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배우자”...동남아 최대 ‘친한파 나라’가 한국을 롤모델 삼은 이유 [한중일 톺아보기]

신윤재 기자(shishis111@mk.co.kr) 2023. 7. 8.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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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12-2] 서울대 아시아언어문명학부 서지원 교수

블랙핑크 콘서트티켓을 경품으로 내건 인도네시아 그린드라당 트위터. [연합뉴스]
“동남아시아 최대 한국문화 소비국”

인도네시아를 한 문장으로 표현한 말입니다. 2.8억 인구중 한류 주 소비층인 15~34세 청년 인구가 35%에 달하니 충분히 그럴만 합니다. 이 때문인지 내년초 대선과 총선을 앞둔 정당들이 K팝 걸그룹 블랙핑크를 활용해 표심에 호소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하죠.

인도네시아는 2018년 문체부 조사기준으로 세계에서 한국을 긍정적으로 보는 비율(96%)이 가장 많은 ‘친한파 나라’이기도 합니다. 조코위 대통령도 최근 한국을 언급하는 횟수가 잦아지면서 ‘친한파’ 이미지가 생겼습니다. 지난해와 올해 2월 그리고 지난달에도 “한국은 우리가 고소득국가로 발돋움 하기위해 따라야 할 롤모델”이라고 치켜세웠죠.

6.25 직전인 1950년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1인당 GDP는 각각 876달러, 874달러로 둘다 세계 하위권에 머물렀습니다. 전쟁직후인 1953년 한국의 1인당 GDP는 10분의 1수준으로 추락하면서 인도네시아에도 훨씬 뒤쳐졌던 때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한국이 7배 넘게 앞선 상황인데, 조코위 대통령도 이런 점을 의식한듯 보입니다.

서울대 아시아언어문명학부 서지원 교수는 양국은 식민 해방과 개발독재시대를 거쳐 짧은 기간에 민주주의를 이뤘단 점에서 의외로 닮은 구석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에게 현재 인도네시아에서 한류 인기는 어느 정도인지, 넓은 영토와 엄청난 자원 등 유리한 조건에도 한국만큼 성장하지 못했던 이유는 무엇인지 등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다음은 일문일답 발췌.

Q. 한류가 얼마나, 또 왜 인기인가? 보수적 이슬람 문화와 충돌은 없나?
2021년 인도네시아에서 배달기사들이 한정판 BTS 세트메뉴 주문을 받아 맥도날드 매장에 몰려든 모습.
A: 인도네시아에서 한류가 엄청나게 인기 있는건 사실입니다. 어느정도냐면 예전에 맥도날드가 BTS세트를 출시했을때 주문 폭주로 배달기사들은 밀린 주문 받느라 계속 대기중이고 주문자들은 주문한 것 제때 못 받았다고 항의해서 난리가 난적이 있어요.

인도네시아 기업들은 BTS, 블랙핑크 같은 K팝 그룹들을 마케팅에 활용 합니다. 예컨데 지난달 BTS 뷔가 한국에서 팬미팅을 할때 인도네시아 회사가 주관을 하면서 한국이 아닌 인도네시아에서만 스트리밍에 접속해 볼수 있게 한 적도 있었죠.

드라마의 경우 방송국들이 2000년대 초반부터 방영했는데 그때도 인기는 있었지만 코로나 기간이었던 2020년 전후에 인기가 피크였던 것 같아요. 이제 인도네시아에서 한국 드라마는 트렌디한 일부의 취향이 아닌 5060세대도 보고 시장 바닥 사람들도 다 아는 보편적 문화가 됐습니다.

한국의 정서가 인도네시아 보다 덜 보수적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원래 인도네시아가 엄청 보수적이지는 않거든요. 20여년 전에 민주화 초기 유행했던 당둣(Dangdut)음악 같은 경우 K팝에 익숙한 눈으로 봐도 선정적인 춤이 들어간 것들이 많았습니다. 지금은 오히려 수위가 줄어든 겁니다.

한 여성이 인도네시아 대중음악 장르인 당둣 댄스를 추고 있다. [EPA 연합뉴스]
다만 무슬림들이 많은데 기본적으로 여성들이 살을 내놓고 다니는 걸 금하는 등 따라야 할 규칙이 있기 때문에 이런 점들에서 차이가 있긴 합니다. 이 때문인지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전부 한류를 좋아하는 건 아닙니다. 초등학교 여자아이들이 히잡쓰고 긴 옷 입고 K팝 댄스 추고 있으면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몇년 전엔 ‘쇼피’라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블랙핑크를 앞세워 광고를 한 적이 있는데 어린이 시간에 틀지 말라는 청원이 들어온 적이 있습니다.

여성의 신체를 대상화하고 옷이 너무 짧아 선정적이라 인도네시아의 건국이념 ‘빤짜실라’의 가치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었는데요. 청원이 10만명 이상의 지지를 얻으면서 결국 광고 방영이 중단됐습니다. 그렇지만 인도네시아도 한국처럼 누구나 개인 휴대기기로 원하는 콘텐츠를 즐기는 시대에 살고 있는건 똑같습니다.

Q.수하르토 독재시대 경제가 많이 발전했다지만, 한국에 비해 한계가 뚜렷했다. 이유는?
1967년 집권 당시 수하르토 전 대통령.
A: 인도네시아가 수하르토 시대 발전 동력이 시작된건 맞습니다. 다만 한국처럼 인도네시아도 민주화 이후에 엄청나게 발전했습니다. 한국이 권위주의 시대때도 많이 성장하긴 했지만요. 그래서 조코위 대통령도 한국이 1987년 민주화 이후 얼마나 성장했는지 보라는 말을 한 것이고요.

