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원 고난 서사 주역 전성현 "소노에 감사…급여만 제때 받길"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프로농구 대표 슈터 전성현은 고양 데이원 점퍼스 시절 악재 속에 둘러싸여 몸까지 고장 났던 사람이다.
첫해 보수총액 7억5천만원으로 2021-2022시즌이 끝나고 데이원에 합류했지만, 전성현의 지난 시즌은 '돌발성 난청'으로 끝났다.
시즌 중반부터 신체의 위치, 회전을 느끼는 전정기관과 인접한 달팽이관에 이상이 생겨 슈터로서 필수적인 균형 감각이 떨어졌고, 두통도 간헐적으로 찾아왔다.
지난해 말 경기 중 귀를 다쳤는데 자신에게 의존도 높은 팀 사정상 출전을 강행하느라 치료 시기를 놓쳤다.
급여가 밀리더니 감감무소식이 됐고, 농구용품 등 각종 지원이 모조리 끊긴 데다 재정난 속 KBL 가입비 문제로 팀의 존속 자체가 의심받기 시작하면서 전성현을 괴롭히는 스트레스도 심해졌다.
이명, 어지럼증 속에서도 코트에 서고 싶다는 일념으로 플레이오프(PO)에 뛰었으나 친정팀 안양 KGC인삼공사에 막혀 4강 PO에서 발길을 돌렸다.
2022-2023시즌을 돌아본 전성현은 8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상황이었다"며 "너무 힘들었다. 너무 힘든 시즌이었다"고 털어놨다.
전성현과 선수들이 악재 속 분투하는 고난 서사를 써 내려간 끝에 표류하던 '데이원 사태'에도 극적 해결의 기미가 보이기 시작했다.
KBL이 지난 7일 오전 대명소노그룹의 지주사인 소노인터내셔널을 새로운 10구단 후보 기업으로 지정, 본격적인 창단 관련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임금 체불 등 부실 경영으로 프로농구에서 쫓겨난 구단 운영 법인 데이원스포츠를 대신해 선수 18명을 일괄 인수하려는 팀이 등장했다.
소노는 다음 주 KBL에 신규 회원 가입을 위한 서류 등을 제출할 예정이고, KBL은 검증 작업 등을 거친 뒤 21일 이사회와 총회를 열어 승인 여부를 정한다.
특별한 반전이 없다면 KBL 10팀 체제가 이어질 전망이다.
전성현은 "선수들이 열심히 운동만 하면 되는 그런 여건을 만들어줄 수 있는 기업에서 인수에 나섰다. 소노에 정말 감사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심정으로는 급여만 제때 받고, 선수들이 노력한 결과에 대한 보상만 충분히 이뤄지면 더 바라는 게 없다"며 "그냥 밥 잘 먹게 해주시고, 농구용품을 꼬박꼬박 챙겨주시기만 하면 될 것 같다"고 했다.
전성현의 목소리에는 뿌듯함이 묻어나왔다.
소노의 등장으로 행복한 결말이 예고된 이 '고난의 서사'를 온몸으로 버텨냈다는 게 자랑스럽다고 한다.
전성현은 "이렇게 힘든 상황을 이겨내고 있다는 사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어려움에 대처하는 나만의 방법을 배운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 명도 이탈하는 이 없이 선수들이 다 모이게 됐다"며 "힘든 상황에서 우린 서로를 의지했다. 금전적으로 힘든 후배를 선배들이 돈을 모아 지낼 방을 마련해주는 등 우린 각별한 사이가 됐다"고 돌아봤다.
전성현은 자신뿐 아니라 지난 시즌 데이원에 소속됐던 모든 선수가 자부심을 느낄 자격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시즌 우리는 반전을 이뤄냈다. 시즌 전 우리보고 약체라고 하고, 이런저런 말이 많았는데 열심히 잘 준비해서 우린 4강 진출이라는 성적을 달성했다"며 "당연히 다음 시즌에도 이 선수들과 같이 있고 싶다"고 말했다.
국가대표팀 강화 훈련에 소집돼 진천선수촌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터라 전성현은 동료들이 비시즌 훈련을 진행하는 고양체육관 보조경기장의 분위기는 모른다.
소노의 존재가 공개된 7일 오후 김강선, 김민욱 등 선수들이 훈련한 코트에는 안도와 희망이 교차했고, 흐뭇한 흥분이 찾아왔다.
"이제 소화가 되는 것 같다"고 한 김강선의 반응을 전해 들은 전성현은 "선수들이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빨리 인수가 확정돼 새 시즌이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성현은 거듭 선수들을 심적으로 지탱해준 팬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전성현은 "이런 팬들은 어디에도 없다. 임금 체불에 대한 기자회견차 국회를 찾을 때도 선뜻 같이 나서주셨다"며 "힘든 자리인데도 우리를 도와주셨다. 잊지 못할 팬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소셜미디어를 보면 매일 선수들에게 음식, 커피, 간식을 지원해주신다.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건 팬들의 응원 덕"이라며 "응원의 목소리 하나하나가 없었다면 이런 결과도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다 함께 '10구단'행이 유력해진 전성현은 이제 새 시즌을 머리에 그린다.
"아직 조심스럽지만 힘든 일을 겪으면서 성장한 스스로를 믿고 있어요. 새 시즌에도 팀, 개인 성적 모두 저만의 목표치가 있죠. 그걸 꼭 이뤄보겠습니다."
pual07@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핵펀치' 잃은 58세 타이슨, 31세 연하 복서에게 판정패 | 연합뉴스
- 李, '징역형 집유' 선고 이튿날 집회서 "이재명은 죽지 않는다" | 연합뉴스
- '오징어게임' 경비병으로 변신한 피겨 선수, 그랑프리 쇼트 2위 | 연합뉴스
- 학창 시절 후배 다치게 한 장난…성인 되어 형사처벌 부메랑 | 연합뉴스
- 주행기어 상태서 하차하던 60대, 차 문에 끼여 숨져 | 연합뉴스
- 아내와 다툰 이웃 반찬가게 사장 찾아가 흉기로 살해 시도 | 연합뉴스
- 페루서 독거미 320마리 밀반출하려다 20대 한국인 체포돼 | 연합뉴스
- 성폭력 재판 와중에 또 악질 성범죄…변명 일관한 20대 중형 | 연합뉴스
- 의문의 진동소리…옛날 가방 속 휴대폰 공기계 적발된 수험생 | 연합뉴스
- 김준수 협박 금품 갈취한 아프리카TV 여성 BJ 구속 송치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