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얼’이 사라진다… 경기도내 한복집 줄폐업 위기
폐백조차 사라져 손님 발길 뚝... 코로나 후 직격탄 벼랑끝 신세
경기·인천 한복 제조업체 급감... 2010년 445개→2020년 258개
“‘한푸’에는 분노하면서 정작 ‘한복’을 찾는 사람은 없다는 게 참 씁쓸합니다.”
성남에서 34년째 전통한복을 손수 만드는 ‘장인’ 김수진씨(61)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코로나19 이후 간편화를 추구하는 결혼 문화로 전통 한복 수요가 급격히 줄었기 때문이다. 집안에 결혼식이 있을 때 친척들까지 모두 한복을 입었지만, 요새는 신랑·신부조차도 한복 대신 정장과 2부 드레스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김씨는 “코로나19가 결혼 문화를 바꿨다. 폐백부터 한복까지 우리 전통문화가 사라지고 있다”며 “이러다 외국에서 만든 양장식 한복이 전통한복을 삼킬까 우려스럽다”고 털어놨다.
수원특례시에서 한복업체를 운영 중인 김선명씨(59)도 급감한 한복 수요 탓에 폐업을 고민 중이다. ‘가지고 있는 원단을 쓸 때까지만 버티자’는 생각 때문에 쉽사리 영업을 그만두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는 “한복집을 찾는 손님이 조금씩 줄어들긴 했지만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체감상 80%는 줄어든 것 같다”며 “예전만큼 한복에 의미를 두지 않다 보니 전통한복의 명맥이 끊어지게 생겼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결혼식의 간소화·서구화 등의 이유로 한복 산업이 쇠락의 길에 접어들고 있다. 특히 한복 산업은 대부분 디자이너 1인이 제작부터 생산·유통·판매까지 책임지는 구조라 산업기반이 뿌리 깊게 자리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8일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의 ‘2022 한복 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복 산업(제조업·소매업) 사업체 수는 2010년 5천287개에서 2015년 4천110개, 2020년 3천608개로 매년 1천개 가량 감소하고 있다. 그중 경기·인천 지역의 한복 제조업체 수 역시 2010년 445개에서 2015년 282개로 줄더니, 2020년에는 258개로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예복’의 용도로 쓰이는 한복의 특성상 혼인 건수 감소, 간소화·서구화된 결혼 문화 등의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한복 자체의 아름다움이 있기 때문에 한복을 발전시키는 것은 굉장히 바람직하다”면서도 “한복을 어떤 식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서양식 드레스보다 이용 빈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세레모니’ 한복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이 있고, 불편함 등 ‘일상복’으로의 한복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이 있다. 이에 대해 변형을 꾀함으로써 대중화를 시킬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제언했다.
이은진 기자 ej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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