사실 한국은 전세계적으로 매우 예외적 성공 사례니 양국을 비교하는건 무리가 있습니다. 비유하자면 누구는 1년 벼락치기 해서 서울대 들어가고 고시합격하는데 넌 왜 못하냐고 다그치는 격이랄까요.

인도네시아인들한테 이 질문을 하면 부패가 심각했기 때문이라고 답할 겁니다. 한국도 과거 부정부패가 심했다고 하나 필리핀 마르코스, 인도네시아 수하르토 대통령은 부패로 세계 1위를 다투는 사람들이거든요. 2004년 국제투명성기구 조사에서 수하르토 대통령은 재임기간 부정축재한 돈이 350억 달러(45조원)로 부패한 독재자 1위 였어요.

지난 15일 조코위 대통령이 국가장기개발계획 발표행사에서 연설중이다.
이외에도 양국은 몇 가지 차이가 있는데, 대표적인게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 입니다. 그래서 조코위 대통령도 중진국 함정에서 벗어나자는 이야기를 하면서 한국을 인도네시아의 롤모델 처럼 콕 집어 언급 했어요. 한국처럼 성장하려면 인적자원을 개발해야 된다고 강조한거죠.

인도네시아도 대통령을 거의 독점 배출중인 자바 지역 같은 경우는 교육열이 강합니다. 하지만 1만7천여개의 수많은 섬으로 이뤄진 넓은 영토에 다종족, 다문화 사회이다 보니 그렇지 못한 곳들이 많습니다. 네덜란드로부터 독립한 후에도 교육에 들어가는 예산이 적다보니 교사들 월급도 잘 못줘서 교사들이 출근을 안하기도 했었답니다.

다만, 정부가 투자를 늘리면서 내년에는 사상최대 예산을 교육에 편성한다고 하니 차차 좋아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Q. 아세안에서 다른 나라들과 구분되는 인도네시아만의 매력이나 강점이 있을까?
A: 다양성 입니다. 동남아가 기본적으로 다양성을 갖춘 지역이고 태국만 하더라도 지역마다 언어와 문화가 많이 다르다곤 해도 인도네시아 만큼 다르진 않거든요. 그래서 인도네시아에 대해서는 그 어떤 전문가도 전부 알진 못합니다. 인도네시아 사람들도 인도네시아 서쪽 끝부터 동쪽 끝까지 다 알수는 없다는 말이 있어요. 누구도 다 알 수 없는 그런 무궁무진한 다양성이 가장 큰 매력이에요.

또 태국은 왕실이 있는데 왕실사람들과 일반인을 똑같은 인간으로 봐야 하는가에 대해 아직도 명확한 답이 없는 상태입니다. 반면, 인도네시아는 공화국이다 보니 좀 더 평등하고 열린 분위기가 있습니다.

1950년대 베네딕트 앤더슨이라는 서구 학자가 자카르타에서 이제 막 은행에서 퇴근한 고위 임원이 자전거 택시를 모는 서민들과 골목에 둘러 앉아 같이 체스 두는 모습에 반했다고 한적이 있는데요. 지금은 그 정도까진 아니지만 그래도 사회 계층간 거리가 멀지 않다는 점이 또 하나의 매력입니다.

기본적으로 인도네시아는 계층 이동이 꽉 막혀 있는 사회는 아닙니다. 지금 현역 정치인들 중 정치인 집안 출신이 많긴하지만 사회단체나 종교단체 경력 또는 유력 정치인과의 인연으로 발탁돼 정계에 진출한 경우도 많습니다. 예컨데, 수하르토 대통령도 조코위 대통령도 서민출신입니다. 다만 정치에 드는 비용이 너무 커지면서 돈 많은 사업가들이 정계에 많이 진출했는데 이로 인해 부와 지위가 대물림 되는 경향은 있습니다.

Q.한국이 인구 절벽으로 성장한계에 달했다는 분석이 많다. 최근 대책으로 이민확대가 거론되는데, 장기적으로 한국도 인니처럼 다민족·다인종 국가로 가야할까?
A: 일단 국가 형성 과정 자체가 다르기에 한국에게 인도네시아는 참고 모델이 될 수 없습니다. 싱가포르도 이민자 위주 국가인데다 규모가 극히 작은 도시국가라 안됩니다. 그나마 대만 또는 일본 정도가 한국이 참고할 모델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대만의 경우도 한국과 여러면에서 다르긴 하지만 원주민이 살던 땅에 중국 본토 이민자들이 온거고 이민의 역사가 길지 않기 때문에 참고할 수 있다고 봅니다.

한국의 이민 확대는 지금처럼 혐오가 난무할 바에야 받지 않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별다른 이유없이 또는 단순히 우리보다 못산다는 이유로 다른 나라 사람들을 무시하거나 싸잡아 혐오하는 경우가 너무 많거든요.

이런 인종주의와 외국인 혐오는 인도네시아 등에서 한류 경쟁력을 갉아먹는 요인이 되고 있기도 하죠. 만약 한국이 굳이 문호를 넓히고 이민을 받는 쪽으로 가겠다면 먼저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존중과 다양성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음회에선 NICE 신용평가그룹 베트남 법인장 출신 유영국 작가로부터 ‘한국기업의 베트남 투자와 진출의 허와실’에 대해 들어봅니다. 하단 기자페이지 ‘+구독’을 누르시면 쉽고 빠르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인터뷰 영상은 매일경제 월가월부 유튜브 채널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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