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성-토성-천왕성-해왕성 다 담았다, 제임스웹 ‘1년 임무’ 끝
지난해 7월부터 본격 관측 활동을 시작한 제임스웹우주망원경(JWST)이 토성을 마지막으로 태양계의 목성형 행성 4개의 1차 관측을 모두 마쳤다. 이번 관측은 제임스웹이 자랑하는 역대 가장 강력한 근적외선 카메라를 이용해 이뤄졌다.
목성형 행성이란 지구처럼 암석으로 이뤄진 행성과 달리 수소나 헬륨 같은 가스를 주성분으로 한 행성을 말한다. 태양계에서는 목성을 비롯해 토성, 천왕성, 해왕성이 목성형 행성에 속한다.
지구~태양 거리의 5배(목성)~30배(해왕성) 거리에 있는 목성형 행성들은 밀도가 낮은 반면 덩치가 큰 것이 특징이다. 지구와 비교해 목성은 지름이 11배, 토성은 9배이며 천왕성과 해왕성도 4배 가까이나 된다. 또 각각 고리를 갖고 있고 지구형 행성에 비해 위성을 많이 거느리고 있다.
제임스웹은 미세한 열도 감지해내고 구름이나 먼지 너머까지도 볼 수 있는 적외선 투과력으로, 그동안 가시광선 카메라로 보았던 행성의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태양계에서 가장 강력한 목성의 오로라
제임스웹의 첫 관측 대상은 태양계의 맏형격인 목성이었다. 지난해 7월27일 촬영한 목성 사진엔 오로라와 함께 고리, 연무와 주변의 작은 위성, 은하 등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오로라는 우주에서 날아온 고에너지 입자가 천체의 자기장을 따라 흐르다 대기권의 입자와 충돌하면서 빛을 내는 현상을 말한다. 지구보다 2만배나 강한 자기장을 갖고 있는 목성의 오로라는 태양계에서 가장 밝고 강력하다.
빛나는 해왕성, 더 빛나는 트리톤
나사는 이어 9월21일 얇은 고리에 둘러싸인 얼음행성 해왕성의 모습을 촬영해 보내온 사진을 공개했다. 촬영 시점은 지난해 7월12일이다. 카메라로 해왕성의 고리를 포착한 것은 1989년 보이저 2호가 해왕성을 근접통과할 때 이후 30여년만이다.
그동안 봤던 해왕성은 대기의 메탄 가스로 인해 진한 파란색을 띠었지만 제임스웹의 근적외선카메라로 본 해왕성은 진주처럼 영롱한 흰색이었다. 메탄이 주성분인 얼음 구름은 옅은색 줄무늬와 반점으로 나타났다.
해왕성의 왼쪽 위에는 트리톤이 8개 방향의 회절 스파이크를 뽐내며 빛나고 있다. 8개 회절 스파이크는 제임스웹의 육각형 주거울과 보조거울을 떠받치는 3개의 기둥으로 인해 생기는 제임스웹 사진의 고유한 특징이다. 트리톤은 표면이 질소 얼음으로 덮여 있어 햇빛의 70%를 반사한다. 덕분에 메탄 가스로 덮인 해왕성보다 더 밝게 빛난다. 14개 위성 중 7개도 사진에 담겨 있다.
차세대 탐사 1순위로 꼽힌 천왕성
올해 4월엔 또다른 얼음행성 천왕성의 모습이 공개됐다. 2월6일에 촬영한 이 사진엔 천왕성의 13개 고리 중 11개가 드러나 있다. 1986년 보이저 2호와 하와이 켁천문대 망원경에서 천왕성의 고리를 포착한 적은 있지만 이렇게 선명한 고리 모습은 처음이다.
태양으로부터 일곱번째 행성인 천왕성은 궤도면에서 90도 각도로 누워 자전하는 독특한 천체다. 따라서 두 극지방은 낮과 밤이 극명하게 갈린다. 공전주기가 84년이기 때문에 계절의 주기도 무척 길다. 이번에 촬영한 사진에 나타난 지역은 북극으로 늦봄이다. 북극은 2028년에 여름을 맞는다. 남극은 현재 태양의 반대쪽에 있는 어둠의 세상이다.
행성의 오른쪽에는 극관(polar cap)으로 알려진 아주 밝은 거대한 영역이 있다. 천왕성의 고유한 특징인 극관은 극이 직사광선을 받는 여름에 나타나고 가을에 사라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극관의 가장자리와 행성 왼쪽 끝에 있는 흰색덩어리는 구름이다. 이 구름은 폭풍 활동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나사는 밝혔다.
천왕성은 나사 자문기구격인 국립과학공학의학원(NASEM) ‘행성과학과 우주생물학 10년 조사 위원회’가 향후 10년간 추진할 대형 우주탐사 프로그램의 1순위로 추천한 행성이다.
야광등처럼 빛나는 토성의 고리
마지막으로 지난 6월25일 촬영한 토성 사진도 고리와 위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에 따라 어두운 토성을 둘러싸고 있는 고리가 야광등처럼 빛나는 장면이 완성됐다. 토성의 고리는 수많은 암석과 얼음 조각들로 이뤄져 있다.
공전주기가 29.5년인 토성의 북반구는 현재 여름이며, 남반구는 겨울의 끝자락에 있다. 그러나 사진을 보면 북극 지역이 더 어둡다. 뚜렷한 원인은 모르지만 아마도 극지방 대기 입자에 영향을 미치는 계절적 요인이 있을 것으로 나사는 추정했다.
토성의 가장자리가 얇게 빛나는 것은 높은 고도의 메탄층이 빛을 흡수한 뒤 다시 방출하는 현상이거나 전리층의 삼중수소 이온(H3+)이 방출되는 현상 또는 두가지 요인이 다 영향을 미쳤기 때문일 수 있다고 밝혔다.
1주년 기념 관측 사진 12일 공개 예정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은 미국과 유럽, 캐나다가 25년간 110억달러(13조원)을 들여 개발한 천문학 사상 최대 프로젝트다. 반사경 지름이 역대 가장 큰 6.5m로 허블우주망원경(2.4m)의 2.7배에 이르며 4개의 적외선 관측 장비를 갖추고 있다.
관측 지점은 지구에서 태양 반대쪽으로 150만km 떨어져 있는 제2라그랑주점(L2)이다. 이곳은 태양과 지구가 작용하는 중력과 원심력이 균형을 이뤄 안정적인 궤도를 유지할 수 있고 햇빛의 방해도 받지 않아 최적의 관측 장소로 꼽힌다.
제임스웹은 2021년 12월 지구를 출발해 2022년 7월부터 본격 관측 활동에 들어갔다. 미 항공우주국은 제임스웹 관측 1주년을 기념해 오는 12일 새로운 관측 사진을 공개할 예정이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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