뉴스는 더 심각하다”며 “이러한 동기의 확산자는 강력한 처벌이 요구된다”고 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영호 당시 성신여대 교수의 활동 관련, “북한에 대한 전문가가 아니라는 반증”이라며 “전문가로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주관적 바람이나 선입관에 의한 분석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학자는 객관적 분석을 토대로 예측하고 전망해야 하고, 정보가 부족하면 과거 경험적 사례나 현재의 여러 징후 등을 토대로 분석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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