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충전 요금 올랐다는데, 더 기다렸다 갈아탈까?
전기차, 정확하게 말하면 배터리 전기차가 꾸준히 기세를 올리고 있다. 2015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파리협정과, 폭스바겐 등 유럽 자동차 업체들이 디젤자동차의 배출가스량을 조작해온 사실이 드러난 디젤게이트 이후 세계 거의 모든 자동차 회사가 전동화 계획을 발표했다. 지금은 도로에 수많은 전기차가 달리는 시대가 됐다. 우리나라도 연 3만대(2018년)에 불과했던 전기차 판매는 2021년 처음으로 10만대를 넘겼고, 지난해에는 16만대를 기록했다. 1년 동안 팔리는 차량이 평균 166만대 수준이므로 전체 등록 대수의 10%에 근접한 것이다. 전기차의 상승세 비결은 무엇일까.
기본적인 배경은 기후위기와 이를 타개하기 위한 노력이다. 산업화 이후 지구 온도는 이미 1.1도 올랐고, 2015년 파리협정에서 전 세계가 제한하자고 약속한 1.5도 상승은 가까운 미래(2021~2040년)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된 상태다.(지난 3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6차 종합보고서) 지구 곳곳에서 나타나는 이상기후는 기후위기를 피부로 느끼게 한다. 자동차 회사들 입장에서는 연비가 높거나 배출가스를 내뿜지 않는 차를 만들어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매우 현실적인 문제에 부닥친 것이다.
차 바꿀 때 됐다면…주변 탐색부터
자동차를 보유하고 운행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도 ‘당장 전기차를 타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고민을 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값비싼 전기차를 구입할 여력은 되는지, 이를 위해 타고 다닌 지 얼마 안 된 내연기관 차량을 팔아야 하는지, 앞으로 충전은 편해지는 건지, 안전문제는 검증된 건지 고민거리가 한둘이 아니다.
딜로이트가 2022년 발표한 글로벌 자동차 소비자 인식 조사를 보면,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 소비자들은 전기차를 구입한 첫째 이유로 경제성, 그중에서도 낮은 연료비를 꼽았다. 현재 국내에서 가장 비싸다고 할 수 있는 환경부 급속충전요금은 1㎾h에 347.2원이다. 1㎾h로 5㎞ 정도를 달린다고 할 때 100㎞ 주행에 20㎾h, 약 7천원 정도가 든다. 지난 7월3일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1569원인데, 1ℓ에 10㎞를 달리는 내연기관차라면 100㎞를 달리는 데 10ℓ가 들어가니 1만5690원이 든다. 전기 충전요금이 많이 올랐다고는 해도 절반이 안 된다. 여기에 단가가 낮은 완속 충전을 이용하거나 회원제 등을 통해 할인을 받으면 전기차 연료비는 더욱 저렴해진다. 연간 13만원의 전기차 자동차세 등을 고려하면 내연기관 차는 경제성에서 전기차를 따라갈 수 없다.
하지만 동급의 내연차보다 훨씬 비싼 전기차 가격은 걸림돌이다. 차 크기가 비슷한 현대자동차 투싼과 아이오닉5는 세제 혜택을 모두 받은 기본형 가격으로 비교해도 각각 2632만원과 5410만원으로 두 배 넘게 차이가 난다. 연간 주행거리가 많지 않다면 차량 가격의 차이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 얼마 타지 않은 내연기관 차를 중고로 팔고 거액을 더해 전기차로 바꾸는 건 경제적으로 좋은 선택이 아닐 수 있다.
어차피 차를 바꿀 시기가 됐다면 상황은 조금 달라지는데, 이때 중요한 건 평소 다니는 곳 주변의 충전 시설과, 자동차를 어떻게 타느냐는 사용 패턴이다. 현재 사는 곳이 아파트라면 주차장에 충전기가 있는지부터, 단지 안에 전기차가 몇 대이고 충전을 언제 어떻게 하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대체로 전기차 사용자들은 별도의 단체 채팅방을 만들어 충전 상황을 공유한다. 동네 전기차 커뮤니티를 찾아 조언을 구하는 것도 방법이다. 또 멈춰 있는 시간이 더 긴 자동차의 특성상 출근 뒤 회사에서 충전이 가능한지도 알아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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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배출 적고 연비 좋은 하이브리드
사용 패턴도 중요하다. 전기차는 연비에서 경쟁력이 있으므로 규칙적으로 자주 써야 유리하다. 차를 가끔 모는데 전기차를 산다면 연비의 이점을 크게 누리지 못하는 장식용이 될 수 있다. 또 갑작스러운 장거리 출장이 종종 생기는 것도 불편한 일이다. 배터리 20% 상태에서 충전을 내일로 미뤘는데 급한 일이 생겨 장거리 운행을 해야 하면 즉시 충전할 수 없어 난처해질 수도 있다. 전기차를 선택하기에 앞서 본인의 업무나 가족의 자동차 사용 패턴을 분명히 따져봐야 하는 것이다.
자동차에서 탄소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배터리 전기차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전기차를 선택하기 어렵다면 환경 보호를 위한 다음 선택은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될 수 있다. 내연기관 차를 타는 것보다 연비가 더 좋은 하이브리드를 고른다면 그만큼 온실가스를 덜 내뿜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 그랜저로 예를 들어 보자. 내연기관 모델 중 가장 연비가 좋은 차는 가솔린 2.5ℓ 2WD에 18인치 휠을 끼운 기본형이다. 정부공인 복합연비는 11.7㎞/ℓ이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43g/㎞다. 그랜저 1.6 터보 하이브리드 중 기본형의 공인연비는 18㎞/ℓ,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88g/㎞다. 하이브리드차가 가솔린차에 견줘 연비는 약 54% 높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약 38% 적은 셈이다. 한 달에 1천㎞를 달릴 때 기름값은 가솔린차와 하이브리드차가 각각 13만4천원과 8만7천원이 되는데, 주로 시내만을 달린다면 각각 10㎞/ℓ와 18㎞/ℓ의 도심 연비로 차이는 더 벌어진다. 여기에 전기차처럼 사용 패턴에 따른 불편함이 없다는 것도 장점이 된다. 하이브리드는 엔진 배기량도 줄어 자동차세 42만원으로, 가솔린 모델(65만원)보다 훨씬 저렴하다.
기후위기는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자동차를 타느냐는 개인이 실천할 수 있는 영역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중요한 방법이다. 차를 고를 때 전통적으로 디자인과 브랜드, 가격 등 여러 선택 요인이 있었는데 앞으로는 이러한 선택지 중 친환경성의 비중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이동희 자동차 칼럼니스트
<자동차생활>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여러 수입차 브랜드에서 상품기획, 교육, 영업을 했다. 모든 종류의 자동차에 대한 깊은 애정으로 다양한 글을 쓰고, 자동차 관련 교육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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