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망빙' 한그릇 12만 원?…"너무 비싸" VS "경험 중시"

김소희 2023. 7. 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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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주요 호텔 빙수 가격 9만 원대
"맛있지만 죄책감 들어" "두 번은 못 먹어"
"1년에 한번 특별한 경험" "소확행"
7일 오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애플망고빙수를 9만8,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김소희 기자

올해도 어김없이 서울 신라호텔 '애플망고빙수(애망빙)'이 화제다. 풍성하게 올라간 애플망고 만큼이나 가격도 올랐다. 빙수 한그릇이 지난해 8만3,000원에서 올해 9만8,000원으로 18%나 뛰었다. 높은 가격에도 찾는 이들이 많다. 주말이면 1시간 넘게 줄을 선다.

평일인 7일 오후에도 신라호텔 라운지 '더 라이브러리' 매장에는 빙수를 먹는 연인과 가족들로 북적였다. 테이블마다 샛노란 제주산 애플망고 30여 조각이 올라간 빙수가 놓여 있었다. 이날 올해 첫 애망빙을 맛보려 호텔을 찾은 직장인 최모(29)씨는 "가격이 해마다 올라 부담스럽지만 매년 먹으러 온다"며 "다음에는 (빙수값을 나눠 낼 수 있게) 친구를 더 데려와야겠다"고 말했다.


9만 원대 '애망빙' 하루 200그릇씩 팔려

서울 주요 호텔 빙수 가격은 천정부지로 올랐다. 심지어 12만 원짜리 빙수(시그니엘 서울 '제주 애플망고빙수'·12만7,000원)도 나왔다. 서울 신라호텔 애망빙이 9만8,000원,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의 애망빙은 9만5,000원,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선 9만2,000원 등이다. 서울 신라호텔이 2011년 애망빙을 처음 선보였을 때 가격은 2만9,000원이었다. 12년 만에 3배 이상 올랐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제주산 애플망고 수요가 갈수록 증가하고, 생산량은 한계가 있어 단가가 오를 수밖에 없다"며 "호텔 인건비와 유통비 등도 많이 들어 가격을 낮추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높은 가격에도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빙수계의 레전드'로 꼽히는 서울 신라호텔의 '애망빙'은 많게는 하루에 200그릇이 넘게 팔린다.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빙수 인증 사진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한 네티즌은 사진과 함께 "빙수 판매가 시작되자마자 달려가서 먹고 왔다"면서 "망고는 최상급이라 달달하고 우유 얼음과 잘 어우러진다"는 후기를 적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신라호텔 애플망고빙수를 먹은 네티즌들의 후기가 올라와 있다. 인스타그램 캡처

입소문처럼 빙수는 조화로운 맛이 일품이다. 망고는 13브릭스(과일의 당도 단위) 이상만 선별해 사용한다. 신라호텔 관계자는 "당도가 떨어지면 판매를 중단할 정도로 엄격하게 따지고 있다"고 밝혔다. 빙수와 함께 나오는 망고 셔벗과 팥도 직접 만든다고 한다. 빙수를 준비하는 데만 최소 20분이 소요된다.

서울 최고가 빙수로 등극한 시그니엘 서울의 애망빙은 79층 라운지에서 탁 트인 전망을 누릴 수 있다. SNS에서는 '하늘 위에서 먹는 빙수'로 불린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20~30대 여성 고객들이 많이 찾고 있다"며 "또 기념일을 맞아 찾는 가족 단위 고객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비싸지만 1년에 한 번" 경험 소비 확산

시그니엘 서울의 제주 애플망고빙수는 12만7,000원으로 국내 호텔 빙수 가운데 가장 가격이 높다. 롯데호텔 제공

매년 치솟는 가격에도 인기가 줄어들지 않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경험을 중시하는 소비 문화가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빙수의 맛도 중요하지만 호텔에서 누리는 여유와 경험에 대한 값을 지불한다는 얘기다. 또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미식 경험과 일상을 타인과 공유하려는 경향도 크다. 윤은옥 한국외식산업경영연구원 부장은 "2030세대에게 외식은 굶주린 배를 채우는 개념이 아니라 타인과 시간과 경험을 공유하는 놀이문화로 자리잡았다"며 "고가의 빙수를 소비하는 것도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소확행)일 수 있다"고 말했다.

과소비를 조장한다는 지적도 있다. 직장인 이모(28)씨는 "물가가 올랐다고 하지만 빙수 한그릇이 9만 원이 넘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며 "호텔들이 경쟁적으로 가격을 올려 뭔가 특별한 경험이 있는 것처럼 과소비를 유도하는 게 아니냐"고 했다. 호텔 빙수를 SNS에 올린 한 네티즌은 "맛있게 먹고도 너무 비싸 죄책감이 든다"고 후기를 남겼다. 또 다른 네티즌도 "두 번은 못 먹을 가격"이라고 했다. 다만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미래를 위해 저축하고 절약하면서도 한 달에 한 번, 일 년에 한 번은 스스로 가치 있다고 판단하는 지점에서 소비한다면 과소비로 치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소희 기자 kims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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