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경제] 8년 만에 원·엔 환율 800원대···엔저의 역습 시작되나
수출 경합도 낮아졌으나 일부 품목 영향
엔화 강세 전환 전망에 수출 영향 우려↓
일본 여행객 급증하며 여행수지는 타격
원·엔 환율이 8년 만에 100엔당 800원대로 내려왔습니다. 한국과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중앙은행들의 긴축에 열을 올리는 동안 일본은 홀로 완화적 통화정책을 고수한 영향입니다. 역대급 엔저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지 관심도 커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환율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보다 크게 줄어든 만큼 수출 부진보단 일본 여행 증가로 인한 경상수지 악화를 더 크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8일 한은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하나은행이 고시하는 원·엔 재정환율은 지난 5일 서울 외환시장 마감 시간인 오후 3시 30분 기준으로 100엔당 897.29원을 기록했습니다. 원·엔 재정환율이 마감 가격 기준 800원대로 떨어진 것은 2015년 6월 27일(897.91원) 이후 8년 만에 처음입니다. 6일(905.01원)과 7일(909.44원)엔 다시 900원대로 돌아온 상태입니다.
원·엔 환율이 급락한 것은 일본은행이 완화적 통화정책을 고수하면서 엔화 가치가 빠르게 떨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45엔에 근접한 상태인데 이는 지난해 9~10월 일본 당국이 외환시장에 개입했던 수준입니다. 다만 지난해 9~10월 당시엔 원화 가치도 달러당 1400원까지 떨어진 상태라 원·엔 환율은 100엔당 950~970원에서 움직였습니다. 최근엔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로 원화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면서 원·엔 환율이 급락했습니다.
8년 만에 보는 원·엔 환율이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도 주목됩니다. 당장 거론되는 것이 수출입니다. 엔화 가치가 원화 가치보다 낮은 상태면 해외 시장에서 일본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한국 제품보다 높아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엔저가 실제로 수출에 영향을 주게 될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지난해 한국무역협회가 발표한 ‘최근 엔화 약세의 우리 수출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한·일 수출 경합도는 2010년대 중반 이후 완화되는 추세입니다. 한·일 수출 경합도는 2015년 0.487에서 2021년 0.458로 하락했습니다. 특히 가전제품, 자동차 및 부품, 전기·전자제품, 화학공업제품 순으로 수출 경합도가 크게 떨어지고 있습니다. 그만큼 한국과 일본의 수출 구조가 달라졌거나 한국 제품의 경쟁력이 높아졌다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의료·정밀광학기기, 섬유·의복·가죽제품, 선박 등 일본 대비 수출 경쟁력이 하락한 품목도 있습니다. 해당 업종에선 엔저가 장기화할 경우 수출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경제연구원에서는 한국과 일본의 제조업 수출 경합도가 69.2로 주요국 중 가장 높다는 분석도 내놓았습니다. 엔화 가치가 1% 떨어지면 우리나라 수출액이 0.61%포인트 감소한다는 겁니다.
최근 학계에서는 환율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보다 크지 않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종합하면 일부 품목에선 엔저 영향으로 수출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또 엔화 환율이 수출에 영향을 주려면 엔저가 장기간 지속해야 합니다. 시장에선 엔화가 과도한 저평가 영역에 놓인 만큼 하반기로 갈수록 점차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합니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엔화의 실질실효환율은 장기 평균보다 32% 낮은 수준으로 2000년 이후 가장 저평가되고 있다”며 “일본은행이 점진적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설 경우 올해 말에서 내년 초부터 펀더멘탈을 반영해 원화와 엔화 간 가치 격차가 축소되면서 원·엔 환율이 상승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7일 국제수지 통계 발표에서 이동원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우리나라와 일본과의 수출 경합도가 2010년대 중반 이후로 줄었고 수출에 영향을 주려면 엔저가 오래 지속돼야 한다”며 “일본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정책 목표를 상회하면서 하반기엔 절상 압력이 있을 수 있어 상품수지(수출·수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엔저는 간신히 바닥을 치고 회복하고 있는 경상수지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은 있습니다. 리오프닝으로 해외여행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였는데 여기에 엔저까지 겹치면서 일본 여행이 크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을 찾은 관광객 4명 중 1명이 한국인이라는 통계가 나올 만큼 일본이 여행 선호지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여행·여가 플랫폼 여기어때에 따르면 6월 3주 차 기준으로 일본행 항공 예약 건수는 4월 4주차 대비 2.7배 늘었다고 합니다.
여행수지 적자는 이미 심화되고 있습니다. 5월 여행수지는 8억 2000만 달러 적자로 4월(-5억 달러) 대비 확대됐습니다. 1~5월 누적으로 45억 5000만 달러 적자로 지난해 1~5월(-26억 달러) 대비 두 배 가까이 커진 상태입니다. 반면 일본은 외국인 관광객 유입이 대거 늘면서 1분기 중 여행수지가 7408억엔 흑자로 지난해 3분기(789억엔)나 4분기(5258억엔) 대비 크게 개선됐습니다. 이 부장도 “단기적으로 일본 여행 비용이 절감됐기 때문에 여행수지엔 부정적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조지원 기자 jw@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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