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아, 결혼하자"…신혼집 증여세 깎아준다
정부가 결혼자금에 한해 증여세 공제 한도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결혼자금은 초고가 혼수 등을 제외한 '살 집 마련'을 위한 자금에 한정된다.
현행 상증세법은 직계존비속에 대한 재산 증여 시 10년간 5000만원까지 증여세 과세 가액에서 공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예컨대 부모가 자녀에게 10년간 5000만원 이하의 재산을 증여했다면 별도로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는 것이다.
정부는 여기에 추가로 결혼자금을 위한 증여에 한정해 별도의 공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례로 과거 자녀에게 이미 5000만원의 재산을 증여한 사실이 있는 부모가 해당 자녀의 결혼을 맞아 신혼집 마련에 추가로 5000만원을 보태줬더라도(결혼자금 증여세 공제액 규모가 5000만원 이상이라고 가정) 증여세를 물리지 않는 식이다.
정부는 제도 검토 배경으로 '저출산'과 '물가상승'을 들었다. 방기선 기재부 1차관은 "제가 태어난 시점(1965년)에는 한해에 태어난 인구가 약 100만명이었지만 최근에는 25만명 정도로 1/4 수준"이라며 "결혼과 출산에 대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상증세법 시행령 상 '혼수용품으로서 통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금품'은 증여세 과세 대상이 아니다. 부모가 자녀의 결혼 때 과도하지 않은 수준으로 혼수나 예식장 비용 등을 대주는 것에 대해선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다만 사회 통념을 벗어난 고액 재산을 부모로부터 받는 경우에는 증여세 과세 대상이 된다. 주택이나 초고가 시계와 같은 명품 혼수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정부는 이 가운데 명품 등은 제외하고 신혼부부의 주택 마련 자금에 한정해 현행 증여세 공제 한도(10년간 5000만원)에 추가 공제 한도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번 대책은 "신혼부부의 전셋집 마련 부담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는 판단 하에 마련됐다. 이에 따라 증여세 공제 한도는 주요 지역 평균 전세 가격 통계 등을 참고해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 1억5000만원 수준이 거론되는데 대해 기재부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추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증여세 공제 한도 확대가 정부가 의도한 '결혼·출산 장려'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적잖다. 미혼의 자녀를 둔 장년층 일부는 "솔직히 자녀 결혼 때 5000만원을 마련해 주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고 토로했다.
미혼의 이모씨(37세·남)는 결혼 자금 증여세 공제 한도 확대에 대해 "무조건 찬성"이라며 "결혼을 떠나 증여세 공제 한도를 물가 상승 등을 고려해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행 5000만원 한도는 너무 현실성이 없다"며 "1억원부터 시작해서 꾸준히 늘려 장기적으로는 5억원까지 상향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혼자인 서모씨(38세·남)는 "신혼집을 마련할 때 자금을 어디서 끌어왔는지 등을 증빙해야 하는 귀찮음이 덜어질 것 같다"며 "물가 상승을 고려하면 공제 한도는 1억원도 적어 보인다"고 말했다. 기혼자인 중앙부처 한 공무원 A씨도 "결혼을 계획하고 있는 경우라면 당연히 찬성할 만한 정책"이라고 언급했다.
누리꾼의 의견도 비슷하다. 한 누리꾼은 "(재산이 많이) 없는 사람들이 자녀에게 5000만~1억원을 해주려고 얼마나 노력하는데"라며 "여기에 세금까지 투척하면 안 된다"고 했다.
이어 "돈의 가치가 달라져 공제 한도가 5000만원인 것도 문제"라며 "부자들처럼 몇십~몇백억을 증여하는 것도 아니고 1억~2억원 증여하는데 대해선 세금 폭탄을 때리면 안 된다"고 밝혔다.
다만 증여세 공제 한도 확대가 '저출산 대응'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공제 한도를 5억원까지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 윤모씨(37세·남)는 "저출산·결혼 장려 정책으로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이미 암암리에 부모와 자녀 간에 증여가 이뤄지고 있을텐데 증여세 문제를 음지에서 양지로 꺼낸다고 결혼을 더 할게 될지는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중앙부처 공무원 B씨도 "필요한 정책인 것 같긴 한데 이게 왜 저출산 대책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공제 한도를 억대로 확대할 경우 일종의 '기준선'이 생겨 해당 수준만큼 증여를 못 하는 부모와 자녀는 상대적 박탈감이 커질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중앙부처 공무원 C씨는 "자녀의 결혼이 아직은 먼 이야기로 느껴지긴 하지만 지금 상황에선 나중에 5000만원 증여도 쉽지 않을 것 같다"며 "자녀의 교육비로 벌이의 상당 부분을 지출해 저축이 사실상 어려운 현실에서 나중에 결혼자금으로 1억원 이상 지원해줄 수 있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세종=유선일 기자 jjsy83@mt.co.kr 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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