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에는 악몽의 3개월, '나성범과 함께한' 김도영에게는 축복이었다
KIA 타이거즈 김도영(20)이 선배 나성범(34)과 함께한 지난 3개월의 재활 기간을 축복으로 여겼다.
7월 들어 KIA의 상승세가 무섭다. 7일 수원 KT 위즈전 6-2 승리로 3연승을 질주하면서 7위 KT와 승차를 지웠다. 타선이 초반 많은 점수를 벌어주고 마운드는 어떻게든 그 리드를 지켜내는 식으로 폭발력 있는 타격으로 지친 투수진을 지원하는 모양새다.
6월 23일 함께 복귀한 나성범과 김도영은 KIA 타선을 쌍끌이하는 중이다. 돌아온 후 나성범은 타율 0.333, 3홈런 7타점, 출루율 0.364 장타율 0.619, OPS 0.983, 김도영은 타율 0.370, 2홈런 6타점 5도루, 출루율 0.383 장타율 0.587, OPS 0.970을 기록 중이다. OPS만 놓고 보면 같은 기간 KBO리그 10, 11위로 KIA에서 가장 좋은 타격감을 유지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김도영의 폭발력이 놀랍다. 복귀 후 10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가는 정교함, 지난 5일 SSG 랜더스전에서 데뷔 첫 멀티 홈런을 때려내는 장타력, 6번의 도루 시도에서 실패가 단 한 번뿐인 빠르기까지. 3개월의 공백기가 있었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다.
7일 경기 전 만난 김도영은 "재활하는 동안 정말 힘들었고 앞으로 진짜 다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고 혀를 내두르면서도 "만약 나 혼자 재활을 했다면 지금의 좋은 성적이 나왔을까 싶다"며 나성범의 이야기를 꺼냈다.
김도영과 나성범은 4월부터 쭉 재활군에서 함께했다. 나성범이 먼저 다쳤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참가한 나성범은 대회 도중 왼쪽 종아리에 통증을 느꼈고 시범경기부터 약 4개월을 제대로 뛰지 못했다. 김도영은 개막전 주전 3루수로 낙점받아 순조로운 스타트를 끊었으나, 4월 2일 인천 SSG전에서 주루 도중 왼발 중족골 골절로 전반기 아웃이 예상됐다.
하지만 나성범과 김도영은 서로를 의지하며 긴 시간을 함께 버텨냈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 모두 다리 쪽을 다친 탓에 상체 웨이트 트레이닝, 하체 아쿠아 훈련 등 재활 프로그램도 거의 비슷했고 더 가까워질 수밖에 없었다. 함께하는 동안 나성범만의 웨이트 트레이닝 방법도 터득했다. 나성범은 평소 모두가 인정하는 연습벌레로 탄탄한 근육으로 유명하다. 무게와 순발력을 동시에 늘리는 그만의 훈련은 성장하는 김도영에게도 큰 도움이 됐다. 지난 5일 SSG전 6회초 백승건을 상대로 한 비거리 130m의 초대형 홈런은 그 결실이었다.
김도영은 "웨이트 트레이닝하는 방식이 내가 아는 것과 달라서 그 부분을 많이 배웠다. 무겁게 하면서도 빠르게 하는 훈련이었는데 나에게도 필요했던 운동이어서 많은 도움이 됐다"면서 "체중은 유지하고 근육량만 늘렸는데 확실히 효과가 있는 것 같다. SSG전 홈런도 그런 타구는 나도 야구하면서 처음 쳐봤다. '이 코스로 쳤는데 저렇게 넘어간다고?' 하는 느낌이 들었다. 나도 깜짝 놀랐다"고 웃었다. 7일 수원 KT전에서도 김도영은 9회 우측 담장을 직격하는 홈런성 타구로 2타점을 뽑아냈다. 그에 앞서서는 빠른 발로 도루에 이어 결승 득점까지 해내면서 그야말로 종횡무진 대활약을 했다.
나성범과 김도영이 없는 지난 3개월은 KIA에는 악몽 같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상위권과 격차를 최대한 유지하면서 버텨냈고, 두 사람은 팀원들의 노고를 잘 알고 있었기에 훈련에만 매진했다. 경기 후 김도영이 "나성범 선배님과 함께 팀에 돌아가면 완전체가 돼 위로 올라갈 생각만 했다"고 말한 것도 그 이유다.
김도영은 "(나)성범 선배님과 겨울에도 함께 운동하긴 했지만, 일대일로 같이 한 것은 처음이었다. 그동안 몰랐는데 겪으면서 선배님이 재밌는 분이라는 것도 알았다. 말도 많이 하시고 여러 가지 조언도 해주셨다. 복귀도 예상보다 빨랐고 나무랄 데 없는 완벽한 재활 훈련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수원=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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