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두값 싸진다는데"…커피, 비싸게 팔 수밖에 없다는 이유 [노유정의 제철]

노유정 2023. 7. 8.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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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잔' 마시는 커피 이탈리아서 "내년 싸진다"


고물가 시대입니다. 밥 한 끼에 만 원이 훌쩍 넘고, 지난달 아이스크림 가격은 1년 만에 9.4% 올랐습니다. 정부가 이례적으로 라면과 과자 값을 내리라고 식품업체들을 불러 압박할 정도입니다.

그런데 커피는 예외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글로벌 커피 기업에서 나왔습니다. 올 들어 원두 가격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아직 소비자 가격은 높은 편이지만, 내년 유럽 등지에서는 사람들이 마시는 커피의 가격도 내려가기 시작할 거라고 합니다. 한국에서도 ‘커피 한 잔’이 저렴해질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7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탈리아 최대 커피 기업 루이지 라바짜의 주세페 라바짜 회장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내년부터 소비자들이 더 저렴한 커피를 즐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루이지 라바짜는 128년 전통의 이탈리아 명품 커피 브랜드입니다. 에스프레소의 원조인 이탈리아에서 점유율 1위인 만큼 글로벌 업계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커피 원두부터 에스프레소, 캡슐과 인스턴트 커피까지 다양한 커피 관련 제품들을 생산 및 판매합니다.

커피의 주 재료인 원두의 글로벌 가격은 지난해 2011년 이후 약 12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한 후 하락세입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지난해 2월 파운드당 2.58달러까지 올랐던 아라비카 원두 선물 가격은 현재 1.60달러까지 떨어졌습니다. 하락률은 37.9%에 달합니다.

엘니뇨 등 이상기후 덕에 브라질의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커피 작황이 좋았던 덕입니다. 미국 농무부(USDA)는 2023~2024 수확연도 아라비카 커피 생산량이 6.9%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러나 전 세계의 커피 소비자들은 여전히 비싼 커피를 사 마시고 있습니다. 커피를 제조해 판매하는 기업들이 지난해 높은 가격에 일괄 구매한 원두 재고를 아직 다 소진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식품 기업들은 보통 1년 단위로 원자재 수입 계약을 맺는데, 이때 맞춘 가격이 높은 만큼 이윤을 내기 위해 소비자들한테도 커피를 비싸게 팔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주세페 라바짜 회장도 “우리는 지난해 많은 양의 커피 원두를 사들였고 아직도 재고가 남아 있다”며 “당시 가격(원가)을 고려해 커피를 판매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주세페 회장은 내년에는 커피 원두 가격과 소비자가 지불하는 커피 가격의 격차가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올해 커피 원두 수입 계약은 변동된 시세를 반영해 지난해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본래 아라비카보다 저렴한 로부스타 원두 가격도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그는 “2024년에는 더 많은 할인을 제공하고 가격도 유연하게 책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비싼 ‘커피 한 잔’의 원인으로는 에너지 비용과 선물 포장 비용, 인건비 등 원두 가격 외 다른 비용들도 있습니다. 블룸버그는 이런 상황에서 원두 공급가가 낮아지면 카페와 커피 로스팅 기업들도 숨통이 트이고, 가격 인하에 동참하면 위축된 수요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한국은 어떨까요. 지난해 국내 커피 프랜차이즈 및 커피 제조 기업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을 이유로 커피 가격을 올렸습니다. 스타벅스가 7년 만에 커피 가격을 100~400원 인상했고, 투썸플레이스와 할리스커피 등이 잇따라 가격을 올렸지요.

한국의 커피 기업들도 연 단위로 원두 수입 계약을 진행하는 만큼 당장 커피 가격을 되돌리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또 점포 임대료와 최저임금으로 오르는 인건비, 또다른 원재료인 유제품 가격 인상 등 원두 외 비용들도 많습니다. 그래도 내년에 우리나라와 커피의 고장인 이탈리아의 커피 한 잔 가격이 어떻게 달라질지, 잊지 말고 주시할 필요는 있을 겁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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